[소년중앙] 천년에 걸쳐 한국인의 밥상 지켜온 김치① 과거·현재·미래를 맛보다

중앙일보

입력 2022.01.24 08:00

과학기술·한류 타고 세계인의 밥상 오른다
한식대표 김치
한국인의 소울 푸드, 김치. 한식진흥원이 지난해 10월 전국의 만 19∼69세 성인 15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한식 소비에 관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한식이라고 생각한다’는 물음에 가장 많이 응답한 메뉴는 김치로, 무려 99.7%에 달했어요. 하지만 최근 김치의 위상은 예전 같지 않죠. 값싼 수입산 김치 때문에 외면받거나, 일본에 이어 중국과 ‘김치 원조국’ 전쟁을 치르며 그 역사를 의심받기에 이르렀어요. 자연스레 김치 소비량도 줄었죠. 어떻게 하면 김치 종주국의 위상을 되찾을 수 있을까요. 김치의 역사부터 현재의 가치를 들여다보고, 미래 대안까지 제시해보기 위해 소년중앙이 광주광역시 김치타운으로 향했습니다.
세계김치연구소

세계김치연구소

김치는 수천년간 우리 민족과 역사를 함께해왔어요. ‘떡 줄 사람은 꿈도 안 꾸는데 김칫국부터 마신다(상대의 의도와 상관없이 다 된 것처럼 행동한다는 뜻)’ ‘열무김치 맛도 안 들어서 군내부터 난다(어른이 되기도 전에 못된 버릇부터 배워 바람이 들었음을 빗대는 말)’ 등 김치가 등장하는 속담도 여러 개죠. 이렇듯 당연히 ‘우리 것’으로 생각해왔던 김치가 최근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과거 일본이 ‘기무치(キムチ·김치의 일본식 표현)’를 자국 음식이라 주장한 데 이어 중국이 ‘파오차이(泡菜·중국식 절임 채소)’를 내세워 김치 종주국을 자처하고 나섰기 때문이죠. 때아닌 ‘김치 기원 전쟁’ 앞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요. 김인아·박경원·정가희 학생기자가 김치의 문화·역사를 간직한 광주광역시 김치타운(이하 광주 김치타운)의 문을 두드렸어요.

왼쪽부터 박경원(광주 건국초 4)·정가희(제주 아라중 2)·김인아(충남 우성중 2) 학생기자가 광주광역시 김치타운을 찾아 김치의 역사부터 미래까지 알아봤다.

왼쪽부터 박경원(광주 건국초 4)·정가희(제주 아라중 2)·김인아(충남 우성중 2) 학생기자가 광주광역시 김치타운을 찾아 김치의 역사부터 미래까지 알아봤다.

#1. 김치의 과거~현재

정겨운 옛 김장철 풍경을 재연한 모형. 박(맨 왼쪽) 학예사는 “김치는 우리 민족의 역사와 문화가 담긴 전통 음식”이라고 설명했다.

정겨운 옛 김장철 풍경을 재연한 모형. 박(맨 왼쪽) 학예사는 “김치는 우리 민족의 역사와 문화가 담긴 전통 음식”이라고 설명했다.

광주 김치타운 박지웅 학예연구사가 소중 학생기자단을 반갑게 맞았어요. “광주 김치타운은 한국인의 대표 음식인 김치와 관련한 문화·역사·체험을 할 수 있는 김치 복합 테마파크예요. 김치의 과거부터 현재를 품은 김치박물관, 청소년·가족·김치 전문가 등을 대상으로 다양한 교육·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김치교육체험장, HACCP(식품안전관리인증)을 받은 김치공장, 다양한 김치를 시식·구매할 수 있는 김치카페·판매장 등이 있죠. 우선 김치박물관을 둘러보며 김치에 대해 알아볼까요.”

박 학예사를 따라 발걸음을 옮기자 ‘게미가 있는 1000년의 맛 김치’라는 문구가 눈에 띄었어요. “‘게미’라는 단어 들어봤나요?” 세 사람 모두 고개를 저었죠. “게미는 ‘오랜 시간 삭혀 나오는 고소하고 독특한 맛’을 뜻하는 우리나라 고어이자 전라도 방언이에요. 김치는 배추·무·오이 등 채소를 소금에 절인 후 각종 양념에 버무려 숙성하는 과정을 거치는데, 잘 익어 맛이 제대로 들었을 때 ‘게미가 있다’고 하죠. ‘1000년의 맛’이라고 표현한 이유는요. 우리나라 전통식품 김치의 역사가 1000년이 넘었기 때문이에요. 우리 몸에 꼭 필요한 영양소 중에는 채소를 통해 섭취해야 하는 게 많습니다. 하지만 요즘처럼 과학이 발전하지 않은 옛날에는 한겨울에 채소를 구하기 힘들었어요. 그래서 가을에 채소를 소금에 절여둔 뒤 한겨울과 이듬해 봄까지 먹는 방법을 고안해냈죠. 채소를 절이는 문화가 발전해 오늘날 김치로 이어진 거예요.”

신창 맹씨 종가 『자손보전』에 수록된 최초의 한글 조리서 『최씨 음식법』, 김치를 포함해 총 20종의 음식 조리법이 담겨있다.

신창 맹씨 종가 『자손보전』에 수록된 최초의 한글 조리서 『최씨 음식법』, 김치를 포함해 총 20종의 음식 조리법이 담겨있다.

김치에 대한 최초의 기록은 3000년 전 중국의 고대 문헌 『시경』에서 찾을 수 있는데, ‘절이다’라는 뜻을 가진 한자 ‘저(菹)’로 표기됐죠. 삼국시대~고려시대에는 물에 잠길 침(沈), 나물 채(菜) 자를 써 소금에 절인 야채, 즉 ‘침채’라 불렀어요. 채소를 소금에 절이면 물이 배어 나오는 모습에서 유래했다고 추측하죠. 조선시대로 넘어와 『내훈』(1475)에는 ‘딤치ᆞ’, 『두시언해』(1481)에는 ‘딤조’로 표기됐고, 세월이 흐르며 구개음화에 의해 ‘짐치ᆞ’로 변했어요. 이후 ‘김치ᆞ’-‘김채’ 등 자연스러운 변화를 거쳐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김치’란 말이 됐죠. 현재 김치는 배추·무 등의 채소를 숙성시킨 발효 음식을 가리키는 단어로 사용됩니다.

오늘날 우리는 냉장고 혹은 김치냉장고에 김치를 간편히 보관하지만, 과거에는 음식을 상하지 않게 저장하는 일이 쉽지 않았죠. 선조들은 김치를 오랫동안 신선하게 보관하기 위해 숨 쉬는 그릇, 옹기를 사용했어요. 옹기는 진흙을 반죽해 구워 만드는 그릇으로, 안과 밖의 공기가 통하기 때문에 음식을 오랫동안 보존할 수 있어요. 김치의 경우 맛있게 익도록 돕기도 하죠. 각 지역의 옹기를 관찰한 소중 학생기자단은 그 형태가 사뭇 다른 것을 발견했어요. 서울·경기 지방의 옹기는 배(가운데)보다 입(뚜껑)이 넓고, 강원도 지역민은 산에서 들고 다니기 편리하도록 작은 옹기를 사용했죠. 충청도는 입과 바닥의 크기가 같은 옹기를, 전라도는 전체적으로 둥근 모양 때문에 ‘달덩이 항아리’라 불리는 옹기를 썼어요. 경상도의 옹기는 입과 바닥은 작지만 어깨는 넓은 모양을, 제주도는 물을 많이 담기 위해 전체적으로 길쭉한 형태를 띠죠.

지역별 옹기에 관해 설명하던 박 학예사가 “각자 다른 지역에서 왔다고 들었는데, 어디 사는지” 묻자 “충남”(인아) “광주광역시”(경원) “제주”(가희)라는 답이 돌아왔죠. “사는 곳을 물어본 이유는요. 옹기뿐 아니라 김치도 지역에 따라 다른 특성을 갖기 때문이에요. 우리나라는 태백산맥이 크게 동서를 가르고, 낙동강이 남동쪽에 길게 흐르죠. 또 삼면이 바다인 반도라 지역에 따라 생산되는 농산물·해산물이 다르고, 생활 풍습에도 차이가 있었어요. 김치 역시 소금 사용량, 젓갈 종류·분량, 사용하는 고추의 형태·분량, 부재료 종류 등에 따라 지역의 특색을 간직한 향토 별미로 발전해왔죠. 강원도를 포함한 북부지방은 기온이 낮아 소금간을 싱겁게 하고, 양념도 적게 넣어 맛이 담백해요. 넉넉하고 맑은 국물이 있는 것이 특징이죠. 인아 학생기자가 사는 충청도를 비롯해 서울·경기도 등 중부지방의 김치는 싱겁지도 짜지도 않은 중간 맛을 갖췄어요, 경원·가희 학생기자가 속한 지역인 남부지방은 상대적으로 따뜻한 날씨 탓에 음식이 쉽게 상할 수 있거든요. 소금·젓국·고추 등을 많이 사용해 짠맛·매운맛이 강한 김치가 탄생했죠.”

순서대로 5개의 버튼을 누르면 커다란 배추가 삼투압 원리에 의해 절여지는 과정을 관찰할 수 있다.

순서대로 5개의 버튼을 누르면 커다란 배추가 삼투압 원리에 의해 절여지는 과정을 관찰할 수 있다.

소중 학생기자단은 게임기를 통해 배추를 키우고 수확해 절이는 과정을 간접 체험해봤습니다. 먼저 YES/NO 버튼을 누르며 다양한 종류의 김치 중에서 각자 입맛에 맞는 김치가 무엇인지 탐색했죠. 다음은 배추를 재배할 차례입니다. 지정된 구멍에 공을 넣으면 커다란 모니터를 통해 배추씨를 뿌려 재배하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어요. 세 사람은 농구선수가 된 듯 열심히 공을 넣기 시작했죠. 밭에 이랑을 만든 뒤 배추 모종을 심고, 거름주기와 결구(배추의 잎이 퍼지지 않도록 모아주는 작업)까지 마쳤어요. 90~95%가 수분으로 구성된 배추는 밭이 마르지 않도록 주의하며 물을 줘야 하고요. 따뜻한 햇볕을 받고 무럭무럭 자라면 가을에 수확합니다. 한바탕 운동을 마친 학생기자단의 눈에 띈 건 두 팔을 벌린 것보다 훨씬 큰 배추 모형이었어요. 김치를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 배추를 소금에 절여야 하는데, 총 5단계에 거쳐 배추가 절여지는 과정을 관찰할 수 있죠. 사이좋게 버튼을 누르자 배추가 점점 쪼그라들었어요. “배추는 삼투압 원리에 의해 절여지는데요. 배추를 씻은 후 소금을 뿌리면 내부보다 외부의 소금 농도가 높아져요. 밖의 소금이 배추 안으로 들어가거나, 안의 물이 밖으로 나와야 농도가 맞겠죠. 그런데 배추의 물은 배추 세포 속에 들어있어요. 소금은 세포를 자유롭게 드나들 수 없지만, 물은 드나들 수 있죠. 이때 농도가 낮은 쪽에서 높은 쪽으로 이동하려는 삼투압 원리에 따라 세포 안의 물이 밖으로 나오고, 이로 인해 배추의 숨이 죽는 거죠.”

광주 김치타운 박지웅 학예연구사와 함께 김치박물관을 둘러보는 소중 학생기자단. 각 지역의 특색 있는 재료에 맞춰 다양한 김치가 전수돼왔다.

광주 김치타운 박지웅 학예연구사와 함께 김치박물관을 둘러보는 소중 학생기자단. 각 지역의 특색 있는 재료에 맞춰 다양한 김치가 전수돼왔다.

배추의 역사부터 현재까지 둘러본 세 사람. 마지막으로 김치의 미래까지 살짝 엿봤는데요. 과거 김치는 크게 기름진 농토에서 나는 식재료로 만든 ‘들김치’, 산에서 나는 재료를 이용한 ‘산김치’, 다양한 해산물이 들어간 ‘섬김치’ 세 가지로 나뉘었어요. 하지만 요즘은 여기서 더 나아가 ‘김치의 융합성’이 강조되죠. 이는 전통적 재료뿐 아니라 다른 나라의 자원을 활용해 김치를 담가 먹는 창의적 김치 문화를 말합니다. 토마토·콜라비 등 기존에 재료로 사용되지 않던 채소로 김치를 만들기도 하고, 김장배추를 구하기 힘든 해외에서는 당근·사탕무·선인장 등 재료도 적극적으로 활용하죠. 미래에는 김치 문화가 또 어떻게 변화할지에 대한 궁금증을 안고 다음 장소로 이동했습니다.

#2. 김치의 현재~미래

김치 발효과학 등 다양한 분야를 연구하는 세계김치연구소 연구실을 둘러보는 이창현 문화진흥연구단장과 세 사람.

김치 발효과학 등 다양한 분야를 연구하는 세계김치연구소 연구실을 둘러보는 이창현 문화진흥연구단장과 세 사람.

“김치의 모든 것을 연구하는 ‘세계김치연구소’에 온 것을 환영해요. 세계김치연구소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국가연구기관으로, 김치 대중화·세계화를 위한 시작점이 되는 곳이죠. 김치와 관련한 문화는 물론 과학적 부분에 대한 연구도 진행해요. 김치 수출 활성화, 김치 문화 콘텐트 자원화, 기능성 김치 유산균 발굴, 김치 종균 개발, 김치 품질 균일화·품질유지기한 연장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일하죠.” 학생기자단은 세계김치연구소 이창현 문화진흥연구단장의 안내에 따라 연구소를 둘러봤어요. 각종 기계로 가득한 연구실에 “우와~” 탄성이 절로 나왔죠.

김치 검사가 이뤄지는 관능검사실(위 사진)과 김치 종균 개발·품질 유지 등 연구를 시행하는 연구실. 세계김치연구소

김치 검사가 이뤄지는 관능검사실(위 사진)과 김치 종균 개발·품질 유지 등 연구를 시행하는 연구실. 세계김치연구소

다른 연구실 내부는 들어갈 수 없었지만, ‘관능검사실’에는 직접 들어가 잠시나마 연구원이 된 기분을 만끽했어요. 관능검사란 여러 품질을 인간의 감각에 의해 평가하는 제품 검사를 말해요. 내부적으로 개발한 김치에 대한 검사가 필요하거나, 외부에서 특정 김치에 대한 검사를 의뢰하면 세계김치연구소 관능검사실에서 시행하죠. 객관적인 검사를 위해 검사자는 분리된 각각의 자리에 앉고, 오류를 최소화하기 위해 곧바로 컴퓨터에 관능검사 자료를 입력합니다. 조그맣게 뚫린 창구 너머에 앉은 학생기자단이 “신기하다”며 연신 고개를 두리번거렸어요. 연구실을 짧게 둘러본 세 사람은 이 단장과 마주 앉아 본격적으로 김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죠.

가희: 김치를 전문으로 연구하는 연구원이 된 계기가 궁금해요.
예전에 호텔 셰프로 일했을 때 김치의 확장성에 매료됐어요. 예를 들면 불고기·비빔밥 같은 한식은 하나의 완성된 요리죠. 김치는 그 자체로 완성형이기도 하지만, 김치를 응용해 김치볶음밥·김치찌개 등 다른 요리를 만들어낼 수 있어요. 반찬도 되고 요리의 재료도 될 수 있다는 점에 끌리더라고요. 이곳에서 일하면서 한국 국가대표 식품인 김치를 연구한다는 자부심이 더욱 커졌어요. 전 세계적으로도 김치에 대해 연구하는 곳은 세계김치연구소가 유일하거든요. 우리가 하는 모든 연구는 세계 최초라는 점이 보람 있죠.
세계김치연구소가 2019년 영국 런던에서 ‘한국의 채식, 김치와 발효음식’이란 주제로 개최한 김치 전시·시식회에서 선보인 긴오이김치. 세계김치연구소

세계김치연구소가 2019년 영국 런던에서 ‘한국의 채식, 김치와 발효음식’이란 주제로 개최한 김치 전시·시식회에서 선보인 긴오이김치. 세계김치연구소

인아: 김치가 우리 몸에 좋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김치는 복합적인 식품이에요. 배추·무·고추 등 여러 식재료에 든 영양분이 합쳐져 다양한 맛과 영양을 갖췄죠. 주재료가 채소이기 때문에 식이섬유·비타민 등 영양분도 풍부하게 들었고요. 연구소에서 건강 기능성 연구를 많이 하는 이유도 김치가 갖는 기능성을 과학적으로 밝혀내기 위해서예요. 2019년에는 항암·항비만·파킨슨 뇌 질환 개선·비알코올성 지방간 개선·아토피 피부염 개선 등에 효과가 있는 기능성 김치 유산균을 개발해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10대 우수 연구성과에 선정됐죠. 코로나19 확산 이후 김치가 면역력을 높여준다는 연구 결과도 보고되고 있어요. 김치는 발효 과정에서 생기는 유산균으로 인해 항산화 성분이 풍부한데, 이는 염증 반응 억제를 유도해 코로나19 증상 완화에 효과적이라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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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원: 김치가 어느 정도 익었을 때 유산균이 가장 풍부한가요.
연구 결과 4℃에서 보관한다고 가정하면 김장김치를 열어 먹기 시작하는 시점, 즉 2주 정도 지났을 때 가장 유산균과 발효 산물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어요. 김치를 보관할 때 산소와 접촉을 차단하기 위해 밀폐 용기에 보관하고, 저온에서 냉장 보관하죠. 김치를 담근 초기에는 산소를 좋아하는 잡균이 번성했다 사라져요. 초기에서 중기로 넘어가며 류코노스톡이라는 유산균이 점점 늘어나고, 중기에 접어들면 와이셀라균이 생기죠. 두 유산균의 양이 절정에 달하면서 후기에 생성되는 락토바실러스균이 나타나기 시작할 때를 가장 유산균이 풍부한 시기로 봅니다.
가희: 굽거나 볶은 김치를 좋아하는데 조리 과정에서 영양소가 파괴되진 않나요.
많이들 궁금해하는 질문이에요(웃음). 죽은 유산균을 사균, 살아있는 유산균을 생균이라 해요. 김치 조리 시 유산균 생사 여부를 연구한 결과, 일부 유산균은 사균 형태로 남았죠. 신기한 건요. 사균일지라도 섭취했을 때 장내에서 긍정적 효과를 낸다는 거예요. 볶은 김치처럼 조리된 김치도 비슷한 효과를 보여요. 김치가 요리 재료로서도 훌륭하다는 증거죠.
세계김치연구소에서 개발한 김치 종균. 김치 종균은 김치가 균일한 맛·품질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다.

세계김치연구소에서 개발한 김치 종균. 김치 종균은 김치가 균일한 맛·품질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인아: 연구소에서 개발한 김치 종균은 어떤 역할을 하나요.
김치 종균은 김치의 맛과 품질을 유지해주는 역할을 해요. 김치를 담그는 사람에 따라, 지역에 따라, 시기에 따라 맛이 달라질 수 있는데, 종균은 그걸 일정하게 조율하죠. 김치 품질 유지를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이자, 맛을 일정하게 유지할 필요성이 있는 수출에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앞으로 더 활발히 연구가 이뤄져야 할 분야죠.
가희: 김치 스마트공장은 무엇이고, 손으로 담그는 김치와 맛의 차이점은 없는지 궁금해요.
스마트공장은 자동화를 뜻해요. 혹시 공장에서 김치 만드는 과정 본 적 있나요. 여러분 생각보다 많은 인력과 재료가 필요해요. 이런 인건비·재료비가 계속해서 늘어난다면 김치의 상품가를 일정하게 유지하기 힘들겠죠. 스마트공장은 일부 공정을 자동화해 상품 가격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일반적으로 김치 버무리는 과정에 가장 많은 인력이 드는데, 그 과정을 자동화했죠. 더 저렴한 가격에 좋은 김치를 먹을 수 있도록요. 전부 직접 담근 김치와 맛의 차이는 크지 않아요. 기계가 도입된다 하더라도 사람의 손길은 분명 필요하거든요.
연근의 아삭한 맛이 살아있는 연근김치(위 사진)와 버무린 해산물·과실을 보자기 모양의 배춧잎으로 싸서 익힌 해물보김치. 세계김치연구소

연근의 아삭한 맛이 살아있는 연근김치(위 사진)와 버무린 해산물·과실을 보자기 모양의 배춧잎으로 싸서 익힌 해물보김치. 세계김치연구소

인아: 김치미생물자원은행도 운영한다고요.
김치를 현미경으로 살펴보면 수많은 미생물이 있어요. 김치는 우리나라 국가대표 식품이잖아요. 이런 미생물을 국가 차원에서 자원화하기 위해 만든 게 김치미생물자원은행이죠. 은행에 돈을 저축하는 것처럼 김치 안의 미생물을 데이터화해 저장한 거예요. 은행에서 돈을 빌리듯 김치미생물자원은행에 저장한 김치 미생물을 외부에 분양해주기도 한답니다.
경원: 최근 중국과 ‘김치 전쟁’을 치렀는데, ‘파오차이’와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우리나라가 채소를 저장하기 시작하면서 김치 문화가 시작됐어요. 채소를 그냥 보관하는 것보다 소금에 절여 보관하면 더 오래가거든요. 여기에 다양한 양념·젓갈을 더해 지금 우리가 아는 김치가 탄생했죠. 중국의 파오차이와 비교하자면 발효되는 원리, 들어가는 재료가 완전히 달라요. 파오차이는 중국 사천 지역의 절임 채소인데, 소금이 아닌 절임 액에 담근 후 저장하죠. 또, 양념을 발라 숙성하는 김치와 달리 절인 채소를 꺼낸 뒤 따로 소스에 버무려 먹어요. 한국 김치의 가장 큰 특징은 소금·양념을 이용해 복합적으로 발효시킨다는 거예요.
배 속을 판 뒤 백김치를 말아 넣은 통배백김치는 특유의 시원한 맛이 특징이다. 세계김치연구소

배 속을 판 뒤 백김치를 말아 넣은 통배백김치는 특유의 시원한 맛이 특징이다. 세계김치연구소

경원: 김치의 대중화·세계화를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국내에서는 여러분 같은 청소년·젊은 층의 김치 소비가 줄고 있는 게 현실이에요. 어떻게 하면 김치 소비를 활성화할 수 있을까, 대중화할 수 있을까 연구하죠. 해외에서는 최근 한류 열풍 덕에 한식 소비가 늘고 있는데, 이런 흐름을 타고 김치를 알릴 방법에 대해 고민합니다. 세계화 방안부터 얘기하자면, 김치는 우리나라 브랜드잖아요. 김치를 알리는 건 결국 한국이란 나라를 알리는 행위이기 때문에 세계화는 중요할 수밖에 없어요. 우리나라에서는 김치를 그냥 음식이라고 생각하지만, 외국에서는 하나의 문화 상품으로 판단해요. ‘오징어 게임’을 단순 ‘드라마’라 부르는 것과 ‘K-콘텐트’라고 표현하는 것에 뉘앙스의 차이가 있는 것처럼, 김치 자체의 콘텐트화가 필요하죠. 과거에는 김치를 ‘마늘 냄새난다’ ‘이민자 음식이다’라며 거부하던 외국인들도 한류 영향에 의해 김치와 심리적 거리감이 많이 줄어든 상태거든요. 수출량이 2020년 85개국, 2021년 89개국 등 꾸준히 늘어났기 때문에 올해 90개국 이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합니다. 대중화 측면에서는요. 지난해 김치 수출이 사상 최대를 기록하며 2009년 이후 12년 만에 흑자를 냈다는 점이 고무적이죠. 우리가 음식점에서 먹는 김치 중 40%는 중국산이었어요. 그런데 최근 중국산 김치의 비위생적인 생산 공정 등이 밝혀지면서 수입량이 줄었고, 흑자 전환에 한몫했죠. 식당에 중국산 김치를 쓰지 말라고 강제할 수는 없어요. 대신 공짜로 제공되던 밑반찬을 필요한 만큼 돈을 지불하고 먹는 외식 문화를 만든다든지, 조금 비싸더라도 국산 김치를 소비할 수 있도록 여러 캠페인을 벌이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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