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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년전 고슴도치에 숨어있었다, 비밀 풀린 '수퍼 박테리아'

중앙일보

입력

고슴도치 자료 사진. [DPA=연합뉴스]

고슴도치 자료 사진. [DPA=연합뉴스]

“아무리 새로운 항생제라도, 남용할 경우 자연에 있던 ‘수퍼 박테리아’의 습격을 받을 수 있다”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 마크 홈스 교수(미생물유전체학, 수의학)의 말이다. 그가 이끈 국제 공동 연구진은 이달 초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항생제 내성균의 일종인 ‘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상구균’(MRSA)이 고슴도치 피부에서 자연적으로 진화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발표는 지난 19일(현지시간) 국제 의학 학술지 랜싯에 게재된 2019년 항생제 내성 감염 사망자 추정치(127만명)와 함께 주목된다. 확산하는 항생제 내성 문제에 경종을 울리는 연구 결과라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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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퍼 박테리아’로도 불리는 항생제 내성균은 그동안 인간이 개발한 항생제가 남용되면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됐다. 하지만 연구진이 유럽과 뉴질랜드에 서식하는 고슴도치 수백마리의 검체를 채취해 분석한 결과 MRSA가 1800년쯤 고슴도치 피부에서 출현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MRSA는 메티실린에 내성을 가진 황색포도상구균을 의미한다. 항생제 1세대인 페니실린은 1940년대에 생산됐고 2세대 항생제인 메티실린은 1959년에 도입됐다. 2세대 항생제가 개발되기도 전에 자연에 이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박테리아가 자연에 존재했다는 의미다.

연구진은 고슴도치 피부에 사는 곰팡이가 박테리아를 죽이는 항생 물질을 분비했고, 박테리아는 생존을 위해 항생 물질에 대한 내성을 갖도록 진화한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MRSA는 그렇게 출현해 고슴도치에서 가축으로, 가축에서 인간으로 전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MRSA는 기존의 약물로는 치료가 어렵고 심하면 목숨도 앗아갈 수 있다.

홈스 교수는 “이번 연구는 항생제 사용을 주의해야 한다는 강력한 경고”라며 “아무리 새로운 항생제라도 남용하면 자연에 숨어 있던 ‘내성균’이 사람에게 전달돼 약효가 사라질 수 있다”고 밝혔다. 항생제 남용은 이런 수퍼 박테리아 전염을 가속해, 전 세계서 위험할 정도로 높은 수준으로 상승하고 있다. 이미 2019년 기준 127만명이 항생제 내성균 감염으로 사망했다는 새로운 데이터가 나왔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세계보건기구(WHO) 등은 현재의 추세가 유지된다면 향후 수십 년 안에 연간 1000만명이 항생제 내성균 감염으로 사망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국내에서도 경고의 목소리가 나왔다. 지난 14일 대전보건환경연구원은 대전 의료기관에서 항생제 내성균의 일종인 카바페넴 내성 장내세균속균종 감염 의심 신고가 지난해 328건 들어와 이 중 297건이 양성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연구원 측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손 씻기와 마스크 착용으로 대부분의 감염병 신고가 감소했는데, 유독 항생제 내성균만 증가세를 보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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