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머니랩 구독전용

"다시 공모주 청약이다"...숫자론 이해 안되는 공모가[앤츠랩]

중앙일보

입력

앤츠랩 구독자 sis0****@naver.com님이 상장을 앞둔 LG에너지솔루션과 현대엔지니어링을 알아봐달라고 게시판에 글을 남겨 주셨는데요. LG에너지솔루션은 1월 17일자 레터에서 다뤘고^^ 오늘은 LG엔솔 이후 다들 우루루 몰려갈 현대엔지니어링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현대엔지니어링이 지은 힐스테이트 광교. 사진 현대엔지니어링

현대엔지니어링이 지은 힐스테이트 광교. 사진 현대엔지니어링

현대엔지니어링은 2월 3~4일 공모주 청약 후 2월 15일에 상장할 예정인데요. 공모 희망가는 주당 5만7900~7만5700원으로 돼 있고, 1월 25~26일 기관투자자 수요 예측을 통해 공모가를 최종 확정할 계획입니다.

저 공모 희망가를 기준으로 보면 현대엔지니어링 시가총액은 4조6000억~6조500억원이 되거든요? 건설업종 1위인 현대건설(4조8000억원)을 제치게 된다는 얘긴데.. 일각에선 좀 과도한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어요. 현대엔지니어링은 국내 도급 순위 6위 정도인데, 공모 희망가 계산할 때 비교 대상을 글로벌 톱티어 건설그룹(막 포춘500에 들어가는 회사들)의 기업가치를 영업이익으로 나눠서 산출했거든요.

신세빈 앤츠랩 디자이너

신세빈 앤츠랩 디자이너

좀 과도해 보여도 업계에서 뻥치지 말라고 하진 않는 이유는 바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현대엔지니어링 지분 11.7%를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앤츠랩 현대오토에버 편, 현대글로비스 편, 현대모비스 편 을 읽으신 독자님들은 알고 계시겠지만, 현대차그룹은 국내 주요 대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순환출자 지배구조가 남아있어요.

결정적으로 현대자동차의 최대주주는 정의선 회장이 아니라 현대모비스란 말이예요. 그럼 정 회장이 현대모비스 지분을 많이 확보해야 하는데, 그게 되게 비싸잖아요. 정 회장은 최근 아버지 정몽구 명예회장과 함께 현대글로비스 지분 일부를 매각해서 둘이 합쳐 6000억원 정도를 마련했어요. 사람들이 현대엔지니어링에 관심을 갖는 건 기업가치나 적정 공모가보다 ▶오너 지분이 있고 ▶이 지분이 현대모비스 지분 사는 데 언젠가 활용이 돼야 하고 ▶그러려면 나름대로 주가 관리도 하고, 배당 같은 주주가치 제고에도 신경쓰지 않겠냐는 믿음이 작용하는 것 같습니다.

투르크메니스탄 욜로텐 탈황설비 플랜트. 사진 현대엔지니어링

투르크메니스탄 욜로텐 탈황설비 플랜트. 사진 현대엔지니어링

이쯤에서 궁금한 게 생기죠. 현대건설은 뭐고 현대엔지니어링은 뭐냐. 현대건설이나 현대엔지니어링이나 둘다 힐스테이트 아파트를 짓고 있어서 그 회사가 그 회사 같은데.. 실제로도 떼었다 붙였다를 한, 하나 같은 회사입니다. (회사 건물도 창덕궁 옆 앞 건물은 현대건설, 뒷 건물은 현대엔지니어링).

현대엔지니어링은 1974년 현대건설 기술사업부가 독립해 출범했고, 1999년 IMF 외환위기 때 현대건설과 합병했다가 2001년에 다시 분사했습니다. 현재는 두 회사 모두 현대차그룹 계열사이기도 하고요. 작은 아버지네 회사인 현대산업개발과는 별도입니다.

서울 종로구 계동 현대엔지니어링 사옥. 오른쪽은 현대건설 본사. 네이버지도 캡처

서울 종로구 계동 현대엔지니어링 사옥. 오른쪽은 현대건설 본사. 네이버지도 캡처

현대엔지니어링은 증권신고서에 플랜트 사업에 특화돼 있다고 했는데, 현대건설도 플랜트 사업을 합니다! 현대엔지니어링의 매출 비중은 플랜트 42.2%, 주택 45.7%, 자산관리 12.1%로 오히려 주택건설이 더 크네요. 현대차그룹 공사는 죄다 현대엔지니어링이 도맡아 하기도..

현대건설은 현대엔지니어링 지분 38.62%를 보유한 최대주주이기도 한데요. 만약 수주 경쟁이 심화한다거나, 현대건설이 힐스테이트 브랜드를 못 쓰게 한다거나, 공정거래법이 개정돼서 둘의 관계가 이상해진다고 하면 손해가 날 수도 있겠네요.

방글라데시 복합화력발전소. 사진 현대엔지니어링

방글라데시 복합화력발전소. 사진 현대엔지니어링

현대엔지니어링은 이번 공모 방식을 신주모집 25%, 구주매출 75%로 정했습니다. 주식시장에 상장을 하는 건 투자를 받아서 신사업 하는 데 쓰겠다, 이런 목적이 대부분인데… 구주매출 75%면 대부분의 돈이 기존 주주들한테 돌아가는 거잖아요?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상장!) 현대엔지니어링은 증권신고서에 뭐 무슨 이산화탄소 저감시장에 진출하겠다, 초소형원자로 사업을 하겠다고 써 냈는데 너무 가만 있다가 상장 즈음해서 신사업을 한다고 하니까 급조된 거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하여간 정의선 회장은 구주매출로 최소 3000억원을 확보하게 되고요. 여기에 정몽구 명예회장과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 기아가 가지고 있는 현대엔지니어링 구주매출도 생깁니다. 이러고 나서도 최대주주(현대건설)와 특수관계인(정의선 회장 등)이 보유하게 되는 지분이 70.5%이고, 6개월간 매각이 제한됩니다. 공모주 받은 사람들에겐 희소식. (그런데 6개월 지나면 파는 거 아냐?)

지하철 4호선 남양주(진접지구) 연장구간. 사진 현대엔지니어링

지하철 4호선 남양주(진접지구) 연장구간. 사진 현대엔지니어링

마지막으로 광주 화정아이파크 참사 관련해서 건설업종이 전체적으로 영향을 받고 있고 국토부 등 관계당국에서도 규제를 강화할 움직임이라 약간 긴장 상태입니다.

결론적으로 6개월 뒤:

의선이형~ 잘 부탁해요~

※이 기사는 1월 21일 발행한 앤츠랩 뉴스레터의 일부입니다. 건강한 주식 맛집, 앤츠랩을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