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낙인 찍힌 교수님, 난방 못 올리는 사장님, 사망자 배웅하는 간호사 … 팬데믹 2년, 내가 겪은 코로나

중앙선데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772호 08면

SPECIAL REPORT

2020년 1월 20일-국내 첫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연합뉴스]

2020년 1월 20일-국내 첫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연합뉴스]

2020년 1월 20일 국내 첫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다. 그 후 2년. 바이러스는 변이를 거듭하고 있다. 대유행의 파고는 다시 솟구칠 조짐이다. 이 터널의 끝은 어디인가. 중앙SUNDAY는 간호사·학생·확진자·미접종자·자영업자 등 코로나에 맞서고, 코로나에 휘말리거나 내몰린 이들을 통해 지난 2년을 돌아봤다.

확진자 71만명·사망 6500명 #땀·눈물 닦고 일상의 길을 찾다

간호사

2020년 2월 20일-국내 첫 사망자 발생. [사진 한국장례협회]

2020년 2월 20일-국내 첫 사망자 발생. [사진 한국장례협회]

“의료진은 지쳐 있었고, 이름도 모르는 103명의 환자를 마주해야 했습니다.”

장응식(35) 국립정신건강센터 간호사는 2020년 2월 20일 경북 청도 대남병원에 급하게 파견된 의료진 중 한 명이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의료진의 코로나19 집단감염과 사망자가 발생한 대남병원은 그의 경력 11년 동안 잊을 수 없는 곳이다. 방호복을 입으니 10분이면 끝날 일이 1시간이 걸렸다. 말소리도 잘 들리지 않아 동료들과 수화하듯 의사소통을 했고, 장갑을 끼고 혈관을 찾는 것도 힘겨웠다. 그는 “환자 중 누가 어떤 정신 질환을 가졌는지, 공격성이 있는지 알 수 없어 돌발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했다”며 그날의 고충을 털어놨다. 이날 장 간호사는 8시간이 지나서야 방호복을 벗을 수 있었다. 머리가 땀에 잠겨 있을 정도였다. 그는 "그렇게 15일을 보냈는데, 코로나19 초기에 큰일을 했다는 뿌듯함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2020년 3월 12일-세계보건기구(WHO), 팬데믹 선언. [AP=연합뉴스]

2020년 3월 12일-세계보건기구(WHO), 팬데믹 선언. [AP=연합뉴스]

의료진의 감염은 치명적이다. 6년째 서울대병원 응급실에서 근무하고 있는 이강용(30) 간호사는 “요즘 줄을 설 정도로 환자가 끊이지 않아 소독하기조차 바쁘다”고 말했다. 응급실 내 격리 치료 중 양성 판정을 받는 환자도 매일 발생한다. 하지만 간호사들은 가장 가까이서 자신이 돌보던 환자의 확진 소식을 뒤늦게 접하는 경우도 많다. 이 간호사는 “간호사의 감염은 환자와 보호자의 감염으로도 이어질 수 있어 걱정된다”고 말했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사망하는 환자들은 간호사들에게 안타까움으로 각인된다. 경북대병원 정도건(31) 간호사는 “코로나19 초기에는 사망하신 분들이 꽤 많았다”며 “코로나 환자는 사망 후 수습 과정이 길어 우리도 마음부터 힘겹다” 고 밝혔다. 일반 사망 환자의 수습 시간이 30~40분이라면, 코로나 사망자의 수습 시간은 2시간 넘게 걸린다. 바이러스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흡습포로 시신을 싸고 소독하고, 시신 백에 옮기고 나서도  다시 소독한다. 유가족은 CCTV 화면으로, 혹은 감염 방지용 아크릴판 너머로 환자의 임종을 지켜봐야 했다. 허망해하는 유가족에게 위로의 말을 전하고 사망 경위를 설명하는 것도, 환자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는 것도 간호사의 몫이다. 정 간호사는 “그럴 때마다 나도 망망대해에 빠진 허망함을 느낀다”고 털어놨다. 장안우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간호사도 “지난 10월에는 출산한 지 얼마 안 된 엄마가 아기를 안아보지도 못하고 돌아가셔서 의료진 모두가 눈물을 흘렸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2021년 2월 26일-국내 코로나19 백신(AZ) 접종 시작. [뉴스1]

2021년 2월 26일-국내 코로나19 백신(AZ) 접종 시작. [뉴스1]

이처럼 지금까지 코로나19 사망자의 장례는 ‘선 화장 후 장례’ 원칙을 적용해 유족들이 고인을 직접 볼 수 없었고, 애도할 시간도 충분치 않았다. 최근 ‘시신에서 코로나19 감염이 전파된 사례가 없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기존 장례 원칙에 근거가 없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이에 질병관리청은 장례 지침을 개정해 오는 27일부터 장례 후 화장이 가능하도록 하고, 유족에게 애도의 기회를 충분히 보장할 예정이다. 장안우 간호사는 “지침이 바뀌면 유족도, 우리도 조금이라도 고인을 더 잘 보내드릴 수 있을 것 같다”며 “지금이라도 코로나19 사망자의 장례 지침이 개선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학생

2021년 4월 18일-델타 변이 국내 첫 확진자 발생. [연합뉴스]

2021년 4월 18일-델타 변이 국내 첫 확진자 발생. [연합뉴스]

코로나 학번. 김우진(21)씨 같은 20학번을 일컫는다. 서울의 한 사립대를 다니는 김씨는 올여름 입대를 계획하고 있다. 신입생 환영회, 미팅과 같은 캠퍼스 낭만을 느끼기는커녕 2년 동안 집에서 비대면 강의만 들었다. 120여 명의 학부 동기생 가운데 김씨가 아는 얼굴이라고는 5명도 채 되지 않는다. 그는 “입학 후 비대면 수업을 해보니 ‘이건 아니다’ 싶어 1학년을 마치고 군대 간 친구들이 많다”며 “단체생활이 위험할 것 같다는 부모님 의견도 있고, 곧 대면 수업을 하겠다는 기대감도 있어 입대를 미뤘는데 상황이 이렇게 장기화할 줄 몰랐다”고 말했다. 김씨는 “전역하면 3학년인데 제대로 된 대학생활 못 해보고 취업난에 뛰어들어야 한다고 생각하면 우울하다”고 덧붙였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등교 일수가 적어지니 사교육이 커졌다. 고등학교 2학년 딸을 둔 양선주(49)씨는 “코로나19로 사교육에 더욱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양씨 가정은 코로나19 이전보다 사교육비 지출이 50% 이상 증가했다. 양씨는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아이들은 집에서 과외 선생님을 모셔서 성적이 오르는데 그렇지 못한 아이들은 독학이나 인터넷 강의를 듣는 게 전부니 학습격차가 생기는 게 당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통계청의 최근 ‘2021년 사회동향통계’에 따르면 경제력 상위권 가정의 고등학생 사교육 참여시간 증가는 35%에 육박했지만, 중위권은 30%, 하위권은 25% 수준에 그쳤다.  우리나라의 학교 폐쇄 기간은 2020년 3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총 88주 중 68주(77.3%)로 집계됐다. 미국은 62주(70.5%) 동안 학교 문을 닫았다.

2021년 11월 1일~12월 18일-‘위드 코로나’ 시행. [뉴스1]

2021년 11월 1일~12월 18일-‘위드 코로나’ 시행. [뉴스1]

이처럼 등교 수업이 들쭉날쭉하다 보니 폐해도 많다. 올해 중학교 2학년이 되는 아들을 둔 직장인 김예원(44)씨는  아침마다 ‘전쟁’을 치른다. 지난달 20일부터 원격·등교 수업을 병행하는 일명 ‘퐁당퐁당’ 등교를 재개한 후에는 더욱 심각하다. 김씨는 “아이가 매일 학교에 가는 게 익숙하지 않다 보니 전날 밤늦게까지 게임이나 핸드폰을 하다가 아침에 못 일어나기 일쑤”라고 말했다. 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또래와 함께하는 활동이나 사회적 교감이 줄어드는 것은 학생들의 사회정서적 발달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코로나19 세대의 발달 지체와 교육적 결손의 회복 정도에 따라 앞으로 국가 경쟁력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확진자

2021년 12월 1일-오미크론 변이 국내 첫 확진자 발생. [연합뉴스]

2021년 12월 1일-오미크론 변이 국내 첫 확진자 발생. [연합뉴스]

‘2020년 3월 22일 귀국. 서울 강북삼성병원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 판정. 이 성북구 13번 확진자는 60대 교수’

2021년 12월 15일-코로나19 백신 3차 접종 시작(일 확진자 수 7848명 역대 최다). [연합뉴스]

2021년 12월 15일-코로나19 백신 3차 접종 시작(일 확진자 수 7848명 역대 최다). [연합뉴스]

이렇게 뉴스는 서창록 고려대 교수의 신상을 올렸다. 그는 당시 ‘환자’가 아닌 ‘죄인’으로 불렸다. 지난 13일 만난 서 교수는 “내가 정작 혐오와 차별의 대상이 되어보니 그동안 그들의 입장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는 것을 깨닫게 되더라”고 털어놨다. 당시 서 교수가 가장 큰 충격을 받았던 건 24시간 돌아가던 병실 내 CCTV도, 동선 공개도 아니었다. 격리 병동에서 접했던 ‘자가격리 안심밴드(전자팔찌)’ 도입 뉴스가 그의 머리를 울렸다. 자가격리 대상자들의 동선을 파악하기 위해 성범죄자 전자발찌처럼 팔찌를 채우겠다는 내용이었다. 심지어 국민 중 70% 이상이 전자팔찌 착용에 찬성했다는 설문조사를 보고 우리 사회가 얼마나 인권 감수성이 부족한지 깨달았다고 한다. 2022년 1월 19일 기준 이 안심밴드를 착용했던 사람은 총 1480명. 서 교수는 “2년간의 코로나 ‘인권 방역’은 사후조치 그 자체였다”며 “동선 공개, 외국인 전수조사 행정명령, 이태원 성 소수자 아우팅 논란 등은 정부의 인권 감수성을 여실히 보여준 사례”라고 평가했다.

확진자 낙인은 일터마저 봉인해버렸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사업체를 운영하는 이모(35)씨는 2020년 6월을 “종일 울었던 여름”이라고 회상했다. 이씨는 보건소 담당자로부터 “다중이용시설이 아니기 때문에 사업장 이름은 비공개”라고 약속했지만 몇 시간 뒤 이 씨의 업체는 버젓이 뉴스에 나오고 있었다. “얼마나 방역을 안 했으면 코로나에 걸려”, “저긴 가면 안 돼”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때마침 이태원 발 확진자가 쏟아져 인터넷에서는 “클럽 다니다 확진됐네”다는 루머도 나왔다. 사업은 기로에 놓였다. 당시 이씨와 함께 확진된 지인은 커뮤니티의 ‘신상털기’에 지쳐 해외로 떠났다.  2주가 지나면 자동으로 지워진다던 동선은 당국에 수차례 전화 끝에야 삭제됐다. 이씨는 “당국에서는 오히려 ‘확진자 때문에 온 나라가 고생인데, 고작 그런 것 때문에 난리를 치냐’는 뉘앙스의 태도를 취하더라”며 “이후에 동선 공개에 따른 피해 보상을 해준다고 했지만, 확진자라는 이유로 거부당했다”고 말했다. 코로나 확진 이후 2020년 이씨의 수입은 0원이었다. 이씨는 “나에게 아픔을 준 건 코로나19가 아니라 환자를 보호해주지 못한 정부”라며 “누구나 확진자가 될 수 있다는 걸 뒤늦게라도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서 교수와 이씨뿐만 아니라 확진자들의 상처는 아직도 아물지 못했다. 많은 확진자의 동선은 인터넷에 여전히 주홍글씨처럼 남아 있다. 지난 2년간 누적 확진자는 71만 명, 사망자는 6500명을 넘어섰다.

미접종자

2022년 1월 14일-코로나19 경구치료제 ‘팍스로비드’ 처방 시작. [연합뉴스]

2022년 1월 14일-코로나19 경구치료제 ‘팍스로비드’ 처방 시작. [연합뉴스]

“백신 접종 뒤 응급실에 갔고, 백신 안 맞으니 또 응급실에 가게 됐다.”

경기도의 한 중소기업에 재직 중인 김진명(가명·43)씨는 30대에 부정맥(심방세동) 판정을 받았다. 심장질환의 일종이지만 심근염·심낭염과 달리 방역패스 예외 질환에 해당하지 않는다. 지난여름, 화이자 백신 1차 접종 후 갑작스러운 부정맥 증상이 나타나 전극 시술을 받은 후 2차 접종을 포기했다. 담당의 역시 더는 접종을 권하지 않는다는 소견을 보였다. 그런데 회사 분위기가 냉랭했다. 김씨는 “상사가 연말 인사평가를 앞두고 접종 계획을 묻더니 상의도 없이 타 부서로 발령을 냈다”며 “그 일로 인해 응급실에 다녀올 만큼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나 같은 기저질환자에게 방역패스는 그저 카페나 식당에 못 가는 ‘불편’이 아니라 일상을 위협하는 ‘족쇄’나 다름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이지은(가명·39)씨는 2년간의 난임 시술을 통해 어렵게 임신에 성공했다. 시험관 시술이 8회 차에 접어들던 지난해 7월,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고민했지만 의사의 권유로 미뤘다. 이씨는 “직장동료 가운데 백신 접종 후 생리 주기가 틀어지거나 부정출혈 등의 부작용을 겪은 사람이 적지 않았다”며 “나이가 적지 않은 터라 하루빨리 임신하는 게 최선인데 혹 백신으로 인해 난자 질이 떨어지거나 주기에 변화가 생길까 봐 접종을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둘째 아이를 임신 중인 고민정(36)씨는 20주차로, 아직 미접종 상태다. 안정기에 접어들었지만, 출산 이후로 백신 접종을 미룰 생각이다. 고씨는 출산 전 첫째 아이와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도서관이나 문화센터 등을 부지런히 다녔지만 방역패스에 가로막혀 이젠 ‘집콕’밖엔 할 수 있는 게 없다. 고씨는 “임신부들은 확진 시 고위험군으로 갈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방역패스가 적용되기 전에도 불필요한 외출을 자제하고 있었다”며 “이제 입덧이 잦아들어 가끔 외식도 하고 싶은데 미접종자라 불가능하니 첫째에게 미안한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고씨는 “병원에서 임신 중기 이후엔 접종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아직 백신에 대해 충분히 검증도 안 됐는데 모험을 하고 싶진 않다”고 덧붙였다. 1월 21일 0시 현재 12세 이상 중 1차 백신도 맞지 않은 이들은 5.4%에 이른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교수는 “당국은 접종자 데이터가 쌓이는 대로 정보를 제공해서 안심하고 접종할 수 있도록 설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영업자 

2022년 1월 18일-마트·학원 등 6종 시설에 방역패스 일부 해제. [연합뉴스]

2022년 1월 18일-마트·학원 등 6종 시설에 방역패스 일부 해제. [연합뉴스]

이 겨울, 식당은 온천탕에서 뜨끈하게 몸 지지고 온 손님들의 열기로 후끈거려야 했다. 당구장은 1차 술자리에서 2차로 넘어가는, 피할 수 없는 고갯길처럼 버티고 있어야 했다. 지난달 8일 경북 문경의 K식당은 피크타임인 7시에 기자 외에 손님이 한명도 없었다. 사장 신정민(55)씨는 “추워도 이해해 달라”며 “전기료만 한 달에 100만원 정도 나가는데, 그 돈이라도 아끼려고 난방 전원을 내렸다”고 말했다. 그는 “2020년엔 매출이 확 줄었지만, 직원 월급 주려고 2000만원을 가게 보증금(5000만원)에서 빼고, 작년에는 직원들 내보내고 아내와 단둘이 운영하면서도 두 달 치 임대료를 못 내 360만원을 보증금에서 추가로 뺐다”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신씨는 “보증금이 금방 바닥날 것 같아 불안하다”라고도 했다.

지난 18일 오후 8시경 경기도 고양의 Q당구장은 숨소리마저 들릴 정도로 고요했다. 코로나 이전 혼자 치는 ‘연습당구’로 눈칫밥을 먹었던 ‘혼당족’은 이제 그럴 필요가 없다. 1차 술자리 뒤 의기투합해 몰려오던 ‘아재’들이 줄었기  때문. 이곳의 김모(51) 사장은 “당구장·노래방 같은 ‘1.5차’ 업소는 고사 위기”라며 “코로나 2년간 2차, 3차는 백신 접종에만 붙은 말이지, 회식·모임에는 이제 생소한 단어”라고 밝혔다.

자영업자·소상공인은 지난 2년간 코로나19로 휘청였다. 17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연평균 자영업자 수는 551만3000명이다. 1년 전보다 1만8000명 줄었다. 코로나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하면 2년 새 9만3000여 명 줄었다. 직원을 둔 자영업자는 6만5000명 줄었다. 이에 반해 직원을 두지 않은 나 홀로 자영업자는 4만7000명 늘었다. 자영업자들이 신씨처럼 직원을 해고하고 1인 자영업자가 됐다는 해석이다. 서울 은평구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김모(58)씨는 “하도 장사가 안돼 어떻게 말할까 고민 중에 주방 아주머니가 알아서 그만뒀는데, 다행인지 불행인지 참 기분이 묘하더라”고 밝히기도 했다.

자영업자 수는 줄었지만, 부채는 늘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자영업자 부채는 887조5000억원으로, 2019년 말보다 29.6% 늘었다. 같은 기간 가계대출 증가율(15%)보다 증가속도가 가파르다. 정치권에서는 자영업자들의 한숨과 눈물을 표심으로 읽고 있다. 지원금과 보상금 정책이 쏟아지고 있다. 이를 포함한 추가경정예산이 코로나 2년간 6차례나 집행됐다. 다음 주 국회 제출 예정 건도 기다리고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5년간 국가 채무가 1064조원까지 불어나 국민 1인당 국가 채무는 2081만원이 됐다. 서울 서대문구의 한식뷔페 사장 김모(51)씨는 “준다고 해서 받기는 받지만 영 찜찜하다”며 “내가, 내 자식이 결국 갚아야 할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자영업자들은 거리두기 조치가 나올 때마다 가슴이 철렁인다고 한다. 사적 모임 인원·시간 제한이 들쭉날쭉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위드 코로나’를 한 달 만에 철회한 게 대표적이다. 소상공인·자영업자 손실보상 대상, 피해 산정 기준 등도 여전히 혼란이다. 코로나 이전 잘 되던 곳은 더 잘 되고, 그저 그랬던 곳은 더 안 되는 쏠림 현상도 심하다. 한 자영업자는 “인원과 시간 제한으로 손님들도 선택과 집중을 할 수밖에 없기 때문 아닌가”라고 설명했다. 현장에서 느끼는 자영업자들의 손실은 어느 정도일까. 지난 18일 서울 서대문에서 만난 주류 도매업체 직원 이모(50)씨는 이런 말을 했다. “2년 전보다 절반 정도만 배달하면 되더라”고. 그가 한마디 더 남겼다. “그래도 살아 남야지. 으차!”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갈 필요 없어, 2년간 성과 활용해 미래 준비해야”

조영태 교수

조영태 교수

지난 2년간 코로나19는 전 세계를 공포에 떨게 했지만, 언제까지나 눈앞의 위기만 바라볼 수는 없다. 코로나 이후의 세상은 어떻게 바뀔까. 『정해진 미래』의 저자인 조영태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는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가서는 안 되고, 오히려 돌아가는 게 이상하다”며 “지난 2년간 나름대로 이뤄낸 성과를 바탕으로 우리 사회의 뼛속 깊은 문제, 즉 저성장·저출산을 풀어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2년간의 성과와 이를 토대로 한 우리의 미래는 무엇일까.

지난 2년간 주목할 만한 변화는.
“코로나19는 우리가 꿈꾸던 미래를 앞당겼다. 10~20년이 걸릴 거라고 예상했던 백신은 불과 1~2년 만에 개발됐고, 재택근무와 원격 수업이 현실이 됐다. 드라마 ‘대장금’이 아프리카까지 가는 데 6년이 걸렸지만, 코로나 시대인 지금 전 세계 사람들이 동시에 ‘오징어 게임’을 본다. 미국 블록버스터가 망하고, 한국 드라마가 흥할 것이라고 누가 예상했을까. 코로나 위기 속에서도 한국은 미국·유럽과 문화적·경제적 격차도 크게 줄였다고 본다.”
정부 정책에는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
“중요한 것은 거리두기가 아닌 백신·치료제의 공급과 만나지 않고도 삶을 지속할 수 있는 과학기술의 힘이다. 미뤄왔던 바이오·제약산업 투자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어야 한다. 향후 7~8년간의 포스트 코로나가 50년의 대한민국을 좌우하게 될 거다. 그와 동시에 디지털 소외계층 등이 사회에서 배제되지 않도록 사회 안전망을 탄탄하게 구축해야 한다.”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마치 코로나 이전이 정상인 것처럼 생각하지만 돌아보면 그렇지 않다. 2년간 이뤄낸 혁신을 바탕으로 인구절벽과 저성장 등 한국 사회의 문제를 해결해보면 어떨까. 불가능했던 재택근무가 코로나로 가능해졌던 것처럼 말이다. 특히 수용성이 높은 MZ세대가 변화의 중심에 설 거라고 본다. 지금까지 선진국을 따라 좋은 기술을 발전시켜왔다면 앞으로는 반도체처럼 우리나라가 선점할 수 있는 기술을 늘릴 필요가 있다.”

오유진 기자 oh.yooji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