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규모 약 37조원, 레드오션 의류업계에서 뜨는 '이것'

중앙일보

입력 2022.01.22 08:00

중국서 개인 맞춤형 의류 제작 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다. 특히 정보통신기술(ICT)을 패션에 접목해 제작 기간을 획기적으로 줄인 맞춤 의류가 중국인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같은 가격? 이왕이면 ‘내게만 어울리는 스타일’ 선호

중국 랴오닝(遼寧)성 다롄(大連)에 위치한 한 옷 가게 안. 이곳은 새해를 맞아 새 옷을 구매하러 온 손님맞이로 분주하다. 이곳을 방문한 고객인 퉁(佟)씨는 중국 관영 매체인 중국중앙방송(CCTV)과의 인터뷰에서 매년 새해를 맞이해 가족과 함께 새 옷을 장만한다고 설명했다.

평범한 듯 보이는 이곳 매장의 점원이 퉁씨와 그의 가족을 대하는 모습이 여느 매장과 조금 다르다. 기성복이 아닌 ‘맞춤 제작’을 전문으로 하는 가게이기 때문이다. 퉁씨와 그의 일행이 매년 수많은 옷 가게 중 이곳을 선택한 이유는 간단하다. 맞춤 제작 의류가 일반 기성복보다 자신의 사이즈에 ‘딱 맞출 수 있고, 그래서 다른 옷보다 (본인에게) 더 잘 어울리기 때문’이다.

[사진 China Daily]

[사진 China Daily]

해당 매장 직원에 따르면 매년 이맘때면 사람들이 ‘설빔 마련’을 염두에 두고 매장을 방문한다.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다시 시작하는 한 해인 만큼 자신에게 딱 맞는 스타일의 ‘맞춤형 옷’을 입고 싶다는 이유에서다. 가격도 시중 기성복 가격과 큰 차이가 없다는 점도 사람들의 발길을 이끄는 이유 중 하나다.

CCTV는 퉁씨의 말을 인용, 1000위안(18만 6870원) 정도 되는 가격으로 시중 의류와 거의 비슷한 수준이지만 본인에게 적합한 원단, 어울리는 색상, 완벽하게 맞는 사이즈 등 개성 넘치는 옷을 고를 수 있다는 것을 맞춤 의류의 최고 장점으로 꼽았다.

[사진 Alibaba.com]

[사진 Alibaba.com]

맞춤 의류 업체들이 하나둘 증가하며 경쟁하듯 더욱 다양한 스타일을 선보이는 점도 개성을 중시하는 2030세대의 구미를 당기는 요소다. 90년대생인 쿵(孔)씨도 맞춤 제작 의류에 푹 빠졌다. 그는 지난 2021년에만 두어 번 캐주얼 정장을 맞춤 제작해 입었다. 해가 바뀐 지 얼마 되지 않은 지금도 하나 더 장만할까 고민 중이다.

쿵씨 역시 평소 개성 있는 스타일을 선호하는데, 1000여 위안이면 시중에서 비슷한 스타일의 코트를 사는 것보다 맞춤 제작 매장을 찾아 새로운 스타일의 옷을 구매하는 것이 훨씬 더 합리적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특히 회사나 중요한 자리에서 갖춰 입을만한 정장 종류는 일반적으로 저렴한 패스트 패션 매장보다 좀 더 투자하더라도 퀄리티 높은 브랜드 매장에서 구매하는 것을 선호하는 편이다. 이러한 이유로 맞춤 제작 업계에서는 정장 종류가 주를 이루고 있다.

덕분에 랴오닝성 다롄에 있는 한 맞춤 정장 매장은 코로나19에도 지속해서 주문량이 증가하는 등 이례적인 호재를 겪고 있다. 해당 매장 관계자는 2021년 5월 매장을 개점한 이후로 매달 주문량이 증가하고 있다며, 한 달에 2000건 이상의 주문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 2021년 12월 주문량을 전달과 비교할 경우 약 20% 가까이 증가한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맞춤 제작 의류회사의 상황도 비슷하다. 다롄현대복식유한공사 관계자는 개성화와 소비 업그레이드 덕분에 맞춤 제작 업계가 활기를 띠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1월 1~3일 맞춤 정장의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0% 정도 대폭 증가했다고 덧붙였다.

[사진 Style Caster]

[사진 Style Caster]

온라인 주문, 원격 사이즈 측정…

클릭 몇 번이면 내 몸에 딱 맞는 옷이 택배로 곧장 배송 

오프라인 매장의 매출 호황과 더불어 일부 맞춤 제작 의류 업체들은 더 다양한 고객층을 사로잡기 위해 온라인 사업까지 손을 뻗었다. 고객은 온라인을 통해 주문 가능하며, 매장에 가지 않고도 손가락을 클릭하는 것만으로 원하는 스타일의 옷을 제작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편리하다.

다롄의 한 맞춤 제작 의류 업체는 가죽 제품과 여성 의류 위주로 맞춤 제작하고 있다. 해당 업체 관계자는 CCTV와의 인터뷰에서 사업이 오프라인 매장에 국한되지 않는다며, 특히 코로나19로 대면 접촉이 꺼려지는 상황에서 온라인 판매가 눈에 띄게 늘었다고 밝혔다.

고객은 온라인 사이트나 스마트폰 앱(App)을 통해 직접 원하는 소재를 선택하고 스타일을 고를 수 있다. 심지어 구체적인 디자인까지 직접 참여할 수 있다. 마치 게임 중 아바타를 만들고 원하는 스타일의 옷을 입히는 작업과 유사하다.

요즘에는 IT 기술 덕분에 한층 더 작업이 수월해졌다. 옷을 구매하고 싶은 당사자의 전신사진을 찍으면 어깨너비, 허리둘레, 엉덩이 크기 등 의류 제작에 필요한 사이즈가 자동으로 업데이트된다.

[사진 CCTV]

[사진 CCTV]

[사진 CCTV]

[사진 CCTV]

이렇게 자동으로 입력된 수치는 디자이너의 수정을 거쳐 곧바로 공장으로 보내진다. 생산부터 배송까지 통상적으로 7일 정도 소요된다. 이처럼 사람의 직접적인 손길이 닿지 않고 온라인으로 치수 측정부터 디자인을 거쳐 배송까지 완료되는 형태의 신유통 모델은 앞으로 의류 업계가 나아가야 할 청사진이라는 게 관련 업계 분석이다.

더 나은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일부 의류 업체에서는 고객을 위한 전문 컨설턴트를 제공하고 있다. 패션에 관해 자세하게 설명해주고 고객에게 가장 어울리는 스타일을 추천하는 서비스로 이해하면 쉽다. 업계 관계자가 말한 바로는 현재까지 소비자에게 가장 인기 있는 맞춤 제작 의류는 남녀노소 불문하고 ‘오피스룩’이다.

맞춤 의류 업체에 종사하고 있는 이미지 컨설턴트 만퉁(滿桐)은 CCTV에 “(오피스룩이라 하더라도)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는 디자인은 매우 광범위하다”며 올해 들어서 벌써 2000명이 넘는 고객에게 자문 서비스를 제공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온라인 맞춤형 서비스는 전년 동기 대비 30~50% 늘어난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사진 CCTV]

[사진 CCTV]

‘빅데이터, 스마트 제조’ 덕분에 맞춤 제작 의류 비용 하락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로 확진자가 다시 발생하는 상황에서 사람들은 여전히 온라인 구매를 더 선호하는 추세다. 이에 제조 분야에서는 스마트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덕분에 맞춤 제작 주기와 비용이 주는 효과가 나타났다. 개인 맞춤 의류가 소수만이 누릴 수 있는 고급 서비스에서 대중도 언제든 선택할 수 있는 패션 분야 중 하나로 바뀐 셈이다.

중국 의류제조업체 다양(大楊)그룹 관계자는 보통 4일(업무일 기준)이면 고객의 주문부터 배송까지 가능하다며 이전에는 최소 2~3주가 걸렸지만, 현재는 1주일을 넘기지 않는다고 소개했다. 지난해 다양그룹의 맞춤 제작 의류 판매량은 120만 건에 달한다.

다양그룹 측에 따르면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 같은 맞춤 제작 서비스가 적용된 의류는 3000~5000위안(56만 1600원~ 93만 6000원)이었으나, 지금은 2580위안(48만 2976원)정도면 꽤 수준 높은 퀄리티의 모직 정장을 맞출 수 있다. 심지어 온라인 프로모션 등을 잘 이용하면 1000위안(18만 7200원)을 밑도는 수준에서 맞춤 정장을 구입할 수 있다.

[사진 CCTV]

[사진 CCTV]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 전환을 거친 의류 업계가 산업인터넷 플랫폼을 기반으로 높은 생산 비용, 긴 제조 주기, 대량 생산 및 홍보의 어려움 등의 문제점을 개선했다고 짚었다.

한편 관련 통계에 따르면 중국 국내 맞춤 제작 의류 시장 규모는 2000억 위안(37조 4440억 원)에 육박하며 랴오닝성, 산둥(山東)성, 장쑤(江蘇)성, 저장(浙江)성이 주요 생산지다. 그중에서도 랴오닝성 다롄에는 현재 100개 이상의 맞춤 제작 업체가 있으며 이들 기업의 2021년 매출액은 전년보다 약 15%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관련 업계가 맞춤 제작 의류를 잠재력 높은 분야로 진단한 이유기도 하다.

차이나랩 이주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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