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딱이 단추 '딱' 소리에 번뜩…215억 찍고 600억 노리는 회사

중앙일보

입력 2022.01.24 06:00

업데이트 2022.01.24 14:33

이치헌 에이럭스 대표가 지난달 서울 노원구 에이럭스 연구소에서 중앙일보와 만나 사업 현황과 계획을 밝혔다. [사진 에이럭스]

이치헌 에이럭스 대표가 지난달 서울 노원구 에이럭스 연구소에서 중앙일보와 만나 사업 현황과 계획을 밝혔다. [사진 에이럭스]

‘45’. 전광판에 숫자가 뜨자 바퀴 4개 달린 로봇이 앞뒤·좌우로 움직이며 4와 5가 적힌 판 앞의 버튼을 차례로 눌렀다.

지난해 11월 서울·부산·대구·수원 등 국내 6곳과 중국·말레이시아에서 분산 개최된 ‘2021 프로로봇 챔피언십(PRC) 스피드터치 대회’ 모습이다. 학생들이 직접 조립해 만든 ‘로봇 선수’가 정해진 시간 안에 제시된 숫자를 순서대로 더 빨리 누르면 승리한다.

7년째 로봇 대회 열어…중국서도 참여

PRC 대회는 교육용 로봇 전문업체인 에이럭스가 2015년부터 개최해왔다. 학생들은 이 회사의 ‘프로보’ 로봇을 자유롭게 조립해 대회에 참가한다. 최근 서울 노원구 중계동 에이럭스 연구실에서 만난 이치헌(47) 대표는 “지난해 중국·말레이시아 학생이 참여하면서 국내 최대 로봇 대회에서 국제 대회로 발돋움했다”며 “대회 규모를 봤을 때 약 30만 명의 학생이 에이럭스 로봇을 구매해 학습하는 것으로 추산한다”고 말했다.

'2021 PRC 스피드 터치 대회' 모습. [사진 유튜브 캡처]

'2021 PRC 스피드 터치 대회' 모습. [사진 유튜브 캡처]

에이럭스의 주요 제품은 직접 개발·생산한 로봇 교구와 전용 소프트웨어, 학습 교재다. 로봇을 조립해 코딩 프로그램으로 작동하게 하는 ‘프로보 커넥트’ ‘프로보 테크닉’ 로봇, 코딩 교구인 ‘말랑말랑 코딩여행’ ‘네모 로봇’, 인공지능(AI) 교구인 ‘언플러그드 코딩로봇 비누’ ‘뉴로캠’이 있다. 주요 고객층은 초등학생과 중학생이다.

전국 3000여 개 초등학교에서 활용

제품군 중에서 프로보 커넥트(연결)는 가장 인기작이자 차별화한 기술 경쟁력을 보여주는 제품이다. 이 대표는 “보통 블록과 블록 사이 볼트 같은 추가 블록을 꽂아 잘 분리되지 않게 하는데 볼트 머리가 튀어나와 조립에 영향을 주는 단점이 있다”며 “프로보 커넥트는 이 부분을 보완해 최대한 적은 블록으로 형태를 유지하면서 쉽게 분해되지 않게 했다”고 설명했다. 또 조립할 때마다 ‘딱’ 소리가 나게 해 조립의 맛을 느낄 수 있다.

에이럭스는.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에이럭스는.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개발자들은 똑딱이 단추의 ‘딱’ 소리에 착안했다. 2년 넘게 설계와 실험에 매달린 끝에 로봇 조립 중 연결 핀을 회전할 때 딱 소리가 나도록 설계했다. 또 블록과 핀 간격을 0.1㎜ 단위로 조정해 수직 양력 10㎏까지 버틸 수 있게 했다. 이 대표는 “타사의 조립 블록과 비교해 고정력이 3~4배 강하다”고 말했다.

에이럭스는 2019년 교육용 로봇 전문업체 프로보와 합병하면서 기술 경쟁력을 키웠다. 상당수 에듀테크 기업이 존폐를 걱정한 코로나19 시기에도 4~5종의 신제품을 출시할 수 있었던 이유다. 이 회사는 로봇 설계와 AI 교육 알고리즘 특허 등 22건의 지식재산권(IP)을 보유하고 있다. 보유한 기술 특허로 학습자의 학습 패턴에 따라 최적의 커리큘럼을 제공한다.

학생·학부모·강사의 피드백을 개발 과정에 반영하는 것 역시 경쟁력이다. 시장의 니즈를 파악해 개발·출시까지 1년이 채 걸리지 않는다는 게 이 대표의 얘기다.

로봇을 조립해 코딩 작업으로 무선 작동하게 하는 에이럭스 '프로보 커넥트'. [사진 에이럭스]

로봇을 조립해 코딩 작업으로 무선 작동하게 하는 에이럭스 '프로보 커넥트'. [사진 에이럭스]

컴퓨터 없이 코딩 학습을 할 수 있는 에이럭스의 언플러그드 코딩 교구 '비누'. [사진 에이럭스]

컴퓨터 없이 코딩 학습을 할 수 있는 에이럭스의 언플러그드 코딩 교구 '비누'. [사진 에이럭스]

레고·유비테크에 대항하는 유일한 토종업체

에이럭스는 로봇 교구 시장의 후발주자지만 기술 차별화와 제품 확대를 통해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회사에 따르면 전국 초등학교의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2000여 개 학교에서 에이럭스 로봇을 활용해 코딩 교육을 한다. 서울만 보면 전체 초등학교의 절반에 달한다. 직접 교육한 외부 강사 수도 4500여 명이다.

이 대표는 “2000억원 규모의 국내 로봇 코딩 교육시장의 절반을 덴마크 레고 에듀케이션, 중국 유비테크, 미국 오조봇 등 외국계가 차지하고 있다”며 “에이럭스는 국내 업체 중 유일하게 국내 개발·생산이 가능하다. 외국 기업의 대항마로서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 자체 조사에 따르면 현재 시장점유율은 10% 수준으로 국내 업체 중 1~2위다.

에이럭스 실적 추이.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에이럭스 실적 추이.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넷마블도 주목 “해외 시장서 시너지 기대”
해외 진출도 진행 중이다. 2018년 중국 법인과 말레이시아 지사를 설립했으며 지난해 중국 난징성과 교육사업 수출 계약을 했다. 이 밖에도 24개국과 수출 협의 과정에 있다.

복지관·구청·주민센터 등에서 성인을 대상으로 한 디지털 역량 강화 교육도 한다. 최근에는 넷마블 등에서 프리시리즈 C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넷마블 측은 “에이럭스의 교육 역량과 넷마블의 IP·네트워크 간 시너지로 해외 시장에서도 폭발적 시장 확대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215억 매출, 내년 600억 목표”

이 대표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 재료공학과에서 학사·석사·박사 과정을 마친 뒤 LG CNS에서 글로벌 커머스 사업을 총괄하다 2015년 창업했다. “교육기업으로서 사회에 긍정적 영향을 하고 싶다”는 바람에서다.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은 215억여 원이었다. 이 대표는 “AI·드론 분야까지 제품군을 다양하게 늘리고, 성인 교육을 확대해 올해 450억원, 내년 6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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