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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G로도 구현 가능한데"…'이방원 말' 제작진 처벌 가를 변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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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KBS 대하 사극 '태종 이방원'에서 배우가 낙마하는 모습이 촬영되고 있는 모습. [사진 동물자유연대 인스타그램]

KBS 대하 사극 '태종 이방원'에서 배우가 낙마하는 모습이 촬영되고 있는 모습. [사진 동물자유연대 인스타그램]

KBS의 사극 ‘태종 이방원’ 제작 과정에서 벌어진 동물 학대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동물권 단체가 드라마 제작진 등을 경찰에 고발하면서 수사가 진행될 예정이며 촬영 담당자 등의 처벌 가능성도 법조계 일각에서 거론되고 있다.

와이어 걸어 넘어진 말…학대 논란

동물 학대 논란은 드라마 7화 중 배우가 낙마(落馬)하는 장면에서 불거졌다. 촬영팀이 말의 발목 부분에 와이어를 묶어 앞으로 넘어지게끔 유도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다. ‘동물권행동 카라’가 이를 공개했고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동물 학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KBS는 드라마 2주 연속 결방 결정 및 재발 방지 등 입장을 밝히며 사과했지만, 논란의 불씨는 꺼지지 않았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올라온 대책 마련 촉구 글은 23일 기준 13만명 이상의 동의를 받았다. 고소영·김효진 등 배우들이 우려의 목소리를 냈고 성악가 조수미는 ‘강력 처벌’을 촉구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이 논란을 언급했다.

[사진 동물권행동 '카라' 인스타그램 캡처]

[사진 동물권행동 '카라' 인스타그램 캡처]

동물보호법 위반 고발…고의성이 관건

카라 및 동물보호연합 등이 촬영 책임자 등을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면서 서울 마포경찰서와 영등포경찰서가 고발장을 검토하고 있다.

방송 촬영 과정에서 동물을 다치게 하거나 죽게 했을 때의 처벌에 대한 법조계의 분석도 이어지고 있다. 동물보호법은 질병 치료·예방 목적 외에 도구나 약물 등의 물리적·화학적 방법을 사용해서 동물에 상해를 입히는 것을 금지하고, 이를 위반하면 징역형 또는 벌금형에 처하도록 한다. 아울러 도박·광고·오락·유흥 등의 목적으로 동물에게 상해를 입히는 행위 또한 금지한다. 동물보호연합은 “미국에서는 1939년 이후로 와이어를 이용해 말을 넘어뜨리는 촬영 기법은 금지돼 있다”고 고발장에 적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학대의 ‘고의성’ 입증이 처벌 여부를 가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드라마 제작·촬영진 측이 말을 다치게 하려는 목적이나 의도가 없었고, 촬영 중 발생한 사고·과실이었음을 주장할 경우 처벌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드라마 제작을 위한 촬영 목적에서 벌어진 일이라며 형법상 ‘업무로 인한 행위, 기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는 벌하지 않는다’는 정당행위 주장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동물보호연합 등 동물보호단체가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태종 이방원' 드라마 동물학대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동물보호연합 등 동물보호단체가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태종 이방원' 드라마 동물학대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CG 구현도 가능, 정당행위 될 수 없어”

동물권 단체 등에서는 단순 사고로 볼 수 없으며 촬영진이 말의 부상·죽음을 미필적(未必的)으로 알 수 있었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동물권행동 카라 최민경 정책행동팀장은 “말이 심각한 부상을 입거나 심지어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상황임을 알고도 계획적으로 연출한 학대 정황을 (촬영진이) 단순히 사고로 취급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경현 법무법인 정향 변호사는 “말의 체중 등을 고려했을 때 촬영 담당자들은 말이 심각하게 다칠 수 있고 죽음에까지 이르게 될 수 있음을 미필적이나마 알 수 있었을 것”이라며 “동물보호법 위반죄에 해당할 여지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또 컴퓨터그래픽(CG)의 발전 등에 비춰보면 ‘정당행위’에 대한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 변호사는 “현재의 기술력에 비춰보면 낙마 장면은 CG로도 충분히 구현할 수 있었다”라며 “실제로 말을 넘어뜨리는 것 외에 다른 수단이나 방법이 없었다는 ‘정당행위의 보충성 요건’은 충족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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