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中 올림픽인데 ICBM 공개하나…평양 인근 열병식 준비 정황

중앙일보

입력

북한이 지난해 1월 14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제8차 노동당 대회를 기념해 개최한 열병식의 모습. [노동신문=뉴스1]

북한이 지난해 1월 14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제8차 노동당 대회를 기념해 개최한 열병식의 모습. [노동신문=뉴스1]

모라토리엄(핵실험 및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유예) 파기를 위협한 북한이 평양 인근 미림비행장 일대에서 열병식을 준비하는 정황이 포착됐다. 이번에 열병식을 개최하면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권 이후 열두 번째다.

열병식 '벼랑 끝 전술' 신호탄 되나

국정원은 21일 국회 정보위원회 위원장과 여야 간사 보고에서 올해 김정일 생일(2월16일·광명성절, 80주년)과 김일성 생일(4월15일·태양절, 110주년) 등을 전후로 열병식을 개최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군 정보당국도 "북한이 어느 시점에, 어떤 식으로 열병식을 진행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북한은 지난 19일 노동당 정치국 회의(8기 6차)에서 자신들이 취했던 신뢰구축 조치들을 전면 재고할 수 있다고 시사했는데, 열병식이 이런 모라토리엄 파기의 예고편이 될 수 있는 셈이다. 북한은 김정일 생일과 김일성 생일도 대대적으로 기념할 것이라고 밝혀 이를 계기로 한 도발 가능성도 점쳐진다.

국회 정보위 야당 간사인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브리핑에서 "국정원은 북한이 대치 국면 장기화를 염두에 두고 앞으로 무력시위와 담화전 등을 통해 긴장 정세를 조성하며 미국의 반응에 따라 추가 행동 수위를 검토할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북한이 당장 대북 제재로 이어지는 모라토리엄 파기에 곧바로 나서기보다는 열병식을 통해 신형 ICBM 등 전략무기를 공개하며 대미 압박에 나설 수 있다는 분석이다.

북한이 2020년 10월 노동당 창건 75주년을 맞아 진행한 열병식에서 공개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모습. [노동신문=뉴스1]

북한이 2020년 10월 노동당 창건 75주년을 맞아 진행한 열병식에서 공개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모습. [노동신문=뉴스1]

전문가들은 북한이 지난해 국방부문 '최우선 5대 과업' 중 하나로 제시한 '고체연료 엔진 ICBM'을 열병식에서 선보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선 북한이 지난 2020년 10월 열병식에서 처음 공개한 '화성-17형' 탄두부에 초대형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도록 변형한 ICBM을 공개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북한의 열병식 택일(擇日)도 관전포인트다. 정부 당국은 북한의 준비 상황 등을 고려할 때 이르면 오는 김정일 생일 전후에 열병식을 개최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이때가 베이징 겨울올림픽 기간(2월 4일~22일)과 겹치기 때문에 무력시위를 벌이는 데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내부 결속까지 이중 포석?

북한의 이번 열병식 준비가 대미 무력시위와 함께 대부 결속을 다지는 이중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이 새해 들어 네 차례 미사일을 발사한 데 이어 대미 강경 입장을 내놓은 것은 그만큼 내부 사정이 어렵다는 방증으로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4월 중국 접경도시 단둥과 북한 신의주를 잇는 북중우의교의 모습. 북한은 지난 16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차단을 위해 중단했던 북중 화물열차 운행을 재개했다. 박성훈 기자

지난해 4월 중국 접경도시 단둥과 북한 신의주를 잇는 북중우의교의 모습. 북한은 지난 16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차단을 위해 중단했던 북중 화물열차 운행을 재개했다. 박성훈 기자

북한은 지난 16일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2년 가까이 닫았던 북·중 국경 화물열차 운행도 재개했다. 최근 오미크론 변이가 확산세를 보이는 와중에도 국경 일부를 연 것은 방역을 위해 문 걸어 잠그고 버티던 기존의 봉쇄정책이 한계에 이르렀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북한이 김 위원장 집권 10년 차를 맞아 정치적 위상 강화를 위한 조치들을 취하지만, 실제 내부적으로 내세울 만한 성과가 뚜렷이 없는 상황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외교 소식통은 "김정은 정권이 경제난과 코로나19 등으로 국내적 도전에 직면한 측면이 있다"며 "열병식 등을 통한 군사력 과시로 주민들의 결속을 도모하려는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홀로서기 김정은, 선대 카드까지 

한편 북한은 최근 관영매체를 통해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등 선대의 업적을 찬양하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대한 충성심을 고취하는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는 김 위원장이 미국과의 정면대결을 장기전으로 여기며 내부 결속에 박차를 가하는 가운데 자신의 가장 큰 통치 기반인 '백두혈통'을 내세우며 통치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노동신문의 23일 '오직 한길만을' 제하 기사에서도 이런 분위기가 묻어났다. 신문은 "지난 10년간 우리나라의 국력이 비상히 높아지고 시련을 물리치며 역사의 기적들을 이루어낼 수 있었던 것은 수령님(김일성)과 장군님(김정일)께서 걸으신 주체의 한길을 이어 나가는 총비서 동지(김정은) 영도의 빛나는 결실"이라며 김 위원장의 백두 혈통을 강조했다.

올해 김일성 생일, 김정일 생일 등 중요 기념일이 정주년(5주년, 10주년 등 단위로 이른바 '꺾어지는 해')을 맞는 만큼 북한은 대대적 행사를 통해 선대의 업적을 찬양하고, 그들의 유훈을 이어받은 김정은 체제에 대한 충성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