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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분수대

치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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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최현주 기자 중앙일보 기자
최현주 생활경제팀 기자

최현주 생활경제팀 기자

“그게 맛있냐?” “응, 치킨이잖아. 우리 담탱이(담임선생님)가 그러데. ‘치킨은 서민이다’. 가격이 안 올랐으면 좋겠어. 아빠한테 얻어먹는 거 안 미안하게.” 영화 ‘극한직업’ 속 주인공인 고반장과 그의 딸이 나누는 대사다.

한국인의 치킨 사랑은 각별하다. 치킨을 ‘치느님’(치킨+하느님) ‘치멘’(치킨+아멘)으로 부른다. ‘치맥’(치킨+맥주)은 한국을 대표하는 K푸드로 자리 잡았고 ‘1인 1닭’이 어색하지 않다. 명실공히 한국 대표 서민 음식이다.

그런데 이 서민 음식조차 맘 편히 먹기 퍽퍽하다. 가격이 오르더니 치킨 한 마리가 2만원이다. 삼겹살 한 근(600g)보다 비싸다. 3인 가족이 1인 1닭이라도 하면 훌쩍 6만원이다. 한우(400g)도 사 먹을 수준이다. 비단 치킨만이 아니다. 고기·야채는 물론이고 우유·과자·커피·된장까지 값이 오르지 않은 품목을 찾기 어려운 지경이다.

물가가 치솟는 이유는 복합적이지만, 크게 공급과 유통으로 나눌 수 있다. 치킨은 가축 전염병 등으로 닭고기 공급량이 줄면 가격이 오를 수 있다. 한국육계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도계(도축한 닭) 평균 가격(9·10호)은 ㎏당 3340원이다. 10년 전인 2012년(3564원)보다 되레 6.7% 싸다.

그렇다면 인건비·배달료 등 운영비 부담이다. 올해 국내 최저임금은 9160원으로,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보다 6.6% 올랐다. 현 정권이 들어선 2017년보단 41% 상승했다. 여기에 배달비 부담이 커졌다. 배달 매출은 배달 중개업체·앱에 중개수수료·배달비를 지불해야 해 매장(포장) 매출보다 이익이 적다. 2만원짜리 치킨을 팔아도 실제 손에 쥐는 것은 1만6000원 수준이다. 그런데 매출에서 배달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진 데다 배달비도 오르고 있다.

정부도 이런 상황을 인지했다. 그런데 빼 든 카드가 ‘배달비 공개’다. 매달 1회 배달비 현황을 조사해 공개하는 방식이다. 의아하다. 이미 주문할 때 배달비가 얼마인지 알고 있는데 말이다. 배달비가 오르는 이유는 수요가 공급보다 많아서다. 배달 기사가 많아지면 된다. 일본처럼 인력난인 업종에 대해 인건비를 지급하는 ‘취업 지원’을 할 수 있다. 이미 국내 육체 직무의 주요 인력인 외국인 노동자 입국 방안 마련도 좋다. 단발적인 지원금 지급보단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 치킨이라도 편하게 먹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