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종교편향 심각” 승려 3500명 집회, 정청래 제명 촉구

중앙선데이

입력 2022.01.22 00:02

업데이트 2022.01.22 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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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2호 02면

대한불교 조계종을 비롯한 불교계가 21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 경내에서 ‘민주당 정청래 의원의 제명과 문재인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며 전국승려대회를 열었다.

이날 전국승려대회에는 전국 사찰에서 올라온 승려 3500여 명이 참석했다. 대웅전 앞뜰과 일주문 뒤, 총무원 청사 앞까지 빼곡하게 메웠다. 조계종뿐 아니라 태고종·천태종·진각종 등 불교계 대부분 종단이 함께했다.

21일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에서 ‘종교 편향·불교 왜곡 근절과 한국불교 자주권 수호를 위한 전국승려대회’가 열렸다. 전국의 사찰에서 상경한 3500여 명의 스님들은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의 문화재 관람료 비하 발언과 천주교 캐럴 캠페인 지원 등 정부의 종교 편향을 비판했다. [연합뉴스]

21일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에서 ‘종교 편향·불교 왜곡 근절과 한국불교 자주권 수호를 위한 전국승려대회’가 열렸다. 전국의 사찰에서 상경한 3500여 명의 스님들은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의 문화재 관람료 비하 발언과 천주교 캐럴 캠페인 지원 등 정부의 종교 편향을 비판했다. [연합뉴스]

조계사 주지 지현 스님은 대회 시작을 알리는 고불문에서 "조선 말기부터 우리 사회는 불교뿐만 아니라 기독교와 민족종교가 함께하는 다종교 사회로 변모하였습니다”라며 "저희가 오늘 내딛는 이 걸음이 교단의 자존과 자주를 성취하고, 종교 간에 상호 존중과 화합을 이루는 디딤돌이 되게 하소서”라고 기원했다.

불교계가 제기하는 ‘불교왜곡·종교편향’ 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민주당 정청래 의원이 사찰의 문화재관람료를 ‘통행세’로 지칭하고 이를 걷는 사찰을 ‘봉이 김선달’이라고 비하하면서 불거졌다. 또 지난해 성탄절을 앞두고 문화체육관광부가 천주교의 캐럴 캠페인에 예산을 지원하면서 논란이 더욱 커졌다. 문재인 대통령과 황희 문체부 장관의 개인적 종교가 천주교라 편향 논란이 더 세게 제기됐다.

이에 조계종은 정청래 의원의 제명과 문체부 장관 사퇴, 그리고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며 전국승려대회를 강행했다. 조계종 원행 총무원장은 전국승려대회에서 "역사 속에 국가의 위기마다 항상 국민의 곁을 지켜온 한국불교가 누란의 위기에 처해 있다”며 "온전히 전통문화를 계승 발전하기 위해 문화재보호법으로 인정받은 문화재구역입장료도 ‘통행세’로 치부 받기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원행 총무원장은 "이러한 과정의 중심에 정부가 있다. 기회는 불평등했고, 과정도 불공정했으며, 결과도 정의롭지 못했다”며 "전통문화를 보존 계승해야 할 정부가 앞장서 종교 간 갈등의 원인을 제공하고 부추기며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서 단상에 오른 화엄사 주지 덕문 스님은 "정부는 2007년 국립공원입장료를 일방적으로 폐지한 뒤, 문화재관람료를 그대로 남겨둠으로써 마찰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었다. 결국 정부는 사찰과 스님들을 국민적 비난거리로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이 21일 조계사 출입이 막히자 발길을 돌리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이 21일 조계사 출입이 막히자 발길을 돌리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불교종단협의회 사무총장 도각 스님은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취임 축복 미사를 드리고, 해외순방길에는 빠짐없이 성당을 방문하며, 국가원수로서는 매우 굴욕적인 ‘알현’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우리 민족의 평화를 교황에 부탁하는 등 특정 종교에 치우친 행보를 해왔다”며 "대통령 개인의 종교적 신념이 공공의 영역에 투영되어 정부와 공공기관의 사업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조계종 중앙종회의장 정문 스님은 "한국 불교는 코로나 시국 초기부터 정부 시책에 호응해 선제적 방역지침을 준수해왔다. 그 결과 단 한 건의 집단 감염도 일으키지 않으며 방역의 모범을 보여 왔다. 또 템플스테이를 통해 심리적 방역에도 기여해 왔다고 자부한다”며 "그런데도 불교계에 돌아온 것은 그 어느 정권 때보다 심각한 종교 편향이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대회 말미에는 예정에 없었으나 황희 문체부 장관의 사과 메시지를 승려대회 참석 대중에게 영상으로 전달했다. 황 장관은 "최근 불교계가 제기한 종교 편향 관련법과 제도적 장치를 빠른 시일 내에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영상을 트는 동안 곳곳에서 "반대한다!”"중단하라!”는 외침이 쏟아지자 영상은 도중에 꺼졌다.

이날 행사엔 발언 당사자인 정 의원이 연단에 올라 공개 사과를 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행사 시작 50분 전 조계종은 정 의원 측에 "오지 말라, 사죄의 마음이 있다면 따로 하시라”고 전해왔다고 한다. 정 의원은 차량으로 조계사에 도착했지만, 후문에서 불교계 인사들에 의해 가로막혔다. 정 의원은 지난해 11월 말에도 조계사를 찾았다가 ‘문전박대’를 당했다. 결국 정 의원은 국회로 돌아와 기자회견을 자처했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는 국회 소통관에서 "다시 한번 정중하게 사과드린다”며 "불교계가 사랑과 존경을 받고 전통문화가 꽃피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송영길 대표와 민주당 내 불교계 창구인 전통문화발전특별위원장 김영배 의원, 국회 불교신자 모임 정각회의 회장인 이원욱 의원 등은 일단 행사장까지는 들어섰다. 하지만 연단에 올라 승려들에게 직접 사죄하려던 계획은 무산됐다. 승려들이 고성을 내지르며 격하게 반발했기 때문이다.

대선을 불과 47일 앞두고 성난 불심이 누그러지지 않자 민주당 선대위는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민주당 선대위 인사는 "지도부가 사찰을 더 찾으면서 마음을 누그러뜨리는 데 노력할 것”이라며 "결국 우리가 더 얻어 맞아야 화난 불심이 반(反)이재명 표심으로 연결되는 걸 막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사찰 소유의 토지에 종합부동산세가 부과되는 것을 방지하는 조세특례제한법(윤후덕 의원 발의)을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불교계의 반발에 동조하고 나섰다. 윤 후보는 21일 기자들과 만나 "(정 의원 발언은) 정치인으로서, 당의 중요한 인물로서 발언 내용 자체보다도 종교를 대하는 태도가 맞지 않다고 (불교계가) 격분하고 계신다”며 "불교계의 이런 상황은 국민 한사람으로서 충분히 이해가 간다”고 말했다.

문화재관람료 논쟁 55년째, 정부는 뒷짐만
문화재관람료 논란은 국립공원 제도가 생긴 지 55년째 이어지고 있다. 행락철인 봄·가을이면 어김없이 등장한다. 일부 등산객들은 “아니, 우리는 절에 들르지도 않는데 왜 문화재관람료를 내야 하냐”며 불만을 토로한다. 설악산 신흥사, 속리산 법주사, 지리산 쌍계사 등 매표소가 있는 사찰 앞에서 비슷한 풍경이 벌어진다.

국립공원은 2021년 기준 국토 면적의 6.7%인 6726㎢를 차지하고 있다. 이 중 사유지 비율이 32%다. 사찰 사유지는 약 7%에 달한다. 문화재관람료는 1962년 제정한 문화재보호법에 근거한다. 67년 지리산이 국내 처음으로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면서 사찰 소유지도 포함됐다. 70년 국립공원에서 입장료를 받기 시작했고 매표소에서 관람료도 받는 합동징수가 실시됐다. 2007년에 국립공원 입장료가 사라지면서 관람료 문제가 불거졌다. 사찰이 산 입구에 자리 잡은 기존 합동징수 매표소에서 관람료를 받다 보니 문화재를 볼 의사가 없는 등산객들이 “왜 관람료를 내야 하느냐”며 불만을 쏟아낸 것이다. 불교계는 사찰 소유지를 비롯한 사유지에 대해 정부가 사전 협의와 동의 절차 없이 일방적으로 공원에 편입시켜 재산권 행사를 크게 제약하면서도 사용료나 임차료를 지급한 적이 없다고 주장한다. 더구나 사찰의 사유지를 일방적으로 편입했음에도 ‘국립(國立)’이라는 용어를 쓰는 것 자체가 상식에 벗어난다는 것이다.

화엄사 주지인 덕문 스님은 “정부에서 무조건 ‘국립’이란 표현을 쓰면서 사유지라는 개념을 희석했다”고 주장했다. 덕문 스님은 또 “갈등의 모든 책임을 사찰에 돌아가게 해 ‘사찰이 길을 막고 돈을 빼앗는다’는 비난을 받게 해 이미지 추락 등 불교계가 잃은 것은 숫자로 계산할 수조차 없이 크다”고도 했다.

시민단체는 매표소를 산 입구에서 절 입구로 옮기자는 입장이다. 정인철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사무국장은 “관람료는 문화재 보존을 위해 낼 수 있다”면서도 “다만 문화재 근처에 간다는 이유만으로 돈을 내라는 것은 안 된다”고 강조했다.

사찰은 전통 문화유산이면서 종교 시설이라는 특수성이 있다. 미국에서는 국립공원 14곳에서 입장료를 받지만, 별도의 관람료는 없다. 국립공원 안에 문화재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일본은 관람료를 받는 사찰들이 대부분 도심에 있어 국립공원을 찾는 등산객들과 마찰을 일으킬 소지가 적다.

덕문 스님은 “정부가 ‘사찰 측이 어떻게 하겠지’라는 입장에서 과감히 돌아서야 한다. 문화재 활용이냐 보존이냐를 선택해야 한다. 전체 관람료를 무료화하자면 시범적으로 2~3개 사찰을 모니터링 해서 정책을 입안하면 되는데 정부는 사찰만 쳐다보고 있다”고 비판했다. 시민단체도 정부의 역할을 강조한다. 정인철 사무국장은 “단기적으로는 관람료 매표소 위치를 이전하는 게 해결책이 될 수 있다”면서도 “장기적으로는 정부가 국립공원 내 사찰 땅과 일반 사유지를 사들이면 된다. 그게 2조원”이라고 주장했다.

김홍준 기자 rimr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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