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건들자 권영세 발끈…벌써 불붙는 재·보선 공천 화약고

중앙일보

입력 2022.01.24 05:00

업데이트 2022.01.24 16:41

지난 19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홍준표 의원이 만찬 회동을 한다는 소식이 알려졌을 때만 해도 국민의힘에선 ‘대선 원팀’ 가동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막상 회동 뒤에는 홍 의원이 3월 재·보선과 관련해 서울 종로엔 최재형 전 감사원장, 대구 중·남구엔 이진훈 전 대구 수성구청장을 각각 전략공천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한 사실이 알려져 당내 파장을 불렀다. 윤 후보 주변에선 홍 의원을 겨냥해 “구태 정치”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지난해 11월 5일 국민의힘 대선 경선 결과 발표를 기다리는 윤석열(오른쪽) 후보와 홍준표 의원. 국회사진기자단

지난해 11월 5일 국민의힘 대선 경선 결과 발표를 기다리는 윤석열(오른쪽) 후보와 홍준표 의원. 국회사진기자단

3월9일 대선과 함께 실시될 5곳의 국회의원 재·보선은 야당 입장에서 대선과 맞물려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할 지역구가 많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준석 대표가 이미 ‘공천은 대표의 고유 권한’이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윤석열 후보 측이 공천 문제를 방관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권영세 사무총장이 홍준표 의원의 전략공천 요구에 발끈한 것만 봐도 공천 문제가 매끄럽게만 진행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안팎에선 서울 종로를 전략공천 지역으로 묶는 것엔 대체로 공감대가 있다. ‘정치 1번지’라는 상징성이 크고, 더불어민주당이 어떤 카드를 내느냐에 따라서 맞춤형 공천을 해야 할 필요성도 크기 때문이다. 문제는 서울 서초갑, 경기 안성, 대구 중·남구, 충북 청주 상당 등 나머지 4곳이다. 이준석 대표는 지난 21일 “종로를 제외한 4곳은 오픈프라이머리(경선)로 후보자를 뽑겠다”고 밝혔지만 ‘당무 우선권’을 가진 윤석열 후보의 생각에 따라 후보 선출 방식이 달라질 수도 있다.

지난해 10월 15일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 일대일 맞수토론 전 포즈를 취하고 있는 유승민(오른쪽) 전 의원과 원희룡 전 제주지사. 뉴스1

지난해 10월 15일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 일대일 맞수토론 전 포즈를 취하고 있는 유승민(오른쪽) 전 의원과 원희룡 전 제주지사. 뉴스1

종로 후보로는 유승민 전 의원과 원희룡 전 제주지사, 최재형 전 감사원장 등 윤 후보의 경선 경쟁자들과 대중성을 갖춘 나경원 전 의원 등이 거론된다. 당선되면 당권 경쟁에 나설 수 있는 이들 중 나 전 의원과 원 전 지사는 윤 후보와 가까운 반면 경선 뒤 잠행하고 있는 유 전 의원은 윤 후보와 거리가 멀다. 민감한 문제인 만큼 이들 중 어느 누구도 공개적으로 출마 의사를 밝힌 사람이 없다. 외려 “정권교체에 집중해야 한다”(최재형 전 원장)거나 “이미 (출마)하고 싶은 분들이 많다”(나경원 전 의원)며 말을 아끼고 있다. 게다가 만에 하나 야권 후보 단일화가 성사될 경우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에게 내줄 카드 중 하나로 종로 공천이 거론되기도 한다.

대구 중·남구는 17대 총선 이후 늘 당내 계파 갈등의 영향을 받던 곳이다. 그런 까닭에 중·남구 지역구가 생긴 이래 곽성문(17대)·배영식(18대)·김희국(19대)·곽상도(20대)까지 총선 때마다 지역구 의원이 계속 바뀌었다. 곽 전 의원이 21대 총선 때 모처럼 재선에 성공했지만 ‘대장동 사건’ 연루 의혹으로 자진 사퇴를 하면서 이번에 새 의원을 뽑게 됐다.

중·남구는 이번에도 윤석열 후보 측근으로 분류되는 김재원 최고위원, 대선 경선 과정에서 홍준표 의원과 각을 세우고 윤 후보를 지지한 이인선 전 경북부지사, 홍 의원 스스로 “내 사람”이라고 칭한 이진훈 전 수성구청장 등이 경쟁하고 있다. 당내에선 “홍 의원이 대구시장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는 말도 나오고 있는 만큼 누가 공천받느냐에 따라 홍 의원의 당내 입지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지난해 연말 사면·복권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윤 후보의 관계 개선 여부에 따라 박 전 대통령의 측근인 유영하 변호사의 출마 시나리오가 제기되기도 한다.

지난 6일 갈등을 빚던 국민의힘 윤석열(왼쪽) 대선 후보와 이준석 대표가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포옹하고 있는 모습. 김경록 기자

지난 6일 갈등을 빚던 국민의힘 윤석열(왼쪽) 대선 후보와 이준석 대표가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포옹하고 있는 모습. 김경록 기자

서울 서초갑은 이미 갈등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전희경 전 의원을 당협위원장으로 임명하는 과정에서 이준석 대표와 권성동 전 사무총장 간에 잡음이 빚어졌고, 25개 서울 자치구 중 유일한 국민의힘 소속이던 조은희 전 서초구청장이 당협위원장 도전을 위해 사퇴를 할 때도 당 지도부가 만류하는 등의 혼선이 있었다. 이곳은 정미경 최고위원까지 출마 의사를 내비치고 있어 교통정리가 쉽지 않다. 게다가 윤 후보 측근 그룹에선 “윤 후보가 당선될 경우 정책을 뒷받침할 인사가 공천받아야 한다”는 기류도 강하다.

청주 상당에선 과거 지역구 의원이던 정우택 전 의원과 20대 총선 때 낙선한 윤갑근 전 대구고검장 등이 예비후보로 등록했고, 경기 안성에선 김학용 전 의원 등이 출전 채비를 차리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르면 2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재·보선 공천관리위원장 인선 문제를 논의하기 시작해 빠르면 설 연휴 전에, 늦어도 설 연휴 직후에 공관위 구성을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후보자 등록은 다음달 13~14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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