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라늄 54% 급등, 사면초가 韓…"돈 있으면 되는 시대 끝났다"

중앙일보

입력 2022.01.23 17:25

업데이트 2022.01.23 18:50

공급망 불안에 주요 원자재 가격이 치솟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가려져 있던 지정학적 리스크가 다시 불거져 나오는 데다, 각국의 자원 확보전도 치열해 지고 있어서다.

소요 사태에 우라늄 54% 급등

우라늄 가격.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우라늄 가격.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23일 한국자원정보서비스(KOMIS)는 지난 14일 우라늄 가격이 파운드(lb)당 46.50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1년 전인 지난해 1월 29일 우라늄 가격(30.18 달러/lb)보다 약 54% 올랐다.

사용처가 원자력 발전에 한정된 우라늄은 가격 변동이 비교적 작다. 이런 우라늄 값까지 뛰는 이유는 최근 불안한 공급망 때문이다. 앞서 우라늄 가격은 지난해 9월 한 차례 올랐다. 탄소 중립 중요성이 커지자 유럽과 중국을 중심으로 원전 수요가 늘어날 조짐을 보여서다. 이후 가격은 다소 진정 추세를 보였지만, 이번 달 카자흐스탄에서 소요 사태 발생하면서 값이 다시 상승하기 시작했다. 카자흐스탄은 전 세계 우라늄 생산의 40%를 차지한다.

우라늄이 원료인 국내 원전의 연료 단가도 최근 소폭 오르는 추세다. 전력통계정보시스템은 올해 1월 평균 원전 연료 단가가 킬로와트시(kWh) 당 6.36원으로 지난해 1월(6.11원/kWh)보다 3.9% 올랐다고 했다. 단가 상승 폭이 크진 않지만 절대 가격은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01년 10월 이후 가장 높다. 우라늄 가격은 시차를 두고 연료 단가에 반영하기 때문에 단가는 앞으로 더 오를 수 있다. 한수원 관계자는 “국내 사용 우라늄은 전부 장기계약으로 들어오기 때문에 가격 상승이 일시적으로 그치지 않고 장기적으로 이어지면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겨울철 대표적 난방 연료인 LNG(천연액화가스) 가격도 동절기 수요 증가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위험에 연일 고공행진이다. 실제 23일 전력통계정보시스템은 이번 달 LNG 연료 단가가 t당 108만8024.12원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월(45만2553.76원/t)보다 약 140.4% 급증한 수치다.

4차산업 핵심 소재 쟁탈전

니켈 가격.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니켈 가격.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공급망 불안은 4차 산업혁명으로 수요가 늘어난 핵심 자원의 가격도 끌어올리고 있다. 2차전지 주요 소재인 니켈과 리튬이 대표적이다. 20일 런던금속거래소(LME)는 니켈 가격이 t당 2만3900 달러를 기록하며, 지난해 1월 25일(1만8240/t) 가격 보다 약 31.0% 올랐다고 했다. 탄산리튬 가격도 13일 기준 312.50 위안화/㎏으로 지난해 1월 4일 가격(48.5 위안화/㎏)에 비해 약 544.3% 급등했다. 두 원자재 모두 2011년 이후 역대 최고가다. 최근 전기차 수요 증가에 따라 2차전지 소재 수요가 늘어난 영향이다.

리튬 가격.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리튬 가격.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각국의 자원 확보전이 치열해지는 것도 공급망 불안을 부추긴다. 2019년 니켈 원광 수출을 중단한 인도네시아는 올해는 석탄 수출까지 막아섰다. 자국에서 사용할 자원이 모자란다는 이유였다. 여기에 최근 조코 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알루미늄 원재료인 보크사이트 수출까지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단순히 자원을 수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자국 내에서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만들어 되팔겠다는 의도다. 호주와 갈등을 겪고 있는 중국은 지난해 말 석탄을 원료로 만드는 요소 수출을 제한하면서 국내 운송업계가 타격을 입었다.

“정부 해외자원개발 다시 나서야”

포스코가 인수한 아르헨티나 염호의 수산화리튬 생산 데모플랜트 공장. 사진 포스코

포스코가 인수한 아르헨티나 염호의 수산화리튬 생산 데모플랜트 공장. 사진 포스코

공급망 리스크가 커지자 국내 기업들은 자원 확보에 직접 나서고 있다. 단순한 수입 다변화 노력만으로는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가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포스코는 호주 리튬광산 기업인 필라바 미네랄스와 계약을 맺고 수산화리튬을 만드는 데 쓰는 리튬 광석을 연간 31만5000t 공급받기로 했다. 앞서 포스코는 2018년 인수한 아르헨티나 염호에서도 누적 매출액 약 35조원을 올릴 수 있는 리튬을 확보했다고 밝힌 바 있다. LG에너지솔루션도 지난 12일 호주 광산업체 ‘라이온타운’과 2024년까지 리튬 광석을 70만t을 공급받기로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런 민간 기업 차원의 자원 확보 노력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비용이 많이 들고 실패 가능성이 높은 자원개발 특성상 정부의 보증 없이는 사업 진출 자체가 쉽지 않아서다. 한국은 이명박 정부 시절 해외자원개발을 본격 추진했었지만, 다음 정부에서 실패한 정책으로 지적받으면서, 사실상 지원이 끊긴 상황이다.

강천구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는 “자원 부국들이 자원을 무기화하면서 돈만 있으면 어디서든 자원을 구할 수 있는 시대는 끝났다”면서 “정부가 공급망 안정을 위해서 해외자원개발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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