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설계도면 속 39층 주목했다…현산이 털어놔야 할 비밀

중앙일보

입력 2022.01.23 16:43

업데이트 2022.01.23 16:50

23일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동 신축 아파트 붕괴사고 현장에서 대형 크레인을 이용해 거푸집과 145m 높이의 타워 크레인 해체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23일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동 신축 아파트 붕괴사고 현장에서 대형 크레인을 이용해 거푸집과 145m 높이의 타워 크레인 해체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현대산업개발 신축 아파트 붕괴사고 원인을 수사 중인 경찰이 콘크리트 타설 중량을 높인 무단 설계변경의 배경으로 39층부터 바뀐 ‘하중 지지구조’에 주목하고 있다.

경찰, "구조적 문제점 발견"

23일 광주경찰청 수사본부 관계자는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설계도면 등을 토대로 파악한 결과, 붕괴 건물 38층과 PIT층(여러 관이 지나가는 층)을 넘어 39층으로 건물이 올라가면 기둥(하중 지지대) 위치가 바뀌는 구조적 문제점이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39층 위부터 바뀐 하중(빨간 선)을 지지하려 39층 바닥 타설량을 늘렸다 붕괴사고로 이어진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1일 붕괴한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동 신축 아파트 건물 타설일지. [사진 건설노조 광주전남본부]

경찰은 39층 위부터 바뀐 하중(빨간 선)을 지지하려 39층 바닥 타설량을 늘렸다 붕괴사고로 이어진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1일 붕괴한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동 신축 아파트 건물 타설일지. [사진 건설노조 광주전남본부]

실제 건설노조 광주·전남본부가 공개한 타설일지상 39층엔 게스트하우스, 40~42층엔 엘리베이터·기계실·물탱크실이 각각 예정돼 있다. 해당 층엔 공간 구획에 필요한 기둥이 들어선다. PIT층까지 쭉 이어진 하중 지점이 바뀌는 것이다. 이를 보완하려고 39층 바닥 일부를 당초 계획(15㎝)보다 두꺼운 35㎝로 콘크리트를 타설했고, 이 점이 붕괴 원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게 경찰의 판단이다.

15㎝→35㎝ 타설 왜?

경찰 관계자는 “38층까지는 (벽과 기둥이) 반듯하게 올라가는데 39층부터는 게스트하우스나 화단 등 주민편의시설이 계획돼 벽의 위치가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예를 들자면 A4 용지 위에 (그보다 작은) A5 용지 크기의 건물을 추가로 세우는데 바닥을 뚫고 하중을 견뎌줄 기둥이 없어 바닥을 두껍게 깔았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지난 22일 오전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붕괴 건물 39층 슬라브를 받치고 있는 피트층 내부의 모습. 뉴스1

지난 22일 오전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붕괴 건물 39층 슬라브를 받치고 있는 피트층 내부의 모습. 뉴스1

해당 아파트 붕괴 사고는 지난 11일 발생했다. 23층부터 38층까지 외벽 쪽 구조물이 붕괴했는데 사고 당시 39층 높이에서 콘크리트 타설 작업이 이뤄지고 있었다. 일부 바닥 면의 타설 두께가 늘어난 만큼 하중이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붕괴 건물엔 무량판 공법이 사용됐다. 하중을 지탱하는 수평 기둥인 ‘보’가 없는 대신 바닥(슬래브)과 건물에 설치된 기둥이 무게를 견디는 방식이다.

그런데도 관할 구청 모르게 해당 건물의 일부 설계구조가 변경되기까지 했다. 광주 서구청에 따르면 현대산업개발은 무너진 건물 39층 당초 바닥을 거푸집 방식을 사용, 15㎝ 두께로 콘크리트를 타설하기로 한 사업계획을 제출해 승인받았다. 하지만 경찰이 확보한 설계 도면에서는 39층 바닥 일부가 35㎝ 두께로 ‘무지보’(데크 플레이트·Deck plate) 방식으로 타설하는 설계 구조 변경이 확인된다고 한다. 무지보 공법은 콘크리트 타설 등 작업에서 동바리(지지대) 대신 상층부 하중을 넓은 판 형태의 받침대로 버티는 방식이다. 경찰은 이 부분도 수사 중이다.

사고 전 사라진 36~38층 동바리

광주 서구 화정동 HDC현대산업개발 아이파크 아파트 신축공사현장 붕괴 사고 12일째인 22일 오전 붕괴 된 아파트 현장 옥상 일부가 무너져있다. 뉴시스

광주 서구 화정동 HDC현대산업개발 아이파크 아파트 신축공사현장 붕괴 사고 12일째인 22일 오전 붕괴 된 아파트 현장 옥상 일부가 무너져있다. 뉴시스

현대산업개발이 39층의 바닥을 계획보다 두껍게 타설하면서도 왜 36~38층의 ‘동바리’를 제거했는지도 의문이다. 동바리는 상층부 콘크리트가 완전히 굳기 전 하층부에 설치하는 지지대다. 상층부를 떠받치면서 붕괴 위험을 낮추는 용도다. 붕괴 사고 뒤 모 건설사가 낸 사고원인 보고서를 보면 “시공 하중이 초과해도 동바리 등 존치 시 안전성이 확보되나 현장의 기술적 판단 부족으로 철거한 것으로 추정됨”이라는 분석이 나와 있다.

경찰은 39층 바닥 타설 때 최소 36층부터 38층까지 3개 층에 동바리가 설치돼 있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붕괴한 건물의 동바리 해체 작업에 투입됐던 A씨는 중앙일보에 “37층 동바리를 사고 3일 전 제거했고, (기준보다) 빨랐던 것도 맞다”라면서 “시공과 해체 모두 현대산업개발 측이 하자는 대로 따르기 때문에 원청에서 모든 이유를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입 닫은 현산…관계자 조사 언제쯤?

지난 22일 오전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신축공사 붕괴사고 현장 내부가 잔해로 뒤덮여 있다. 뉴스1

지난 22일 오전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신축공사 붕괴사고 현장 내부가 잔해로 뒤덮여 있다. 뉴스1

경찰은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들을 상대로 사실관계를 확인할 방침이다. 과실 여부에 대해서도 수사하고 있다. 하지만 붕괴 사고 현장에서 실종 근로자 5명을 찾기 위한 수색이 이어지고 있고, 경찰이 붕괴 건물로 진입할 수 있는 안전조차 확보되지 않아 현장 감식은 난항을 겪고 있다.

현대산업개발은 39층 바닥 타설을 두껍게 한 이유와 동바리 제거 유무에 대해 “수사 중인 사안이기 때문에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편 정부는 23일 고용노동부와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소방청 등 관계기관으로 구성된 중앙사고수습본부를 운영키로 했다. 중수본은 실종자 수색과 현장 수습, 피해 지원 등을 총괄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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