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김정하의 시시각각

정권교체 민심은 단일화를 원한다

중앙일보

입력 2022.01.24 00:50

업데이트 2022.01.24 0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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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김정하 기자 중앙일보 정치디렉터

5년 전 대선은 투표함을 열기도 전에 당선자가 이미 결정 난 듯한 분위기였다. 2017년 5월 4일자 중앙일보 1면엔 여론조사 공표 금지를 앞두고 언론사들이 발표한 최종 여론조사 6개의 결과가 요약돼 있다. 지지율 평균을 내면 문재인 후보 40.0%, 홍준표 후보 17.4%, 안철수 후보 18.8%, 유승민 후보 4.6%였다. 모든 여론조사에서 홍ㆍ안 후보의 지지율을 합쳐도 문 후보에 못 미쳤다. 당시 보수진영은 패배감에 젖어 후보 단일화조차 포기하고 벼랑 끝을 향해 달려갔다.

2017년 대선 당시 여론조사 공표금지 기간을 앞두고 발표된 최종 여론조사 결과

2017년 대선 당시 여론조사 공표금지 기간을 앞두고 발표된 최종 여론조사 결과

그런데 막상 개표해 보니 실제 득표율은 문 후보 41.1%, 홍 후보 24.0%, 안 후보 21.4%, 유 후보 6.8%였다. 탄핵과 촛불의 영향으로 숨어있는 보수표가 많을 것이란 여론 전문가들의 예상이 적중한 것이다. 만약 당시에 ‘홍준표+안철수’의 단일화가 이뤄졌더라면, 거기에 유 후보까지 합세했더라면 역사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뒤늦게 보수진영에선 탄식이 터져 나왔지만 이미 셔터는 내려진 뒤였다.

이번 대선에서도 똑같은 일이 생기지 말란 법이 없다. 지금 모든 여론조사에서 정권교체론이 정권연장론보다 훨씬 높지만, 막상 후보 지지율은 여야가 접전이다. 17~19일 KBS-한국리서치 조사에서 정권교체론은 54.5%, 정권연장론은 38.2%였으나 후보 지지율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34.5%,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33.0%,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12.9%였다. 이 조사에서 윤 후보 지지층의 96.2%, 안 후보 지지층의 73.3%가 정권교체를 희망했다. 윤 후보나 안 후보나 똑같이 정권교체 민심이 지지 기반인데 야권 후보가 분열돼 있으니 자연히 이 후보에게 기회가 열리는 형국이다.

윤석열(오른쪽)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5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열린 '2022 중소기업인 신년 인사회'에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오른쪽)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5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열린 '2022 중소기업인 신년 인사회'에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래서 정권교체 민심은 후보 단일화를 강하게 요구한다. 위 조사에서 정권교체 지지층의 65.4%가 윤석열-안철수 후보의 단일화에 찬성한 반면, 단일화 반대는 31.0%에 그쳤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정권연장 지지층은 71.8%가 윤-안 단일화를 반대했고 16.7%만 찬성했다. 16~17일 JTBC-글로벌리서치 조사에서도 정권교체 지지층에서 66.2%가 단일화를 지지했고, 25.1%만 반대했다. 정권연장 지지층에선 69.1%가 반대하고 18.5%만 찬성했다.

윤-안 후보가 지지층의 후보 단일화 요구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건 지금의 지지율이 온전히 후보 개인에게 귀속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이재명 후보를 포함해 현재의 여야 후보 지지율은 후보 개인의 자질ㆍ매력ㆍ리더십이 창출한 것이라기보다, 특정 진영이 어떻게든 정권을 바꾸기 위해(혹은 어떻게든 정권을 연장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밀어주는 도구적 측면이 훨씬 크다.  윤-안 후보는 야권이 힘을 합치라는 정권교체 민심 앞에 겸손할 필요가 있다.

야권 후보 단일화가 요구되는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만약 누가 자력으로 당선된다고 해도 원만한 국정 운영을 위해 다른 쪽의 도움이 필수적이어서다. 국민의당 의석이 3석밖에 안 되는 안 후보는 말할 것도 없고, 윤 후보도 106석의 국민의힘만으론 역부족이다. 야권이 정권교체에 성공하면 보수와 중도의 권력연합이 필연적이다. 과거 DJP(김대중+김종필) 연합은 양 지지층의 성향이 워낙 이질적이어서 태생적 한계가 뚜렷했다. 반면에 윤 후보와 안 후보 지지층은 상당히 동질적이다. 윤-안 후보는 상호 공존을 모색해야 할 관계지 대립할 이유가 없다.

지난해 4월 4일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반포 새빛둥둥섬에서 열린 '한강변 시민과 함께 걷기 행사'에서 오세훈(오른쪽)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만나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지난해 4월 4일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반포 새빛둥둥섬에서 열린 '한강변 시민과 함께 걷기 행사'에서 오세훈(오른쪽)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만나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일각에선 후보 단일화 과정의 기술적 어려움 때문에 단일화가 불가능하다고 전망한다. 하지만 보수진영은 이미 지난해 4월 서울시장 보선에서 오세훈-안철수 후보의 단일화를 성사시켜 선거를 압승으로 이끈 경험이 있다. 후보 본인들이 확고한 의지만 있다면 단일화 해법은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권력의 속성상 주변에선 독자노선을 권고할 가능성이 크지만, 민심에 호응하는 후보가 잘못된 길로 갈 일은 없다.

김정하 정치디렉터

김정하 정치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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