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내가 반기업? 그럼 박용만 나랑 안 놀아줬을 것"

중앙일보

입력 2022.01.23 17:41

업데이트 2022.01.23 18:49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지난 14일 서울 동대문구에 있는 재단법인 ‘같이 걷는 길’의 사무실에서 박용만 전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만나 한국 경제의 현안과 미래에 대한 대담을 나눴다. 유튜브 캡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지난 14일 서울 동대문구에 있는 재단법인 ‘같이 걷는 길’의 사무실에서 박용만 전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만나 한국 경제의 현안과 미래에 대한 대담을 나눴다. 유튜브 캡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3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만문명답(박용만이 묻고 이재명이 답하다)’ 2부 영상에서 “규제 장벽, 면허 제도 등 기득권을 지키고 경쟁을 저해하는 부분을 최대한 풀어내겠다”며 “기득권 세력의 저항 강도는 그다지 세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박용만 전 대한상공회의소 회장과 14일 서울 동대문구에 있는 재단법인 ‘같이 걷는 길’의 사무실에서 경제 정책에 관한 대담을 나눴다. 21일 공개된 1부 영상에선 한국 경제의 현안 과제에 관해 대화했고, 23일 올라온 2부 영상에선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과제를 주로 다뤘다. 대담은 박 전 회장이 경영계에서 제기되는 문제의식을 이 후보에게 던지고 이 후보가 답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① 李 “의료·교육 분야 집단 이기주의 작동 어려울 것”

박 전 회장은 “한국 경제가 저성장 국면을 돌파하기 위해 서비스업을 고도화해야 한다”며 “대한상의 회장을 하는 8년 동안 서비스발전기본법을 통과시켜달라고 부탁했지만 지나치게 정치적인 경계심만 갖고 규제는 전혀 풀리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 후보는 “창의, 혁신, 효율을 제고하는 것을 방향으로 삼고 공무원이 관리하기 편하려고 만들어 놓은 규제는 최대한 풀겠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 교육 등은 워낙 이해관계가 많이 충돌해서 예민한 분야이지만 서비스 고도화 대상에 포함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 전 회장은 “경험상 과연 그게 가능할지 걱정이 된다”며 “부적격자를 막기 위해 만들었던 진입 장벽, 예를 들어 면허 제도 등이 이제는 새로운 산업의 등장을 막는 기득권이 된 경우가 많은데 이걸 완화하자고 하면 저항이 크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후보는 2019년 경기지사로서 계곡·하천 정비사업을 한 경험을 들며 “합리적인 의견을 수용하지 않으면 강제로 관철할 수도 있다는 전제로 접근하면 웬만해선 대화로 문제 해결이 가능했다”며 “민도가 높아진 사회에서 과거처럼 집단 이기주의가 작동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썩은 고목을 베어야 새로 나무가 자랄 수 있다”며 “그걸 하라고 리더를 뽑고 권한을 부여했는데 하지 않으면 직무유기”라고 말했다.

② 李 “대기업과 중소기업 힘의 불균형 교정 필요”

규제 혁파에는 한 목소리를 냈지만 대기업 중심의 경제 구조에 대해선 두 사람의 관점이 달랐다. 박 전 회장은 “과거 정부들이 대기업의 확장을 통제하려는 노력을 많이 했다”며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관계가 있다 보니 그걸 통제하는 가운데 전체 경제 생태계의 역동성이 떨어져 버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후보는 “내가 보는 입장에선 대기업 중심의 기득권화가 문제의 원인”이라고 반박했다. 이 후보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에 힘의 불균형에서 오는 문제, 각종 편법과 부당한 내부거래 등이 국내 모든 산업에 피라미드처럼 쌓여있다”며 “이걸 교정을 하려고 시도를 좀 하면 엄청난 저항이 따라서 그 개혁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대기업이 자본주의 시장 질서에서 자기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걸 비난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며 “시장 질서를 제어할 정치와 행정이 책임을 다하지 못했던 것이기 때문에 이를 바로잡겠단 것”이라고 말했다.

③ 李 “내가 반기업? 그럼 박용만 나랑 안 놀아줬을 것”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지난 14일 서울 동대문구에 있는 재단법인 ‘같이 걷는 길’의 사무실에서 박용만 전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만나 한국 경제의 현안과 미래에 대한 대담을 나눴다. 유튜브 캡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지난 14일 서울 동대문구에 있는 재단법인 ‘같이 걷는 길’의 사무실에서 박용만 전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만나 한국 경제의 현안과 미래에 대한 대담을 나눴다. 유튜브 캡처

대담의 말미에 박 전 회장은 “이 후보가 친기업적이란 건 내가 누구보다 잘 안다”며 “잘 모르는 사람들은 이 후보가 좌파적 이념이나 분배주의에 지나치게 몰입한 정치인이란 우려를 하는데 이에 대해 한마디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 후보는 “내가 출신이 소년공, 인권 변호사이고 이명박, 박근혜 정부와 심하게 충돌했기 때문에 좌파 이미지가 좀 심하다. 소위 종북몰이도 많이 당해서 일반 대중들에게는 내가 반기업 정서를 갖고 있을 것이라고 각인된 거 같다”며 “내가 진짜 노동자 편만 들고 기업 활동에 저해가 되는 방식의 분배를 강요했다면 (박 전 회장이) 같이 안 놀아줬을 거 아니냐”고 말했다.

영입설 돌던 박용만…선대위 “대담으로 간접 지원”

이 후보와 박 전 회장의 대담은 지난해 12월 25일 유튜브 채널 ‘삼프로tv’에서 나눈 경제 정책 관련 대담의 후속편 성격으로 기획됐다. 선대위 공보국 관계자는 “박 전 회장이 기업인이면서도 개혁적 성향이 있어 적절하다는 공감대가 있었다”며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직접 전화해 섭외했고 흔쾌히 받아줬다”고 말했다. 코너명인 만문명답은 지난해 9월 유튜브 채널 박영선TV에 공개된 ‘선문명답(박영선이 묻고 이재명이 답하다)’을 변형한 것이라고 한다.

박 전 회장은 고(故)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과 각별했던 관계 등 때문에 민주당 내에선 재계의 대표적 우군으로 분류되곤 한다. 이 후보와 박 전 회장도 이 후보가 경기지사일 때부터 직접 연락을 주고받는 사이라고 한다. 이 후보는 20여년 간 의료시설 용지로 방치돼 온 두산그룹의 분당구 정자동 땅 9936㎡의 용도를 2015년 업무시설이 들어설 수 있게 변경해 주면서 이곳에 지어질 신사옥에 두산 계열사 7개를 유치한 것을 자신의 ‘친기업’ ‘실용’의 성과로 내세우곤 했다. 이 후보는 지난해 3월엔 자신의 페이스북에 ‘존경하는 어떤 기업인의 이야기’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박 회장의 책 『그늘까지도 인생이니까』를 소개했다.

선대위 핵심 관계자는 “선대위는 애초에 박 전 회장을 후원회장으로 모시려 했고, 당 차원에선 영입 시도도 계속해 왔다”며 “본인이 고사한 끝에 택한 간접 지원 방식이 이번 대담”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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