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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시총 반토막, 두달만에 715조원 사라졌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3면

비트코인 시가총액(시총)이 두 달 반 사이 6000억 달러(약 715조원) 증발하며 반 토막 났다.

글로벌 암호화폐 정보업체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23일 오후 2시 비트코인의 가격은 3만5206달러(약 4198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해 몸값이 가장 비쌌던 11월 11일(6만8623달러)과 비교하면 48.7% 급락했다. 같은 기간 시가총액은 1조2256억 달러에서 6667억 달러로 쪼그라들었다.

내리막길 걷는 비트코인 가격

내리막길 걷는 비트코인 가격

비트코인은 한국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에서도 같은 시각 연초(5791만원)보다 25% 내린 4352만원에 거래 중이다.

비트코인 가격 약세의 배경은 복합적이다. 우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를 비롯한 주요국 정부의 ‘긴축 시계’가 빨라지고 있다.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각국 중앙은행들이 시장 예상보다 빠르게 돈줄 죄기에 나섰다. 여기에 ‘디지털 금(金)’으로 불리며 가치 저장 수단의 역할을 해왔던 비트코인의 가격이 최근엔 기술주 주가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커졌다. 실제 인플레이션 피난처로 여겨졌던 암호화폐가 위험자산인 주식처럼 가격이 오르내리고 있다. 참고로 지난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나스닥 지수는 전날보다 2.72% 하락한 1만3768.92에 장을 마감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나스닥 지수의 주간 하락 폭(-7.6%)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초기인 2020년 3월(-12.6%) 이후 가장 컸다.

암호화페 정보업체 ‘카이코’의 클라라 메달리 수석연구원은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암호화폐는 국제 정책의 변화 등에 반응하고 있다”며 “유동성 수도꼭지가 잠기면 두 자산(암호화폐와 증시) 모두 변동성이 심화해도 놀랍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각국의 규제도 비트코인 몸값을 끌어내리는 요인이다. 러시아는 지난 20일(현지시간) 암호화폐의 채굴, 발행, 거래 등을 전면 금지하는 보고서를 공개했다.

러시아(11%)는 미국(35.4%)과 카자흐스탄(18.1%)에 이은 세계 3위의 암호화폐 채굴량을 자랑한다. 보고서가 공개된 다음 날 비트코인의 가격은 10% 넘게 빠졌다. 미국도 이르면 다음 달 암호화폐 관련 대책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비트코인의 가격이 폭락하자 엘살바도르는 지난 22일(현지시간) 비트코인 1500만 달러(약 178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엘살바도르는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채택한 곳이다. 나입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SNS)에서 “비트코인 410개를 추가 매수했다”며 “싼값에 (비트코인을) 파는 사람들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비트코인 미래 가격을 두고 전문가들의 전망은 엇갈린다. 토드로웬스틴유니온뱅크의 수석 자산전략가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비트코인의 가격 흐름은 과거 거품이 쌓인 후 꺼졌던 다른 자산들과 비슷한 흐름을 보인다”며 “유동성 국면이 줄어들면 암호화폐처럼 과대평가된 투기자산은 손해를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대 의견도 있다. 암호화폐 대출 플랫폼 ‘넥소’의 안토니트렌체브 대표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암호화폐) 자산 가격의 매도 움직임이 더욱 커지면 Fed가 투자자의 불안을 줄이기 위해 구두(verbally)로 개입할 것”이라며 “그 시점에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 자산 가격은 반등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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