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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년전 스키장1개→800개…장비 안 빌리고 사는 대륙 스케일 [세계 한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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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키복? 구경도 못 했죠. 스키요? 나무로 만들어 탔습니다."

[세계 한잔] 올림픽 앞둔 중국의 겨울스포츠 굴기

'중국 스키 아버지'라 불리는 산자오지엔(84·单兆鉴)은 지난 14일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이렇게 회상했다. 눈이 많이 내리는 북동부 지린성(吉林省) 퉁화(通化) 출신인 산자오지엔은 지난 1957년 중국 최초의 전국스키대회 크로스컨트리 종목에서 금메달을 딴 후 유명인이 됐다. 퉁화는 1959년 중국에 처음 생긴 진창(金厂) 스키장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당시만 해도 장비가 일천해 평상복을 입고 나무로 만든 스키를 탔다고 한다.

중국스키산업백서에 따르면 1996년에도 스키장이 1곳이었다. 중국은 그 정도로 겨울스포츠에 관심이 없었다. 그랬던 중국이 확 달라졌다. 지난해 말 기준, 스키장이 800여개로 늘었다. 겨울스포츠 인구는 3억명을 돌파했다. 놀라운 속도의 '겨울스포츠 굴기(崛起)'다.

지난 1일 중국 랴오닝성 안산시의 얼어붙은 호수에서 50~60대 남성들이 생활체육으로 아이스하키를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1일 중국 랴오닝성 안산시의 얼어붙은 호수에서 50~60대 남성들이 생활체육으로 아이스하키를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겨울올림픽 바람 타고, 겨울스포츠 인구 3억명

신화통신은 지난 12일 "국가체육총국 겨울스포츠관리센터가 이달 초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2015년부터 2021년까지 겨울스포츠(빙상·설상·썰매 등)를 1회 이상 경험한 사람이 3억4600만명에 달했다"고 전했다. 이는 중국 인구 약 14억명 중 25%에 해당한다. 4명 중 1명은 겨울스포츠를 해봤단 얘기다.

3억4600만명 모두 적극적으로 즐기고 있는 건 아니다. 연간 1~2회 정도(38.43%) 하는 사람과 3년에 1회 정도(36.92%) 해본 사람의 수치가 비슷했다. 연간 5회 이상은 3.86%에 그쳤다. 조사에 따르면 92.64%가 자발적으로 겨울스포츠를 경험했다. 주로 오락·레저 활동(70.35%)으로 즐겼고, 체력 증진(15.78%)을 위해 혹은 취미 생활(11.49%)로 해봤다.

지난 2015년 7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베이징은 2022년 겨울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됐다. 이후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올림픽 개최 계기로 겨울스포츠 보급률을 높이겠다"며 '겨울스포츠 인구 3억명'을 목표로 삼았다. 다음 달 4일 개막하는 올림픽을 앞두고 목표는 초과 달성됐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겨울스포츠 인프라도 크게 늘었다. 겨울스포츠관리센터 자료에 따르면 빙상 스포츠를 즐기는 아이스링크가 2015년 157개에서 지난해 654개로 317% 증가했다. 설상 스포츠를 할 수 있는 스키장은 2015년 570개에서 803개로 41% 늘었다. 실내 스키장도 36곳이나 된다.

중국 아이들이 스키 체험을 하고 있다. [사진 저우젠 카타르 주재 중국대사 트위터]

중국 아이들이 스키 체험을 하고 있다. [사진 저우젠 카타르 주재 중국대사 트위터]

전국 2000여개 초등·중학교 교육과정에 겨울스포츠가 포함됐다. 올림픽 빙상 종목이 열리는 베이징은 2015년부터 초등·중학생을 대상으로 한 겨울스포츠 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스키 종목이 열리는 허베이성 학교에선 스키 과목을 가르친다.

겨울스포츠 관광객도 상승했다. 중국관광학회가 지난 13일 발표한 중국빙설관광발전보고서에는 겨울스포츠 관광객이 2016~2017 겨울 시즌에 1억7000만명이었는데, 2020~2021 겨울 시즌에는 2억5400만명으로 많아졌다. 2021~2022 겨울 시즌에는 3억5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른 관광 수입은 3233억 위안(약 61조원)으로 추정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JD닷컴 "광군제 기간 '고가 스키 장비' 구매 23배 증가" 

지난해 11월 중국 허베이성 장자커우 타이우 스키장에서 초보자 슬로프를 타기 위해 올라가고 있는 사람들.[로이터=연합뉴스]

지난해 11월 중국 허베이성 장자커우 타이우 스키장에서 초보자 슬로프를 타기 위해 올라가고 있는 사람들.[로이터=연합뉴스]

중국은 빙상(쇼트트랙·스피드스케이팅·피겨스케이팅·컬링 등)보다 설상(스키·스노보드 등) 스포츠에 취약했다. 겨울올림픽에서 총 62개 메달을 획득했는데, 설상 종목 메달은 12개로 20%에 그쳤다. 설상 금메달은 2006년 토리노 대회 남자 스키 에이리얼 종목에서 한샤오펑(39·韩晓鹏)이 딴 게 유일하다. 이에 중국스키협회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출신인 '스키 유망주' 에일린 구(19)를 2019년에 영입했다. 구는 베이징 올림픽에서 프리스타일 스키 3관왕 후보로 꼽힌다.

덩달아 스키 인기도 높아졌다. 스키장이 늘어나면서 스키를 즐기는 사람이 많아졌다. 로이터는 "코로나19 확산 전인 2019년에 중국 스키장 방문객은 2090만명이나 됐다. 2014년 1030만명에서 두배나 많아졌다"고 전했다. 고가인 스키 장비도 빌려 쓰기보다는 사는 사람이 많아졌다. 중국 2위 전자상거래 업체 징둥닷컴(JD.com)에선 지난해 11월 광군제(光棍節·중국 최대 온라인 할인 행사) 기간에 스키 관련 상품 주문이 전년 대비 23배 급증했다. BBC는 18일 "중국은 2025년까지 세계에서 가장 큰 설상 스포츠 시장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NBC 중계진 대거 불참, 일부 관중만 초청 

지난 19일 베이징의 미디어센터 모습. [AP=연합뉴스]

지난 19일 베이징의 미디어센터 모습. [AP=연합뉴스]

다만 겨울스포츠 인기 발판이 된 베이징 올림픽은 축소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이 이어지고 있어 방역을 철저히 해야 하기 때문이다. 중국 내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확진자가 나오면서 베이징 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지난 17일 일반 대중에게 티켓을 팔지 않기로 했다. 대신 일부만 초청할 예정이다. 백신 접종은 물론 관람 96시간 전에 핵산 검사를 두 차례를 받아야 하는 등 까다로운 방역 규정을 마련해 관중 수가 얼마나 될지는 알 수 없다.

거액의 중계권료를 지불하고 있는 미국 NBC도 19일 코로나19 위험으로 금메달이 유력한 피겨·스키·스노보드 등을 중계하는 아나운서와 해설자를 베이징에 보내지 않기로 했다. 코네티컷주의 스탬퍼드 스튜디오에서 중계할 예정이다. 지난해 7월 열린 도쿄 여름올림픽에선 인기 종목 수영·체조는 현지 중계했다.

대륙의 스케일이 기대됐던 개막식도 볼 수 없다. 식전 행사와 본 행사를 합해 100분 이내로 진행되고 공연 인원은 약 3000명이다. 2008년 베이징 여름올림픽 개막식은 4시간이나 했다. 공연 인원은 1만5000명이었다. 그때와 비교하면 너무 간소해졌다. 신장 지역 위구르족 인권 탄압을 이유로 미국이 주도한 '외교적 보이콧'에 영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일본·덴마크 등이 동참하면서 개막식 외빈석도 한산할 전망이다.

신경 쓸 게 많은 선수들, 해킹·음식 조심

베이징 올림픽 선수촌과 미디어센터 식당에선 코로나19 감염 방지를 위해 음식을 고르면 기계를 이용해 천장에서 음식을 내려보낸다. [AP=연합뉴스]

베이징 올림픽 선수촌과 미디어센터 식당에선 코로나19 감염 방지를 위해 음식을 고르면 기계를 이용해 천장에서 음식을 내려보낸다. [AP=연합뉴스]

4년에 한 번인 올림픽에 참가하는 선수들은 중국이라는 개최지 특성상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다. 미국·영국·네덜란드·독일 등은 개인정보 유출 위험으로 선수들에게 개인 노트북, 휴대폰 사용하지 말라고 권고하고 있다. AP는 "인터넷 감시 단체 시티즌랩 보고서에 따르면 선수단, 취재진이 필수로 사용해야 하는 MY2022 앱이 사용자의 데이터를 암호화하지 못해 해킹 위험이 있다"고 전했다.

음식도 잘 챙겨야 한다. 세계반도핑기구(WADA)는 선수들에게 중국산 육류를 먹을 때 각별히 유의하라고 권고했다. 중국산 고기에 금지약물 성분인 스테로이드 클렌부테롤이 들어갔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 약물은 돼지와 송아지를 살찌우기 위해 사용된다. 올림픽 관련 소식을 다루는 온라인 매체 인사이드더게임즈는 "중국과 멕시코에 거주하거나 방문한 선수들이 도핑 검사에서 이 약물이 자주 검출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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