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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코로나 치명률 낮아, 방역패스 합리적 결정해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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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2호 28면

러브에이징

성년이 되는 18세를 석 달 앞두고 백혈병에 걸린 애덤 헨리. 여호와의 증인 신자인 환자와 부모는 교리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치료에 꼭 필요한 수혈을 거부한다. 애덤은 이미 호흡 곤란을 느끼는 상태며 사흘 후면 심각한 고통 속에서 사망할 위험이 크다. 다급해진 의료진은 강제 수혈을 통해서라도 애덤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법원에 긴급 청구권 소송을 제기했다.

성인에게는 본인의 판단과 의지로 치료를 거부할 자기 결정권이 있다. 기본적인 인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성년인 애덤에게는 사법부가 ‘합리적 부모’ 역할을 해주면 강제적인 치료를 받을 기회가 생긴다.

사건을 담당한 가정법원의 피오나 판사는 “존중받아야 할 신앙과 치료 거부에 내포된 개인의 존엄성보다 더 소중한 것은 생명”이라는 말로 의료진이 애덤에게 수혈할 것을 명령한다. 판결의 근거는 1989년 영국에서 제정된 아동법(The Children Act) 1조의 ‘아동(미성년자)에 관한 사안을 판결할 때 법정은 아동의 복지를 무엇보다 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 는 조항이다.

mRNA 백신 장기적 부작용 알 수 없어

이언 매큐언의 장편 소설 『칠드런 액트』에 나오는 애덤의 사연은 작가가 전직 판사인 친구 앨런 워드의 판결문을 보고 생생한 인간 드라마를 소설화함으로써 소개됐다. 그는 이 작품을 통해 종교의 자유와 아동복지가 충돌할 때 법원이 현실적으로 개입하는 과정, 신앙을 위해 죽을 수 있다는 애덤이 사실은 죽음을 대략적으로 이해한다는 점, 또 애덤에게 막대한 영향력을 미치는 어른들의 난해한 모습 등을 담담하게 묘사한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예컨대 “수혈을 안 받으면 죽을 수 있다”는 판사의 말에 “네”라고 답한 애덤이 수혈 거부로  실명·뇌 손상 등 심각한 심신장애가 올 수도 있다는 설명에는 “싫다”는 반응을 보이며 속상해한다. 또 수혈이 진행되자 그의 부모가 심하게 울었는데 애덤은 처음에는 부모가 자신이 수혈받는 상황이 슬퍼서 운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부모의 눈물이 기쁨의 표현이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부모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종교적 신앙이 얼마나 깊은지를 모두에게 보여줬을 뿐 아니라 동시에 아들의 생명도 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수혈을 받았지만 우리 잘못은 아닌거죠! 판사를 비난하고, ...체제를 비난하고...이런 구제방법이 있었다니!’ 피오나에게 쓴 편지에서 보듯 애덤은 수혈 후 새로운 삶을 살면서 직면하는 복잡한 현실이 혼란스럽다. 그간 자신의 삶을 지배했던 종교와 부모의 둥지에서 벗어나려는 애덤은 앞으로 믿고 의지할 대상이 자신에게 생명을 돌려준 판사이기를 희망한다. 하지만 그녀는 거절한다. 그러는 사이 애덤은 18세를 넘겨 성년이 됐고 백혈병이 재발하자 치료를 포기한 채 생을 마감한다.

21세기 선진 사회에서도 과학과 관습, 종교와 이성, 인권과 이익 등 사회적 갈등상황이 전개되면 아동은 영문도 모르는 채 불이익을 받기 쉽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수많은 국가에서 영국의 아동법과 유사한 아동복지법을 제정한다. 한국도 아동(18세 미만 국민)을 위한 아동복지법이 있으며 1장 2조 3항에 ‘아동에 관한 모든 활동은 아동의 이익이 최우선으로 고려돼야 한다 ’고 명시되어 있다. 문제는 현실에서 제대로 적용되느냐다.

최근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청소년 방역패스 정책만 보더라도 아동의 이익이 최우선으로 고려됐는지 의문이 남는다. 현재 청소년에게 접종하는 메신저리보핵산(mRNA) 방식의 백신은  인류가 처음 접하는 신기술로 만든 제품이라 장기적인 부작용은 모른다. 단기적 부작용은 1월 18일 기준 백신 접종을 받은 국내 13~18세 중 이상 반응 의심사례 신고율이 0.27% (406만3188건 중 1만1082건), 중대한 이상 반응 신고 건수는 289건이다.

반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은 연령에 따라 질병 경과가 크게 차이 나는데 청소년은 대부분 경증이다. 실제 1월 20일 기준 지난 2년간 국내 10대 코로나19 확진자는 7만4277명이지만 사망자는 없다. 80세 이상 치명률 14.42%와 무척 대조적이다. 참고로 다른 연령대 치명률은 70대 4.39%, 60대 1.06%, 50대 0.31%,  40대 0.09%, 30대 0.04%, 20대 0.01%, 10대 0%다.

이 통계에 의하면 과연 건강한 청소년에 대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본인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말할 수 있는 걸까. 물론 비만, 심장질환, 폐 질환, 면역 이상 등 기저질환이 있는 청소년은 코로나19 감염 시 위중증이나 사망 위험성을 줄이기 위해 백신을 접종하는 게 좋다. 가족 중에 기저질환자나 고령자가 있을 때, 또 본인이 원하는 경우에도 보호자와 상의 후 의사의 진료를 받고 접종하면 된다.

참고로 아동기에 접종하는 기존의 B형 간염, 홍역, DPT(디프테리아, 백일해, 파상풍), 소아마비 등의 백신은 접종 이익이 훨씬 크다. B형 간염만 해도 만성화되면 간경화나 간암으로 진행할 수 있고 디프테리아도 감염되면 10~15%에서 심근염이 생기며 이 중 50~60%가 사망한다. 백신 접종은 이런 심각한 합병증과 치사율을 매우 효과적으로 예방한다.

‘청소년 방역패스’ 항고심 판결에 주목

코로나19 팬데믹 3년째에 접어든 지금 우리 사회는 지난 14일 법원의 서울 지역 청소년 대상 방역패스 시행 중지 결정에 대해 법무부와 시민 모두 불복해 항고하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아동의 안녕과 이익을 위해 최선의 백신 활용법을 찾아야 할 성인들이 고등법원을 향해 ‘합리적인 어른’ 역할을 결정하라고 외치는 셈이다.

시대별 인구 피라미드 구조에서 보듯〈그래픽 참조〉 한국의 청소년들은 저출산 시대에 태어나 머리 위로 과부화된 중·노년의 존재를 평생 느끼면서 노화된 미래 한국을 이끌어 갈 귀한 존재들이다. 이 아이들의 복지를 위해 고등법원이 어떤 명판결을 내릴지 기도하는 마음으로 지켜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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