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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작년 정저우 홍수 사망자 139명 은폐 시인…시진핑版 읍참마속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021년 7·20 정저우 홍수 당시 징광 터널 입구에 침수된 차량이 뒤엉켜 있다. [연합조보 캡처]

2021년 7·20 정저우 홍수 당시 징광 터널 입구에 침수된 차량이 뒤엉켜 있다. [연합조보 캡처]

중국 국무원(정부)이 지난 21일 지난해 7월 20일 허난(河南)성 정저우(鄭州)시를 침수시킨 폭우 조사 보고서를 발표하고, 당시 희생자 398명 가운데 지방 정부가 139명의 사망자 숫자를 은폐하려는 시도가 있었다고 시인했다. 당국은 정저우 시 공산당 위원회와 하급 정부의 과실 및 독직 행위를 한 간부 89명을 문책했다.

“무신불립…中 정부 공신력 문제 논의 절실”

이번 정저우 폭우 조사 결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리커창(李克强) 총리 인맥 사이의 충돌 양상도 노출됐다. 정저우 참사의 책임을 물어 시진핑 직계로 분류되는 쉬리이(徐立毅·58) 정저우 당 서기가 면직됐다. 쉬리이 전 서기는 시 주석의 저장성 인맥인 ‘즈장신군(之江新軍)’이다. 신임 정저우 서기에는 리커창 계열로 불리는 안웨이(安偉·56) 전 저우커우(周口)시 당 서기가 취임했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6월 부임한 러우양성(樓陽生·63) 허난성 당 서기를 보호하기 위한 시진핑 버전의 ‘읍참마속(泣斬馬謖, 삼국시대 제갈량이 군령을 어긴 마속을 울면서 목을 벤 고사)’에 비유한다. 러우양성 역시 즈장신군의 중진이다. 특히 46페이지 분량의 보고서에는 8월 18일부터 19일까지 중앙의 지도자가 허난을 시찰하는 기간에 정저우시가 새로운 피해자 12명을 파악하고 있었으면서도 사실대로 보고하지 않았다고 적시했다. 당시 허난성을 시찰했던 중앙 지도자는 리커창 총리였다. 피해 지역을 시찰 중이던 총리에게 조직적 은폐가 있었고 이를 리 총리 쪽에서 반격의 소재로 삼았을 가능성이 높다.

2021년 7·20 정저우 홍수 당시 침수 차량을 적치한 주차장 드론 사진 [트위터 캡처]

2021년 7·20 정저우 홍수 당시 침수 차량을 적치한 주차장 드론 사진 [트위터 캡처]

보고서는 정저우 수재를 “전체적으로는 천재(天災, 자연재해), 구체적으로는 인재[人禍]”라고 규정했다. 특히 사망·실종자 숫자 관련 지연·은폐 보고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정저우시는 나흘 동안 피해자 보고를 하지 않았으며, 고의로 정보 보고를 저지했고, 이미 파악한 숫자도 은폐했다고 적시했다. 런젠밍(任建明) 베이징 항공항천대 공공관리학원 교수는 “민무신불립(民無信不立, 백성에 믿음이 없으면 설 수 없다)”며 “만일 정부가 신용이 없으면, 보통 백성의 신뢰를 얻을 수 없고, 곧 커다란 집권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고 싱가포르 연합조보에 말했다. 런 교수는 “고위층에서 강압적인 반(反)부패를 결심했지만 관원의 도덕과 신용에 문제까지 ‘무관용’할 것인가”라며 “공신력의 문제는 더욱 중시하고 광범한 토론이 필요하다”고 우려했다.
한편, 이번 보고서는 징광(京廣) 고속화도로 터널 침수 희생자는 6명에 불과하다고 최종 결론지었다. 당시 터널 주위에서 차량 247대가 침수됐다. 하지만 트위터리언 팡저우쯔(方舟子)는 주차장에 적치된 정저우 침수 차량 드론 사진을 올리며 당국의 발표에 의문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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