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2년, 내가 겪은 코로나]오락가락 정부 대응이 불신 키워, 백신 괴담·음모론 기승

중앙선데이

입력 2022.01.22 00:20

업데이트 2022.02.16 15:34

지면보기

772호 11면

SPECIAL REPORT 

지난 15일 서울 강남역 부근에 모인 시민들이 방역패스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정준희 기자

지난 15일 서울 강남역 부근에 모인 시민들이 방역패스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정준희 기자

최근 매주 토요일이면 전국에서 방역패스 반대 시위가 열린다. 지난 15일 오후 2시 서울 광화문역 3번 출구 부근에는 약 700여 명의 시민들이 ‘소아청소년 백신 접종 반대한다’ ‘국민의 신체 자기결정권 보장하라’ 등의 팻말을 들고 시위를 했다. 이어 오후 4시 강남역과 신논현역 사이 강남대로 한복판에서도 방역패스 반대 시위가 시작됐다. 코로나진실규명의사회 소속 이영미 산부인과 전문의는 “코로나19 백신을 배양한 뒤 특수입체현미경으로 관찰했더니 정체불명의 미생물 확인체가 발견됐다”고 주장했다. 대한의사협회는 ‘근거 없는 잘못된 의학 정보’라며 이 전문의에 대한 중앙윤리위원회 제소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둘러싼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백신패스 반대론자들의 주장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백신을 맞아도 큰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둘째, 백신 부작용이 코로나 감염 위험보다 더 두렵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괴담이나 음모론이다. 항간에는 ‘코로나19는 백신을 팔기 위해 개발된 것’ ‘국제사법재판소가 코로나 백신을 반인류범죄행위로 규정했고, 화이자 최고경영자(CEO),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 75명에 무기징역을 선고했다’는 등의 근거 없는 소문이 퍼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괴담은 아예 언급조차 하지 않는다. 말도 되지 않기 때문이다.

접종자의 돌파감염이 미접종자 감염보다 더 많아서 백신의 효과성이 떨어진다는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 손영래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사회전략반장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14일부터 올해 1월 8일까지 8주간 만 12세 이상 확진자 22만8604명 중 미접종자는 25.3%인 5만7905명이다. 언뜻 보면 백신을 접종한 확진자가 세 배나 많아 백신 무용론을 뒷받침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접종자는 4350만명으로 미접종자(328만명)의 13배에 달한다. 미접종자가 확진 될 확률이 4배 이상 높다는 얘기다. 중증 또는 사망할 확률은 더 차이가 난다. 손 반장은  "현재 코로나 중환자 중 미접종자 비율은 55.7%, 사망자 비율은 56.4% 수준”이라고 밝혔다. 미접종자는 코로나에 걸릴 경우 중증으로 진행되거나 목숨을 잃을 확률이 15배 정도 높다는 얘기다.

관련기사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백신은 청소년에게도 효과가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지난해 7월 1일부터 10월 25일 사이 미국 내 23개 주의 31개 병원에 입원한 12~18세 코로나 환자를 분석한 결과 96%가 미접종자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의약품청(EMA)도 지난해 11월 5~11세를 대상으로 한 화이자 백신 접종을 승인하면서 “2000여명 임상 시험 결과 백신 예방 효과가 90.7%에 달한다”고 밝혔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백신이 100% 완벽한 것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봐 왔듯 화이자는 95%, 아스트라제네카(AZ)는 70% 정도 감염확률을 낮춰줬다”며 “시간이 지남에 따라 돌연변이에 대한 효과가 떨어진다는 문제를 WHO 등에서 지적한 것이지 백신 자체가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백신과 관련해 더 큰 문제는 부작용이 코로나 감염보다 더 무섭다는 심리적 저항이다. 백신 반대자들은 “백신을 맞아도 코로나에 걸릴 확률이 있지만 안 맞으면 부작용 확률은 제로”라고 주장한다. 통계적으로 맞지 않지만 심리학적으로는 일리가 있다. 코로나 감염은 ‘어쩔 수 없는 위험’으로 여기지만, 접종 부작용은 ‘선택에 따른 위험’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보통 후자를 더 두려워한다. 아이가 코로나에 걸리는 것보다 백신을 맞췄는데 부작용이 나타나는 것이 더 견디기 어렵다는 뜻이다.

백신에 대한 불신이 커진 데는 오락가락하는 정부의 대응도 한몫했다. 세계 각국에서 백신 개발과 확보에 열을 올리던 2020년 5월 우리 정부는 “1~2년 안에 백신을 개발하는 것은 어려우니 치료제부터 개발하겠다”는 입장이었다. 그해 11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화이자 백신에 대한 긴급사용승인을 내리자 “메신저RNA 방식의 화이자 백신은 알레르기, 안면 마비 등 부작용이 나오고 있다”며 “먼저 접종하는 나라들에서 안전성이 검증된 뒤에야 우리 국민에게 접종할 것”이라고 밝혔다. 화이자 백신 확보에 난항을 겪자 “효과 좋고 안전한 AZ 백신을 도입하겠다”고 대응했다. 결국 이듬해 2월에야 전세계에서 105번째로 백신 접종국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 회원국 중에서는 출발이 가장 늦었다.

접종 초기 혈전증 등 AZ 안전성 논란이 불거지자 문재인 대통령이 솔선해 불안을 가라앉힐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78세의 당선인이던 2020년 12월 백신을 맞았고, 당시 95세던 엘리자베스2세 영국 여왕, 85세의 프란치스코 교황도 2021년 1월 팔을 걷었다. 하지만 대통령이 먼저 맞으라는 제안에 “국가원수가 실험대상이냐”(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는 반응이 나왔다. 이후에도 AZ 백신 접종 연령, 고무줄처럼 늘었다 줄어든 2차 접종 간격 논란, 위드 코로나 전환 후 확진자 급증으로 다시 거리두기 강화조치 등이 이어졌다. 급기야는 청소년과 마트·백화점에 대한 방역패스 적용이 최근 법원에서 잇따라 제동이 걸리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정부의 방역 정책에 대한 신뢰가 낮아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유명순 교수팀이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1000명을 대상을 조사한 결과, 정부와 보건당국의 백신접종 대응에 대해 41.6%가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한 달 만에 9.6%포인트 높아졌다. 백신 접종으로 일상 회복을 기대한다는 응답도 10월 41.2%에서 12월 26.9%까지 떨어졌다. 김우주 교수는 “정부가 방역패스를 무리하게 시행하면서 불신이 쌓여 안티 백서 논리가 더 통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Innovation La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