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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기업 인생에서 다르거나 비슷한 성장과 확장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김진상의 반짝이는 스타트업(116)

여러 이유로 인해 스타트업만큼 성장에 모든 에너지를 집중하는 기업의 형태도 드물다. 중견기업의 경우 매출 규모 1000억원 이상임에도 막상 경영 수준은 매출 100억원 정도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있는데, 마치 초등학생이 아빠 옷을 입고 다니는 모습과 유사하다. 이런 현상은 스타트업에서도 종종 목격되는데 1000억 원 이상의 기업가치로 투자를 받았거나 매출 규모 100억 원에 다다름에도 불과하고 경영 수준은 극 초기 스타트업 수준에 머물러 있기도 하다.

이런 일이 발생하는 이유 중 하나는 성장과 확장을 올바르게 구분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성장이 체중 목표를 정해 놓고 쌀 빼는 약을 먹어가며 일시적으로 살을 빼는 것이라면, 확장은 살을 빼기 위한 건강한 기초 체질 역량을 만들어 지속적인 건강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다. [사진 pxhere]

성장이 체중 목표를 정해 놓고 쌀 빼는 약을 먹어가며 일시적으로 살을 빼는 것이라면, 확장은 살을 빼기 위한 건강한 기초 체질 역량을 만들어 지속적인 건강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다. [사진 pxhere]

스타트업은 성장의 측면에서 창업 초기 외형적 규모의 성장을 추구한 후 확장을 추구하고, 마지막으로 기업 전체의 경영 효율화를 추구하는 3단계 인생을 거친다고 말할 수 있다. 성장은 자원을 투입하는 만큼 일정 비율과 속도로 매출 등 기업의 재무적 지표가 늘어나는 것을 의미한다. 즉, 성장을 위해서는 이에 상응하는 자원의 소비와 투입이 동반된다. 대표적으로 컨설팅 비즈니스의 경우 고객을 늘리기 위해서는 직원 수를 똑같이 늘려야 하는 예가 있다. 반면 확장은 자본, 인력, 장비 등 자원의 투입이 늘어나는 비율에 비해 훨씬 더 큰 비율의 기하급수적으로 매출 등 재무적 지표가 늘어나는 것을 의미한다. 정리하자면 확장이란 기하급수적 성장의 의미를 담고 있으며, 성장과 확장은 서로 별개로 분리해 생각할 수 없는 이슈지만, 결코 동의어는 아니다.

[자료 스마트비즈니스모델러]

[자료 스마트비즈니스모델러]

확장 단계에 직면한 스타트업을 ‘스케일업(Scale up)’이라 하기도 하는데, 전문가들은 “스타트업이 PMF를 달성한 이후, 기하급수적 성장 또는 2차 죽음의 계곡을 겪고 있는 기업”으로 정의하고 있다. PMF를 통해 고객의 문제를 제대로 해결했음을 확인한 후 본격적으로 더 많은 고객에게 제품과 서비스를 선보이고, 따라서 더 많은 자원과 자본을 확충해 더욱 효율적으로 활용해야 하는 단계다. 확장 이슈가 본격적으로 부각되는 시기는 기업이 스타트업은 벗어났지만 아직 대기업은 아닌 중간 시기다. VC 투자 유치의 관점에서는 시리즈B 이상의 시기에 본격적으로 확장을 한다고 보기도 한다. 확장에 성공하면 기업의 자원을 더욱 적시에 창의적이며 효율적인 방법으로 빠르게 성장을 이루어가게 된다. 스타트업은 빠른 성장을 달성하기 위해 외부 투자자인 VC의 자금을 유치한다. VC는 성공적인 투자 활동을 위해 스타트업이 기업가치 1조 원의 유니콘이 되기를 바라며 투자에 나서는데 보통 1조 원의 기업가치를 달성하려면 매출 1000억 원 규모로 성장하면 된다고 이야기한다.

창업가에게 10년이라는 시간을 부여하고 매출 1000억원을 달성하는 미션을 던져줬다고 가정해 보자. 자신만만해하며 10년이라는 시간만 주어진다면 유니콘이 될 수 있다는 포부를 밝히지만, 안타깝게도 이를 달성하는 것은 매우 드물다. 1억 원매출에서 100% 성장해 2억 원의 매출을 만드는 것에 비해, 500억 원 매출에서 10% 성장해서 550억 원만드는 것이 훨씬 더 힘든 도전적 과제다.

확장은 지표를 확인하기 어려워 사업 철학에 대한 믿음과 이를 현실화할 프로세스가 없으면 견디기 힘들다. [사진 pxhere]

확장은 지표를 확인하기 어려워 사업 철학에 대한 믿음과 이를 현실화할 프로세스가 없으면 견디기 힘들다. [사진 pxhere]

보다 상세하게 10년 간의 매출 증가 과정을 상상해보자. 창업 첫해부터 1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해도 10년 후 매출 1000억 원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매년 수십 % 이상의 성장을 이뤄내야 한다. 매출의 증가만큼 같은 비율로 자원을 투입해야 하는 성장은 인력 등의 외형적 투자 규모가 해마다 상당수 늘어나야 함을 의미한다. 아이의 성장을 촉진한다면서 필요하지도 않은 성장 수술과 과다한 영양 주입을 억지로 시도해 부작용이 큰 결과를 낳게 되는 것과 다를 바 없을 것이다. 현실 속 스타트업은 창업멤버 이탈, 투자유치 실패 등의 이유로 창업 이후 3년간 매출 10억 원을 달성하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성장이 체중 목표를 정해 놓고 쌀 빼는 약을 먹어가며 일시적으로 살을 빼는 것이라면, 확장은 살을 빼기 위한 건강한 기초 체질 역량을 만들어 지속적인 건강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다. 확장은 시간과의 싸움이며 근본적인 비전과 열정, 사업 철학에 대한 확고한 소망과 믿음, 그리고 이를 현실화 시켜주는 프로세스가 없으면 견디기 힘든 과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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