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새벽 2시까지 설전…이재명 “서울 48만호 추가, 첫 주택에 LTV 90%”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3일 오전 경기도 의왕시 포일 어울림센터에서 부동산 공약 발표를 마치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3일 오전 경기도 의왕시 포일 어울림센터에서 부동산 공약 발표를 마치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숫자는 단순하지만, 이 결론 만들어내기 위해 극심한 내부 논쟁, 치열한 검토, 고민이 있었다”  

23일 경기권 매타버스(매주 타는 민생 버스) 출발지점에서 부동산 공급 대책 발표에 나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산통(産痛)부터 소개했다. 그 뒤엔 이어진 건 거듭된 사과였다. 90도로 허리를 숙였다 편 이 후보는 “국민의 걱정 없는 삶을 만드는 것은 정치의 책임인데도 주거 문제로 국민 여러분께 고통을 안겨드렸다”며 “부인할 수 없는 정책 실패이자 더불어민주당의 일원이자 대통령 후보로서 또다시 고개 숙여 사과드리고 변명하지 않고 무한 책임을 지겠다”고 말했다.

그런 뒤 이 후보는 ‘이재명표’ 신규 공급 계획 105만호를 발표했다. 이 후보는 “그동안 정부는 206만호가량의 공급계획을 발표했다. 이재명 정부는 여기에 서울 48만호, 경기·인천 28만호, 타 지역 29만호 등 105만호를 더해 총 311만호를 공급하겠다”며 “주택 공급가격을 반값까지 대폭 낮추겠다”고 목표를 밝혔다. 지난 8월 당내 경선 과정에서 발표한 250만호보다 60만호가량 늘어난 규모다.

특히 부동산값 폭등의 최대 피해지역인 서울에는 기존 정부계획인 59만호에 48만호를 더해 총 107만호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김포공항 주변(8만호) ▶용산공원 부지 일부와 주변 미군 반환부지 (10만호) ▶태릉·홍릉·창동 등 국공유지(2만호)▶1호선 지하화(8만호) 등을 통해 공공택지를 추가 공급하고 재개발·재건축 활성화 등을 통해 20만호 정도의 공급 물량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발표에서 그간 선대위 내부의 뜨거운 감자였던 ‘김포공항 이전’, ‘성남 서울 공항 이전’ 등 파격적 택지 발굴 계획은 자취를 감췄다

새벽 2시까지 격론…. 막판 李, 직접 서울 공급 물량 키워

부동산 정책의총 준비하는 송영길 윤호중 김용민. 연합뉴스

부동산 정책의총 준비하는 송영길 윤호중 김용민. 연합뉴스

지난달 19일 이 후보의 주문에 따라 선대위 산하에 ‘수도권 부동산 공급특위’(유동수 단장)가 꾸려진 이후 선대위 내부에선 “메가 이슈를 터트려야 한다”(송영길 당 대표 등)는 입장과 “부동산은 관리형 이슈”(강훈식 전략본부장·윤후덕 정책본부장 등)라는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 왔다.

이 후보가 언급한 산통의 절정은 이날 새벽이었다. 22일 오후 5시에 시작된 선대위 정책본부의 마지막 화상회의는 이날 새벽 2시까지 이어졌다. 이미 공급특위가 지난 18일 ‘공급대책 가안’을 제출한 이후 10번 이상의 재수정 작업을 거친 뒤였다. 선대위 정책라인 관계자는 “공급특위는 초안에서 서울 추가 공급 계획을 ‘51~55만호’로 잡았지만 윤후덕 본부장이 20만호로 대폭 축소할 것을 주문하면서 최종 회의까지 신경전이 치열했다”고 전했다.

최종 회의에는 밤 11시 무렵 이 후보도 직접 접속했다. 공급 규모는 물론, 발표 방식과 장소까지 모두 쟁점이 됐다. 당초 선대위는 지난달 혼합 현실(MR) 기술을 접목한 발표 방식을 고려해 시연까지 마쳤지만 최종적으론 ‘경기 의왕’이란 임의 장소에서 브리핑 방식이 채택됐다. 실무 관계자는 “파워포인트(PPT) 방식과 성명문 방식을 두고도 발표 직전까지 논쟁이 계속됐지만 결국 가장 건조한 성명문 방식으로 가기로 했다”고 전했다.

선대위 핵심관계자는 “부동산 문제를 깜짝쇼로 접근하면 오히려 진정성을 의심받을 수 있다는 주장에 후보가 수긍한 결과”라고 말했다. 대신 이 후보는 택지 후보지의 상황을 일일이 점검하며 수도권 공급 물량을 최대한 끌어올렸다고 한다. 한 회의 참석 인사는 “서울권 의원들의 반발로 김포공항 주변 개발의 목표치가 크게 축소되자 이 후보가 직접 조율에 나섰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선 이 후보도 “김포공항 일대 신규 공급이 20만호가 가능하냐를 두고 우리 선대위가 아주 오래 고민했는데, 세부적 조정들이 남아 있지만, 주변 녹지·유휴 부지 통해 김포공항을 존치하면서도 충분히 20만호 정도가 공급 가능하다는 판단이 됐다”고 직접 설명했다. 다만 이 후보는 “김포공항 존치 여부에 대해선 계속 검토할 계획”이라고 여지를 남겼다.

李, “청년들이 주택문제로 고통받는 것은 기성세대 때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해 11월 6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청년주택 '장안생활'를 방문, 입주 청년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해 11월 6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청년주택 '장안생활'를 방문, 입주 청년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표’ 공급 계획은 수도권과 청년 민심 구애를 위한 장고의 결과였다. 선대위 핵심 관계자는 “선대위 내부에선 집값 문제는 우회하는 게 답이라는 주장도 적지 않았지만 수도권과 2030 민심 이반의 원인이 된 집값 문제에 설득력 있는 대안을 내놔야 한다는 후보의 고집이 작용했다”고 말했다.

공약엔 파격적인 청년층 우대 조치도 포함됐다. ▶시세보다 절반 저렴한 ‘반값 아파트’ ▶생애 최초 주택 구매자에 대한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최대 90%까지 인정 ▶공급물량 30% 무주택 청년 우선 배정 ▶용산공원 인근은 전량 청년 기본주택으로 개발 등의 내용이다. 선대위 정책라인 관계자는 “청년층에 공급할 ‘반값’ 아파트는 계약금 정도만 갖고 있으면 나머지 전액은 은행 대출로 마련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라고 덧붙였다.

공약 발표 후 기자들과 만난 이 후보는 “청년들이 주택 문제로 고통받는 건 기성세대 때문”이라며 “혼자 겪는 고통을 상쇄하기 위해 청년에게 우선권이나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