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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노후자금, 보험보다 펀드·IRP에 장기 투자해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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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2호 16면

배현기의 연령별, 상황별 연금 설계 

애플리케이션(앱) 분석업체인 와이즈앱에 따르면 암호화폐거래소인 업비트와 빗썸 이용자 중 40대가 30.3%(지난해 1월 기준)로 10~50대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초기 암호화폐시장을 20~30대가 주도했다면, 주식투자 경험이 풍부한 40대가 지금의 암호화폐시장을 주도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그런데 진짜 그럴까? 하나은행 100년 행복연구센터가 최근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40대가 가장 선호하는 투자 상품 1위는 국내 주식(70%)이다. 해외주식(14%)과 국내외 부동산(5%) 등이 그 뒤를 따랐다. 암호화폐는 1% 정도였다.

투자는 투자기간에 따라 ‘단기 전술적 자산배분’(Tactical Asset Allocation)과 ‘장기 전략적 자산배분’(Strategic Asset Allocation)으로 구분할 수 있다. 예컨대 비트코인과 같은 암호화폐를 장기 전략적 자산배분 개념으로 투자하는 사람은 드물다. 암호화폐는 변동성이 심하기 때문에 단기 투자로서 시황이나 타이밍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잉여자금으로 투자해야 한다는 점에 대부분 동의할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40대에게 암호화폐는 비교적 여유가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좋은 투자 대상으로 보기는 어렵다.

40대 가장 선호하는 투자는 국내 주식

그렇다면 40대는 어디에 투자하는 게 좋을까. 먼저 현재 40대의 자산 포트폴리오를 살펴보자. 100년 행복연구센터에 따르면 40대가 보유한 금융자산은 예·적금 비중이 58%로 가장 높았다. 저축성보험이 19%, 주식이 16%로 각각 2, 3위를 차지했다. 생각보다 투자 활동에 적극적이지 않다. 왜 그럴까? 경제 활동이 가장 왕성한 연령대인 동시에 자녀 교육에 드는 비용이 많은 시기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이 같은 40대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은퇴자산이다. 인생 과제 가운데 무엇이 제일 중요한가라는 질문에 대해 40대는 ▶은퇴자산 ▶내 집 마련 ▶자녀 교육 ▶자기 계발 순으로 답했다. 당장은 자녀 교육에 수입의 상당 부분을 쓰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노후 준비를 고민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예상하는 주요 노후 소득원으로 공적연금(51%), 개인연금(48%), 예·적금(36%)을 꼽는다는 점이다. 이는 당장은 여력이 없지만 향후 개인연금 등을 더 늘리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이런 해석도 가능할 것 같다. 금융자산 가운데 비중이 가장 높은 예·적금은 은퇴자산이 아닌 다른 용도로 사용할 계획이라는 것이다. 그럼 하나씩 되짚어 보자. 40대는 왕성한 경제 활동을 할 나이지만, 여유가 많은 나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자녀 교육비 지출이 많기 때문이다. 짐작컨대 대부분의 40대가 자금이 부족한 삶을 살고 있을 것이다. 이들은 시황에 따르거나 단기적인 투자는 지양하는 것이 좋다(여유자금이 풍부한 경우는 예외). 그렇다면 40대는 은퇴자산으로 무엇을 편입하는 것이 좋을까?

먼저 현재 40대가 노후 준비를 어떻게 하고 있는지 살펴보자. 앞서 40대의 금융자산 중 보험 비중이 예·적금 다음으로 많다는 것을 확인했는데, 노후자산에도 이 부분이 그대로 반영돼 있다. 필자가 운영 중인 연금자산관리 앱인 ‘마이머풀러’의 회원 통계를 살펴보면 더욱 명확해진다. 회원 중 40대는 개인연금 중 보험 비중이 46%를 차지한다. 여기서 보험은 연금저축·(구)개인연금·변액연금 등 연금과 관련된 보험 상품이다. 개인형 퇴직연금(IRP)과 펀드가 각각 27%와 24%로 그 뒤를 이었다.

노후자금 대부분 투자자산으로 준비를

사실 최근 전통적인 투자자산인 주식을 포함해 암호화폐 등 다양한 투자 관련 뉴스를 보면, 40대의 투자자산 비중이 꽤 높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실제는 매우 낮은 수준이다. 연금도 마찬가지다. 특히 연금자산 중 투자자산 운용 목적으로 만들어진 IRP와 연금저축펀드도 원리금보장상품이 50% 이상을 차지한다. 이렇다 보니 수익률이 낮을 수밖에 없는데, 본인들이 원금보장형이나 그에 준하는 상품을 편입하고는 아이러니하게도 수익률이 낮다고 불만이다. 잠시 과거로 돌아가 보자. 현재 40대의 부모인 70대 이상은 경제적인 기회가 많은 세대이기도 했지만 사실상 전체적인 경제 수준이 지금과는 사뭇 다른 어려운 시기였다. 보험처럼 강제 저축 기능이 있는 상품보다는 급할 때 언제든 찾아 쓸 수 있는 예·적금을 이용했다.

그러나 지금의 40대는 다른 세대다. 자동이체를 활용해 적립식 투자를 한다. 이게 보여주는 건 과거에 비해 계획적인 의사결정을 한다는 점이다. 문제는 과거의 금융 관행이 그대로 남아 있어 이런 큰 차이에도 여전히 ‘보험’ 상품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자신에게 맞는 투자 기간,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이 따른다. 노후자금의 대부분을 비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있다는 얘기다. 은퇴시점이 60세에서 65세 이상으로 늘어나고 있는 추세를 감안하면, 40대는 보험보다는 노후자금 대부분을 투자자산으로 준비하는 게 바람직하다.

단기변동성이 큰 자산은 투자 기간을 늘리면 변동성이 줄어든다. 변동성은 곧 위험이다. 사람들이 주식은 위험하다고 하는데, 이는 주식의 투자 기간이 짧기 때문이다. 이를 장기로 가져간다면, 이론이 아니라 실제 데이터 상으로도 변동성을 확 줄일 수 있다. 물론 포트폴리오의 세부적인 구성은 조금 복잡한 문제다. 노후자금은 장기 자산이며 장기 운용이 가능한 자금은 투자에 활용해야 한다. 매우 낮은 위험으로 높은 기대수익을 추구할 수 없으며, 인플레이션 헤지(hedge) 기능이 없는 저수익 자산에 장기간 자신의 자산을 방치해 두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연금저축펀드와 IRP는 투자 상품을 담을 수 있는 훌륭한 그릇이라 할 수 있다. 40대가 여기에 위험자산을 적극적으로 편입해 장기적 관점에서 은퇴 준비를 하지 않는다면 무엇으로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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