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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피 수혈한 벤투호 ,가자 카타르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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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몰도바와 A매치 평가전 도중 손을 높이 들어 작전 지시하는 파울루 벤투 감독. [사진 대한축구협회]

몰도바와 A매치 평가전 도중 손을 높이 들어 작전 지시하는 파울루 벤투 감독. [사진 대한축구협회]

파울루 벤투(54·포르투갈)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이제껏 대표팀 공격을 사실상 손흥민(30·토트넘)·황의조(30·보르도)·황희찬(26·울버햄턴) 등 해외파 삼총사에 의존해왔는데, 상황이 달라졌다. 믿고 쓸 만한 ‘K리그산 신형 무기’가 대거 추가돼 전술과 선수 구성 모두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레바논전·시리아전 앞두고 이스탄불 이동 #손흥민·황희찬 공백 국내파로 메울지 관심

 축구대표팀은 오는 27일과 다음 달 1일 각각 레바논과 시리아를 상대로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7·8차전을 치른다. 이란(승점 16점)에 이어 조 2위(14점)인 한국이 두 경기에서 1승1무 이상을 거두면 남은 일정에 상관없이 자력으로 10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한다.

 팀 분위기도 좋다. 이달 터키 전지훈련 동안 열린 두 번의 A매치 평가전에서 모두 쾌승을 거뒀다. 한국은 15일 아이슬란드를 5-1로 격파한 데 이어 21일 몰도바에 4-0 완승을 거두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벤투 감독은 전지훈련 멤버 중 일부를 빼고 황의조·김민재(26·페네르바체)·정우영(32·알사드) 정우영(23·프라이부르크)·황인범(26·루빈 카잔)·이재성(30·마인츠) 등 6명의 해외파를 추가하는 선에서 월드컵 최종 예선 엔트리를 짰다. (큰 정우영은 수비형 미드필더, 작은 정우영은 공격형 미드필더다.)

권창훈은 두 번의 A매치 평가전에서 모두 득점포를 터뜨리며 주목 받았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권창훈은 두 번의 A매치 평가전에서 모두 득점포를 터뜨리며 주목 받았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그동안 축구대표팀에서 ‘2진’ 대접을 받던 국내파 공격수들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권창훈(28·김천)·백승호(25·전북)·김진규(25·부산)가 A매치 2연전에서 나란히 2골씩 기록했다. 황의조가 빠질 경우 그를 대신할 스트라이커로 주목받는 조규성(24·김천)도 골 맛을 봤다. 두 경기에서 A매치 데뷔골을 기록한 '젊은 피'가 5명(조규성·백승호·김진규·엄지성·조영욱)이나 된다.

 골 잔치도 기쁘지만, ‘빌드업(후방에서부터 패스워크로 만들어가는 축구)’과 ‘전방 압박’이라는 벤투 감독의 전술적 특징이 국내파 위주의 대표팀 경기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난 게 더욱 반가운 뉴스다.

 유럽 전지훈련에서 자신감을 키운 국내파 공격수들이 월드컵 최종 예선에서도 제 몫을 해준다면 벤투 감독으로선 큰 부담을 덜 수 있다. 공격수 손흥민과 황희찬이 재활 중이라 A매치 출전 여부가 불투명하다. 두 선수 모두 소속 팀에서 ‘A매치 이후 그라운드 복귀’를 언급하고 있는 만큼 벤투 감독은 핵심 공격수의 빈자리를 메울 방안을 연구해야 한다.

터키 안탈리아 전지훈련 일정을 마친 축구대표팀이 23일 이스탄불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터키 안탈리아 전지훈련 일정을 마친 축구대표팀이 23일 이스탄불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그동안 축구계에는 ‘카타르 월드컵 본선에 나설 베스트11이 일찌감치 정해졌다’는 이야기가 끊이지 않았다. 어지간해서는 포메이션과 선수 구성을 바꾸지 않는 벤투 감독의 용병술에 기인한 루머다. 고정적인 라인업은 대표팀 운용 안정성 면에서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지만, 벤치 멤버들에겐 자칫 의욕 저하를 불러올 위험성이 있다.

 ‘정해진 건 없다'라거나 '기회의 문은 여전히 열려 있다’는 메시지를 줘야 대표팀 내 주전 경쟁이 활발해진다. 아직 주전 선수가 되지 못한 유망주들에겐 가능성과 희망을 보여줄 수도 있다. 그래서 이번 월드컵 최종예선 2연전을 앞두고 해외파 비중을 줄이고(6명), 젊은 선수 비중을 늘린(25세 이하 7명) 벤투 감독의 과감한 선택은 박수를 받을 만하다. 27일 레바논전을 앞두고 전지훈련지인 터키 안탈리아를 떠나 이스탄불로 거처를 옮긴 대표팀은 25일 레바논 현지에 들어갈 예정이다.

벤투호, 10회 연속 월드컵 본선행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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