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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715조원 증발, 두 달새 반토막…Fed 긴축 빨라진 탓?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비트코인의 수난시대가 계속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이 긴축적인 통화정책을 예고하면서, 투자 자금이 암호화폐 시장에서 달러화 등 안전자산으로 이동하는 탓에 거래 가격과 시가총액이 ‘반 토막’ 났기 때문이다. [사진 셔터스톡]

비트코인의 수난시대가 계속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이 긴축적인 통화정책을 예고하면서, 투자 자금이 암호화폐 시장에서 달러화 등 안전자산으로 이동하는 탓에 거래 가격과 시가총액이 ‘반 토막’ 났기 때문이다. [사진 셔터스톡]

비트코인 시가총액(시총)이 두 달 반 사이 6000억 달러(약 715조원) 증발하며 반 토막 났다. 세계 각국의 긴축 행보에 투자 심리가 위축되면서 비트코인 가격이 ‘심리적 마지노선’인 4만 달러 선이 깨진 영향이다.

글로벌 암호화폐 정보업체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23일 오후 2시 비트코인의 가격은 3만5206달러(약 4198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해 몸값이 가장 비쌌던 11월 11일(6만8662달러)과 비교하면 48.7% 급락했다. 같은 기간 시가총액은 1조2256억 달러에서 6667억 달러로 쪼그라들었다.

비트코인은 한국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에서도 같은 시각 연초(5791만원)보다 25% 내린 4352만원에 거래 중이다. 지난해 11월 8일 연고점(7664만원) 대비 두 달 반 만에 3312만원 하락했다.

내리막길을 걷는 비트코인 가격.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내리막길을 걷는 비트코인 가격.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연초 비트코인 가격이 맥을 못 추는 데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를 비롯한 주요국의 ‘긴축 시계’가 빨라지고 있어서다. 각국의 중앙은행이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시장 예상보다 빠르게 돈줄 죄기(기준금리 인상)에 나서자 암호화폐 시장에 몰렸던 자금이 달러 등 안전자산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얘기다.

‘디지털 금’이 기술주와 동조화?

최근 3개월간 비트코인 시가총액 추이.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최근 3개월간 비트코인 시가총액 추이.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최근 글로벌 전문가들은 ‘디지털 금(金)’으로 불리며 가치 저장 수단의 역할을 기대했던 비트코인이 기술주 주가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상황을 주목하고 있다. 한동안 인플레이션 피난처로 꼽던 암호화폐가 위험자산인 주식처럼 가격이 내려가고 있기 때문이다. 기술주는 미래가치가 현재 주가에 반영되는 특성이 있어 금리 변화에 민감하다.

지난 21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나스닥 지수는 전날보다 2.72% 하락한 1만3768.92에 장을 마감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른 나스닥 지수의 주간 하락 폭(-7.6%)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초기인 2020년 3월(-12.6%) 이후 가장 높았다.

암호화페 정보업체 ‘카이코’의 클라라 메달리 수석연구원은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암호화폐는 국제 정책의 변화 등에 반응하고 있다”며 “유동성 수도꼭지가 잠기면 두 자산(암호화폐와 증시) 모두 변동성이 심화해도 놀랍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암호화폐 시장을 죄어오는 각국 규제도 비트코인 몸값을 끌어내리는 요인이다. 러시아는 지난 20일(현지시간) 암호화폐의 채굴, 발행, 거래 등을 전면 금지하는 보고서를 공개했다. 러시아(11%)는 미국(35.4%)과 카자흐스탄(18.1%)에 이은 세계 3위의 암호화폐 채굴량을 보유한 국가다. 보고서가 공개된 다음 날 비트코인의 가격은 10% 넘게 급락했다.

미국도 이르면 다음 달 암호화폐 관련 대책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블룸버그 통신은 22일(현지시간) 복수의 익명 소식통을 인용해 “이르면 다음 달 발표될 조 바이든 행정부의 행정명령 초안엔 암호화폐가 불러일으키는 경제적, 제도적, 안보적인 위협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고 보도했다.

엘사바도르, 비트코인 410개 매수 

비트코인의 가격이 폭락하자 엘사바도르는 지난 22일(현지시간) 비트코인 1500만 달러(약 178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엘사바도르는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채택한 곳이다. 나입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SNS)에서 “비트코인 410개를 추가 매수했다”며 “싼값에 (비트코인을) 파는 사람들이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코인값이 쌀 때 지금이라도 투자하는 게 현명할까. 하지만 비트코인 미래 가격을 두고 글로벌 전문가들의 전망은 엇갈린다. 토드 로웬스틴 유니온뱅크의 수석 자산전략가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비트코인의 가격 흐름은 과거 거품이 쌓인 후 꺼졌던 다른 자산들과 비슷한 흐름을 보인다”며 “유동성 국면이 줄어들면 암호화폐처럼 과대평가된 투기자산은 손해를 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와 달리 하락세가 지속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는 전문가도 있다. 암호화폐 대출 플랫폼 ‘넥소’의 공동창업자 안토니트렌체브 대표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암호화폐) 자산 가격의 매도 움직임이 더욱 커지면 Fed가 투자자의 불안감을 줄이기 위해 구두(verbally)로 개입할 것”이라며 “그 시점에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 자산 가격은 반등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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