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2900명 전원 반발, 조해주 결국 사퇴

중앙선데이

입력 2022.01.22 00:02

업데이트 2022.01.22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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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2호 01면

조해주

조해주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사표를 반려해 ‘선거 중립’ 논란의 중심에 섰던 조해주(사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이 선관위 전 직원의 이례적 반발에 부딪힌 끝에 21일 재차 사표를 제출했다. 지난 19일 중앙일보 보도를 통해 문 대통령이 조 위원의 사표를 반려한 사실이 알려진 지 이틀 만이다. 이집트 순방 중 보고를 받은 문 대통령은 조 위원의 사표를 수리했다. 조 위원은 이날 오전 선관위 내부 게시판에 올린 글을 통해 “오늘 임명권자에게 다시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것으로 저와 관련된 모든 상황이 종료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사표를 제출한 배경에 대해서는 “위원회가 짊어져야 할 편향성 시비와 이로 인해 받을 후배들의 아픔과 호소를 더 이상 외면할 수 없었다”며 “위원회의 중립성·공정성을 의심받게 된 상황에서 후배들이 받았을 상처에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적었다.

익명을 원한 선관위 관계자는 “조 위원에 대한 사표 반려 사실이 알려진 뒤 선관위 직원들과 시·도 선관위 지도부가 지난 20일 긴급 회의를 통해 ‘조 위원은 즉각 사퇴하고 선관위를 떠나야 한다’는 데 만장일치로 의견을 모았다”며 “선관위 직원 전원이 사퇴를 촉구하는 내용의 ‘후배들이 드리는 글’을 작성해 전달하겠다는 의사를 조 위원에게 직접 전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2900여 명 선관위 전 직원이 문 대통령의 결정을 반대하며 조 위원의 연임에 반기를 드는 선관위 60년 역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이튿날인 21일 오전 조 위원에게 전달된 후배들의 글 속엔 “선거 관리에 어려움이 가중된다” “선거 부정 의혹과 편향적이란 비난 분위기를 쇄신할 전환점을 기대했는데 앞으로도 비난과 불복이 계속될 것”이란 우려가 담겼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사전에 청와대와 전혀 조율되지 않았고 사표도 인편이 아닌 전자결재로 제출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인사는 “순방 중인 대통령도 이번엔 사표를 수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결국 청와대는 이날 오후 문자 공지를 통해 “문 대통령이 순방 현지에서 조 위원의 사의 표명을 보고받고 수용했다”고 밝혔다. 조 위원이 사의 표명 글을 올린 지 6시간여 만이다.

국민의힘 “선관위 후임 상임위원, 공정하고 중립적 인사 임명해야” 

국민의힘을 비롯한 야당은 조해주 중앙선관위 상임위원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부적합한 인사의 임명을 비롯해 모두 청와대와 문재인 대통령이 자초한 결과”라고 몰아세웠다.

야당의 주장처럼 지난해 7월 이후 조 위원을 둘러싸고 벌어진 논란은 그야말로 청와대가 자초한 한 편의 희극이었다. 문재인 대선 캠프 특보 출신인 조 위원은 2019년 1월 임명 당시부터 정치 편향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야당이 선거 중립 훼손을 이유로 국회 청문회를 반대하자 문 대통령이 청문회를 거치지 않은 채 임명을 강행한 게 논란의 씨앗이었다.

상임위원 임기 내내 정치 중립 논란의 중심에 섰던 조 위원은 지난해 7월 일찌감치 사표를 제출했다. 올해 1월까지인 3년간의 임기를 모두 채울 경우 대선 직전에 문 대통령이 후임 상임위원을 지명해야 하고, 그럴 경우 정치적 중립성을 둘러싼 논란이 증폭될 수 있는 만큼 미리 그만두는 게 낫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상임위원 임기를 채우라”며 사표를 반려했다.

우여곡절 끝에 1월까지 임기를 채우게 된 조 위원은 재차 사표를 내고 내부적으로 퇴임식까지 치렀다. 그러나 이번에도 문 대통령은 또다시 사표를 반려했다. 더 나아가 상임위원의 경우 3년 임기를 마치면 선관위원직을 떠나는 관례까지 깨고 비상임 선관위원으로 3년을 더 근무하도록 했다. 선관위 상임위원이 임기 3년을 마친 뒤 비상임위원으로 임기를 이어간 전례는 한 번도 없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대선을 관리해야 할 중앙선관위의 안정성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해명했지만 “정권의 입맛에 맞는 조 위원을 사실상 ‘상왕 선관위원’으로 쓰려는 의도”라는 야당의 강한 비판에 직면해야 했다. 여기에 이번에 선관위 내부 구성원들의 반발까지 겹치면서 청와대의 이 같은 시도는 결국 최악의 결과를 초래하게 됐다.

국회 청문회를 거쳐야 하는 조 위원의 후임 인사와 관련해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순방을 마치고 귀국해야 정확히 알 수 있겠지만 청문회 등 임명 절차에 필요한 최소한의 시간을 고려할 때 대선이 임박한 현시점에서 임명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야당은 문 대통령이 지명한 비상임 선관위원 두 명 중에서 조 위원의 후임자가 결정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는 데 대해 “그런 시도 자체는 아예 꿈도 꾸지 말고 정상적인 절차를 통해 중립성 확보를 위한 최소한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전주혜 국민의힘 선대본부 대변인은 “임기 말 꼼수 알박기 시도는 애초부터 없었어야 했다”며 “상임위원 후임으로는 문 대통령이 임명한 친여 성향의 비상임위원이 아니라 공정하고 중립적인 인사를 새로 임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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