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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 10억이면 코로나 보상 필요없다고? "딸린 식구가 몇인데" [현장에서]

중앙일보

입력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코로나피해자영업총연합, 대한자영업연합, 자영업연대, 한국자영업노동조합 관계자 등이 모여 손실보상에 대해 비판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 총자영업국민연합]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코로나피해자영업총연합, 대한자영업연합, 자영업연대, 한국자영업노동조합 관계자 등이 모여 손실보상에 대해 비판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 총자영업국민연합]

“(자영업자) 손실보상에서 ‘차별’을 걷어내달라”

대한(大寒)이었던 지난 20일. 영하의 날씨에도 30여명의 자영업자가 국회 정문 앞에 모였다. 이날은 국내 첫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지 정확히 2년째 되는 날이기도 했다.

자영업자들은 ‘국민 발언대’를 마련하고 차례로 마이크를 잡았다. ‘법인·소상공인 구분 없는 손실보상 대책을 마련해달라’, ‘연매출 10억원 기준을 철폐하고 자영업자를 갈라치지 말라’는 피켓도 들었다.

자영업자들이 손실보상 평등을 주장한 배경은 이랬다. 정부는 코로나19 발생 후 총 6번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고 자영업자들을 위한 각종 현금성 지원책을 내놨다. 그러나 늘 ‘소상공인·소기업’이라는 단서가 붙었다. 새희망자금(연매출 4억 원 이하), 버팀목자금(연매출 4억 원 이하), 버팀목자금 플러스(소기업), 1·2차 소상공인 희망회복자금(소기업), 최근 2회에 걸친 손실보상금이 그랬다.

코로나19 이후 주요 소상공인 지원책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중소벤처기업부·기획재정부]

코로나19 이후 주요 소상공인 지원책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중소벤처기업부·기획재정부]

인천시 부평구에서 뷔페를 운영하는 노성창씨는 “정부가 ‘연 매출 10억=부자’라는 편견에 갇힌 것 같다”고 말했다. 노씨가 10억 원을 언급한 건 중소기업기본법상 소기업 기준이 ‘연 매출 10억 원 이하(숙박·음식점업)’여서다. 예술·스포츠 및 여가 관련 서비스업은 30억 원 이하, 도매 및 소매업 등은 50억 원 이하, 운송장비 제조업 등은 80억 원으로 업종별 기준이 정해져 있다.

노씨는 “사업 규모가 클수록 많은 고용을 책임지고, 임대료 부담도 크다”며 “코로나 이후에도 직원 25~30명을 유지하면서 인건비로 월 8000만 원, 재료비로 7000만 원을 쓴다. 임대료, 부가가치세까지 하면 매달 3000만~4000만 원씩 적자인데 2년간 한푼도 못 받았다”고 말했다. 노씨는 “평수가 9분의 1인 아래층 콩나물국밥 집은 소기업에 해당해 3000만 원을 받았다”고 했다.

노씨가 말하는 어려움은 자영업자의 고용기능 상실로 이어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비임금근로자 중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는 153만8000명이었지만 지난해 130만7000명으로 23만1000명(15.0%) 줄었다. 같은 기간 고용원이 없는 ‘1인 자영업자’는 406만8000명에서 420만6000명으로 13만8000명(3.4%) 늘었다.

줄어드는 자영업자 고용 기능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줄어드는 자영업자 고용 기능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지난 13일 운영하던 유흥주점 4개 중 2개를 정리해 빚을 갚아야 했다는 박준선씨는 “정부가 점포 영업을 제한함으로써 확진자 확산을 막는 데 기여했다고 공공연히 말하고 있다”며 “자영업자들의 희생을 이용해 공공의 효과를 이뤘으면 당연히 보상해야 맞는 것인데 보상도 안 해주고 이대로 끝이라면 2년 동안 문 닫은 저희는 뭐가 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경기 고양시와 경남 진주시에서 프랜차이즈 일식집을 운영하는 김진태씨는 “코로나 이전에 연 3억 원 정도 순수익이 났을 때 최고 세율의 종합소득세를 냈다”며 “소득에 비례해 국가에서 세금을 가져갔으니 국가랑 자영업자는 동업자 관계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투자해서 수익이 나면 세금을 걷어가고, 어려울 땐 혼자 대출을 받아 사회적 비용을 덜어야 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자영업자들의 ‘국회 앞 시위’ 다음 날인 21일. 정부는 김부겸 국무총리 주재로 임시 국무회의를 열어 총 14조원 규모의 2022년도 추경안을 심의·의결했다. 1월에 이뤄진 사상 첫 추경이지만 방역지원금(300만원) 대상은 또다시 소상공인·소기업에 한정됐다. 정부는 추경의 필요성을 설명하며 “방역조치 연장으로 소상공인 부담이 확대돼 자영업 소상공인 피해를 두텁게 지원하고 방역을 추가 보강할 필요성이 커졌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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