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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시공 여파…“보고 사자” 아파트 후분양제 목소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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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광주광역시 아파트 외벽 붕괴 사고 이후 ‘선시공 후분양제’를 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입주 시기를 맞추기 위한 무리한 공기 단축을 막을 수 있고, 수요자가 아파트의 품질을 직접 확인한 후 선택이 가능한 후분양의 장점이 부각된 것이다.

김헌동 서울주택도시공사(SH)사장은 지난 17일 “후분양을 하게 되면 광주 아이파크 같은 부실로 인한 문제가 생기지 않고, 공기에 쫓겨 동절기에 무리한 공사를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부동산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인생에서 가장 비싼 상품을 사는데 도면만 보고 결정하는 게 말이 되느냐” “이번 광주 사고가 후분양제의 필요성을 증명했다” 같은 글이 올라오고 있다.

아파트 분양은 시점에 따라 크게 ‘선분양’과 ‘후분양’으로 나뉜다. 선분양은 아파트 완공 전 분양한 뒤 수분양자(입주 예정자)가 내는 계약금과 중도금 등으로 공사비를 충당하는 방식이다.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선분양제는 과거 수도권 인구 유입 증가에 따른 주택 공급 부족 문제를 해소하는 데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부실시공 문제가 터질 때마다 후분양제의 도입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됐다. 후분양은 건물 골조공사 등 건축 공정을 60~80% 이상 진행한 이후 분양하는 방식이라 선분양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 후분양제는 지난 2017년에도 정부 차원에서 논의된 적이 있다. 화성 동탄2신도시·향남2지구 등 부실시공 문제가 국정감사 과정 등에서 지적되면서 당시 국토교통부는 공공분양주택 후분양 공급 등 후분양 활성화 대책을 내놓았다. 이후 집값 폭등의 주원인으로 주택 공급 부족이 꼽히면서 정부의 ‘후분양’ 장려는 사실상 유야무야됐다.

이번 광주 사고로 후분양이 다시 부실시공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급부상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후분양도 장단점이 분명한데, 막연한 ‘환상’이 있다”고 말한다. 후분양제가 주택 품질을 담보하는 절대 조건이 아니라는 의미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실제로 ‘하자’라고 불리는 사안들은 마감공사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한다”면서 “이 같은 문제를 80% 정도의 공정 수준에서 발견하기는 어렵고 중대 결함도 소비자가 현장을 보고 쉽게 알 만한 사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후분양 논의보다 건설업의 고질적 병폐를 바로잡는 게 우선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이번 광주 사고와 같은 문제는 공사 현장에 대한 현장 감리 강화, 불법 재하도급 금지 등 확실한 재발 방지 대책을 통해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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