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리셋 코리아

1기 신도시 재개발, 스마트시티로 가야

중앙일보

입력 2022.01.24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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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경제금융연구실장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경제금융연구실장

연초부터 3기 신도시 사전 청약 열기가 뜨겁다. 정부는 수요자가 빠르게 공급을 체감할 수 있게 사전 청약 물량을 확대하고 있다. 올 한 해는 지구 지정, 보상, 사전 청약 등 3기 신도시 사업 진행으로 바쁠 것이다. 3기 신도시뿐 아니라 도심복합사업 등 수도권 곳곳에서 주택 공급이 추진되고 있다. 시급한 양적 공급에 주력하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장기적 공간 트렌드다. 인구 감소, 도심 집중, 대면 수요의 급감 등 코로나19 이후 공간 이용의 변화를 누구나 느끼고 있다. 현재와 같은 확장 일변도의 공간 이용 방식이 미래 사회에 부담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주택 가격 급등과 사회적 갈등 확대 등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기 위해 주택 공급도 늘려야 하고 중장기적 도시 공간 구조도 고민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수도권 1기 신도시를 30년 만에 다시 바라보자.

산발적 정비 아닌 도시단위 접근이
주택 문제와 미래 공간 동시 해결

1기 신도시는 신도시의 대명사이지만, 이제 더는 젊지 않다. 분당 시범단지는 작년부터 재건축이 가능한 경과 연수 30년을 넘었다. 일산·평촌·산본은 올해부터, 중동은 내년부터 재건축이 가능한 단지가 생긴다. 5개의 1기 신도시는 1980년대 후반 주택 가격 급등에 대응해 200만 호 주택 공급 정책으로 추진되었다. 2021년 말 현재 아파트만 28만 호이며 수도권 아파트 중 5%에 달한다. 91년부터 입주가 시작되었고 92~95년엔 매년 4만 호에서 7만 호가 넘는 아파트가 입주, 96년 일단락됐다.

이를 역산하면 올해부터 재건축이 가능한 단지가 급증해 2026년이 되면 대부분의 1기 신도시 아파트가 경과 연수 30년을 넘는다. 최근 주택 가격 불안은 절대적 물량 부족보다는 수요자가 원하는 인프라와 품질을 갖춘 아파트 부족 문제에 기인한다. 1기 신도시는 베드타운이라는 오래된 비판을 받았지만, 지난 30년간 수도권의 양호한 주거지로 자리매김해왔다. 1기 신도시 노후화를 방치하면 양질의 주택 재고의 빠른 감소로 수도권 주택시장에 부담이 될 것이다. 지금도 주차 부족, 상하수도 부식, 층간 소음 등 노후화에 따른 불편이 커 주거 만족도가 낮아지고 있다.

우리나라 도시 개발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1기 신도시는 이제 도시 정비와 주택 정비의 방향성을 보여줘야 하는 의무를 지닌다. 화성 동탄, 성남 판교 등 2·3기 신도시는 1기 신도시가 제시한 길을 따라갈 것이다. 1기 신도시는 단지 단위의 산발적 정비가 아니라 미래 공간 수요에 대응한 스마트시티로 도약해야 한다. 수요가 감소한 교육 시설과 공공 청사를 재편하고 지하와 지상 공간의 복합 활용을 통해 도시 공간을 효율화시켜야 한다. 도시 공간 단위의 재편은 수도권 핵심지에서 스마트시티를 구현할 수 있게 할 것이다. 도시 단위의 정비를 통해 28만 호에 달하는 노후 주택을 스마트홈으로 교체하고 추가적인 주택 공급을 달성해야 한다. 밀도 상향을 통한 추가 공급과 대형 평형 재조정을 통한 추가 공급 모두 가능하여 예상보다 순증 효과가 클 것이다. 이미 정부는 서울 도심 개발에 용적률 인센티브를 부여했다. 추가 주택 공급과 인프라 성능 향상 재원 확보라는 명분을 생각하면 1기 신도시 고밀 개발의 당위는 충분하다.

일부 사업성이 있는 단지에서 정비가 시작되면 도시 차원의 접근은 힘들어질 것이다. 리모델링·재건축 등 현행 정비 수단별 산발적 진행에 따라 주택시장의 혼란과 국지적 불안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지금부터라도 ‘1기 신도시 스마트시티화’라는 도시 단위 계획을 바탕으로 순환식 개발이 논의돼야 한다. 새로운 개발지를 통한 수요 대응도 중요하지만, 오래된 개발지인 1기 신도시가 현재의 주택 문제와 미래의 공간 수요를 동시에 해결하는 열쇠임을 기억하자.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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