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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인도 혈연도 아닌 새롭고 익숙한 가족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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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2호 20면

비혼이고 아이를 키웁니다

비혼이고 아이를 키웁니다

비혼이고 아이를 키웁니다
백지선 지음
또다른우주

‘그래, 바로 이거야!’

2006년 12월, 독신자 입양이 허용됐다는 뉴스에 가슴이 뛰었다. 결혼하지 않고도, 애 아빠가 없이도 내 아이를 가질 수 있다니. 참으로 멋진 일이었다. 입양기관 홈페이지에 들어가 입양절차를 꼼꼼히 들여다보기도 했다.

그리고 이후 남들처럼 결혼해서 ‘기혼 출산’의 길을 걸으며 ‘비혼 입양’이란 선택지는 까맣게 잊고 살았는데…. 불쑥 이 책이 말을 걸어왔다. ‘당신이 선택을 고민했던 그 길, 이미 누군가가 잘 가고 있습니다’라고.

결혼한 적 없이 두 딸을 2010년과 2013년 차례로 입양해 키우고 있는 워킹맘이 쓴 책이다. 남과 다를 뿐 아니라, 100% 주체적 의사결정에 따라 이뤄진 가족. 매우 낯설고 새로운 이야기일 것 같지만 새로움 반, 익숙함 반이다. 아빠가 있든 없든, 출산이든 입양이든 애 키우며 사는 모습은 비슷비슷하니까.

부모님의 불행한 결혼생활 때문에 비혼을 결심하게 된 저자의 이야기는 다소 뻔하지만 설득력 있다. 태어난 지 석 달 된 아기를 입양하며 2주 연차만 쓰고 도우미한테 맡길 계획이었단 얘기에 ‘와, 너무 용감한데?’ 싶다가도, 나이가 있는 연장아는 적응이 어려워 워킹맘이라면 신생아 입양이 낫다는 얘기에 ‘정말 그렇겠구나’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저자는 입양과 아빠 없는 가정에 대해 편견 가진 사람을 별로 접한 적이 없다고 한다. 한국도 새로운 가족 형태에 포용력이 높아졌구나 싶은데, 방송인 사유리의 ‘비혼 출산’을 놓고 한바탕 논쟁이 벌어진 게 불과 14개월 전이다. 아직 갈 길이 머니까 이 책이 출간된 것일지도.

비혼과 입양이란 신선한 주제와 육아와 교육이란 익숙한 주제가 섞여 있다. 누구를 독자로 한 책인지 좀 헷갈린다. 전체를 관통하는 메시지는 저자 서문에서 찾았다. “사람은 혼자 살 수 없다. 아이만이 아니라 어른도 혼자 살 수는 없다.”

배우자이든, 애인이든, 아이이든, 친구이든, 반려동물 또는 식물이든. 의무감 때문이 아니라 정말 만족감을 주는 누군가와 ‘같이’ 지내면 더 행복할 수 있다는 점. 그게 꼭 혈연이나 혼인관계일 필요는 없고, 중요한 건 사랑이라는 글쓴이의 메시지는 읽는 이가 누구이든 공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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