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터진 '재판거래 의혹'…'사법개혁' 외친 이탄희·이수진 침묵

중앙일보

입력 2022.01.23 18:19

업데이트 2022.01.23 19:12

성남시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의 핵심인 김만배(56·화천대유 대주주)씨가 은수미 성남시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을 맡은 대법원을 상대로 “(대법원이 시장직) 임기를 채워줄거야”라며 로비를 시도한 정황이 담긴 녹취록이 공개된 데 따른 파장이 커지고 있다.

야권에선 ‘재판거래’ 의혹으로 규정하며 해명을 요구했지만, 은 시장의 소속인 더불어민주당은 별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특히 이탄희, 이수진 의원 등 지난 정권 대법원의 사법행정권 남용(‘사법농단’) 의혹 규탄에 앞장선 뒤 2020년 총선에 당선됐던 법관 출신 의원들마저 침묵을 지키며 “사법개혁도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은수미 성남시장이 2020년 10월 16일 수원고법에서 열린 파기환송심에서 벌금 90만원 확정 판결을 받아 당선무효 위기에서 벗어났다. [연합뉴스]

은수미 성남시장이 2020년 10월 16일 수원고법에서 열린 파기환송심에서 벌금 90만원 확정 판결을 받아 당선무효 위기에서 벗어났다. [연합뉴스]

은수미 성남시장 재판에… 김만배 "당선무효 아닐 정도만"

21일 한국일보가 보도한 김만배씨와 정영학(54·천화동인 5호 소유주) 회계사, 이성문 화천대유 대표의 2020년 3월 13일 대화 녹취록에 따르면, 김씨는 "조금 힘써서 (은 시장이) 당선 무효형 아닐 정도로만 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 대표도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다했다. 기여도 많이 했는데"라고 덧붙였다. 같은 해 3월 31일에도 김씨는 "대법원 가면 (은 시장은) 100% 당선 무효일 거야. 그런데 임기는 채워줄 거야"라고 말했다.

대법원은 2020년 7월, 은 시장의 2심 재판에서 검찰의 항소이유서의 문제점을 들어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당시 대법원은 원심의 유죄 판단(차량·운전기사 형태로 정치자금 불법수수)은 그대로 인정했지만, 검사의 항소이유서에 구체적 내용이 기재되지 않았다는 일종의 절차상 하자를 파기환송 근거로 들었다.

2심에서 당선무효형인 벌금 300만 원을 선고받은 은 시장은 이후 2020년 10월 파기환송심에서 벌금 90만원 형이 확정돼 시장직을 유지했다. 당시에도 대법원이 정치자금 수수 사건 본질이 아닌 이유로 은 시장에게 면죄부를 줬다는 비판이 있었다.

은 시장은 이와 관련 “김만배씨를 모른다”는 입장을 밝혔다. 성남시는 별도로 정영학 녹취록에서 언급된 오리역 LH사옥 부지 및 하나로마트 부지 개발 사업과 관련해 “현재까지 LH오리사옥, 하나로마트 또는 그 대행자로부터 지구단위계획(변경) 요청 등이 성남시로 제안된 사실이 없다”고 해명했다.

김만배 화천대유 자산관리 대주주 [뉴시스]

김만배 화천대유 자산관리 대주주 [뉴시스]

야당 "재판거래 비판도 내로남불"

더불어민주당은 관련 입장을 일절 내지 않고 침묵하고 있다. 이에 국민의힘은 “사법농단을 외치던 민주당이 지금은 왜 아무 말이 없느냐”며 비판했다. 최지현 국민의힘 선대위 수석부대변인은 23일 “’재판거래’라는 단어를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던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왜 은수미 시장의 재판거래 의혹에 침묵하나”라며 “민주당식 내로남불의 전형”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이탄희 의원, 이수진 의원 등 판사 출신 의원들의 침묵에 시선이 쏠린다. 두 사람은 박근혜 정부 때 양승태 대법원이 상고법원 도입 로비를 위해 강제징용 피해자 손해배상 소송 상고심 선고를 지연시켰다는 내용의 재판거래 의혹을 적극 비판한 바 있다. 이들은 2020년 7월 대법원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선거법 상고심을 무죄로 파기하기 전후 김만배씨와 권순일 전 대법관이 만남을 가진 사실이 드러났을 때도 침묵을 지켰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이탄희·이수진 의원은 사법개혁을 앞세워 국회의원에 당선됐는데,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선택적 비판을 한다면 사법개혁마저 정치적 도구로 활용했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탄희 의원은 현재 민주당 선대위 사법개혁특위 부위원장을 맡고 있다.

이에 대해 이수진 의원은 "(은수미 시장 관련 의혹은) 잘 모르는 내용"이라고 답했다. 중앙일보는 이탄희 의원에게도 연락을 취했지만, 이 의원은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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