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중앙] 포스트코로나시대와 마주할 위기의 한국경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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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보다 인플레가 더 무섭다···다가올 긴축의 시대 단단히 대비해야

인플레 파이터로 변모한 미국 연준, 전 세계에 풀린 돈 거둬들일 채비
버블경제 절정인데, 한국은 대선 국면에서 통화·재정 정책 눈치게임만

미 연준이 2022년 ‘돈 풀기를 끝내고, 회수를 서두르겠다’는 시그널을 강하게 보내고 있다. 코로나19가 종착역을 향해 갈수록 세계 경제는 새로운 질서 체계로 편입되고 있다. / 사진:getty images bank

미 연준이 2022년 ‘돈 풀기를 끝내고, 회수를 서두르겠다’는 시그널을 강하게 보내고 있다. 코로나19가 종착역을 향해 갈수록 세계 경제는 새로운 질서 체계로 편입되고 있다. / 사진:getty images bank

코로나19가 수그러들면 살림살이가 나아질까? 여기 세 사람이 있다. 첫 번째, 서울 송파구에 사는 30대 후반 직장인 박영선씨(가명). 그는 1년 전 이맘때 자신의 선택을 후회한다. 전세로 살던 구축 아파트의 계약이 끝나갈 무렵, 그는 주택 매입을 망설였다. 자녀가 없는 맞벌이여서 다소 무리하면 생애 첫 주택 구매가 가능했지만 ‘올라도 너무 올랐다’고 판단하고 같은 단지 내에서 다시 전세살이를 선택했다. 그러나 부동산R114 통계에 따르면, 2021년 서울 아파트값은 13.08%가 올라 2020년(13.81%)에 이어 2년 연속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그래도 그는 “이번 전세 계약이 끝날 무렵(2023년 초)에는 집값이 내려가 있을 것”이라고 애써 위안을 삼는다. 코로나19가 끝나가는 국면에서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 정부의 대출 규제,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 Fed)의 테이퍼링과 긴축, 중국 경제의 침체 징후 등을 고려할 때 집값은 하락 압력이 강력하다고 믿는다.

두 번째, 외국계 은행에 다니는 40대 초반 김기호씨(가명). 그는 2021년 말 다주택자가 됐다. 애초 서울에 아파트가 있었지만, 비조정지역인 충청 지역에 신축 아파트를 하나 더 샀다. 그는 포스트 코로나19 시대로 접어들면 “인플레이션 여파가 더 클 것”이라고 생각하고, 과감하게 투자를 결행했다. 그는 부동산이든 주식이든 코인이든 금이든 그림이든, 감가상각이 되지 않는 실물을 사놓는 편이 유리하다고 본다.

세 번째, 부산에 거주하는 40대 초반 비혼주의자 문혜선씨(가명). 그는 백화점 ‘오픈런(일부 명품 매장 앞에 전날 밤부터 줄을 서는 행위)’에 열중하는 스타일이다. 에르메스, 샤넬, 롤렉스 등에서는 돈다발을 싸 들고 가도 좀처럼 원하는 물건을 ‘알현’하기 힘들다. 심지어 줄을 대신 서주는 오픈런 대행업체까지 성업 중인 상황이다. 지난해 ‘에루샤(에르메스·루이뷔통·샤넬)’로 통칭하는 빅3 명품을 입점한 백화점들은 2021년 사상 최대 실적을 찍었다. 2021년 한 해에만 프라다가 무려 6번 가격을 올렸고 다른 명품 브랜드도 틈만 나면 가격 인상을 단행하지만, 비싸질수록 오히려 갖고 싶다는 열망은 더 커지고 있다. 그녀는 안정된 직장을 다니고 있음에도 내 집 마련이나 투자, 저축에는 별 관심이 없다.

경제는 정치와 달라서 자기가 발을 디디고 서 있는 포지션이 명확히 구별된다. 이를테면 경제영역에서는 중도보수, 온건진보 같은 애매한 입지는 존재할 수 없다. 박씨는 자산 가치와 물가, 성장률이 모두 하락하는 경착륙(디플레이션)에 무게중심을 싣는 쪽이다. 비단 인버스, 풋옵션 등에 돈을 거는 것만이 아니라 현금 보유를 선택하고 관망하는 행위도 일종의 숏(short) 포지션이다.

이와 반대로 김씨는 지금보다 미래에 자산가치와 물가가 더 오르는 데 베팅하는 ‘롱(long) 포지션’을 상징한다. 각국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려도 경제성장률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실행할 것이라는 연착륙을 기대한다. 이런 부류는 인플레이션 헤지를 가장 중시한다. 끝으로 문씨처럼 포지션이 없는 이들의 주된 관심사는 경제성장이나 자산 가치가 아니라 물가다. ‘사치재를 비롯한 어떤 물건의 가격은 오늘이 가장 싸다’는 태도는 의식했든 아니든,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에 대한 대응에 해당한다.

코로나19가 끝나갈수록 더 험난한 경제환경

글로벌 경제가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의 입만 쳐다보고 있는 형국이다. 미국 기술주가 출렁이면, 전 세계 증시는 물론 가상화폐 시장과 심지어 서울 부동산까지 영향받는다. / 사진:로이터연합뉴스

글로벌 경제가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의 입만 쳐다보고 있는 형국이다. 미국 기술주가 출렁이면, 전 세계 증시는 물론 가상화폐 시장과 심지어 서울 부동산까지 영향받는다. /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코로나19의 끝머리에서 우리는 어떤 세상을 준비해야 할까’라는 화두에 대해 단언할 수 있는 명제는 단 하나뿐이다. ‘현재의 코로나19 시대보다 훨씬 더 험난한 환경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시대의 작동 원리는 비교적 단순했다. 정부는 국가채무에 구애하지 않고 돈을 찍어 경기 침체를 필사적으로 막았다. 풀린 유동성은 부동산, 주식, 코인 등을 차례로 폭등시켰다. 2020년부터 2021년까지는 어지간하면 아무거나 사도 돈을 벌었다. 2022년 1월 3일(미 현지시각) 애플이 시총 3조 달러를 돌파했고, 4일 다우지수는 사상 최고치(3만6799.65)를 찍었다. 돈의 힘으로 끌어올린 시장의 정점이었다.

이 무렵 미국의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하루 신규 확진자는 100만 명을 돌파(1월 2일)했다. 영국도 하루 20만 명, 프랑스도 하루 27만 명 이상 확진자가 나왔다. 그러나 프랑스 CAC 지수는 1월 4일 7300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더는 코로나 팬데믹을 글로벌 경제가 퍼펙트 스톰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시그널이다. 오히려 전파력은 강하지만 치사율은 떨어지는 오미크론 변이의 특성에 비춰볼 때, 코로나19가 종식 국면에 진입한 것 아니냐는 기대심리가 더 퍼져 있다.

이를 두고 정민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코로나19보다 인플레 두려움이 더 크다는 것이 글로벌 시장의 기조”라고 진단했다. 정 위원은 이에 대해 “코로나19가 곧 끝난다는 것이 아니라 확진자가 나와도 미국은 ‘위드 코로나’에서 태세 전환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깔려 있다”고 설명했다. 금리 인하 모드로 돌입한 중국을 제외하면, 거의 모든 주요국이 미 연준의 행보와 코드를 맞출 것이 유력하다.

관건은 글로벌 경제를 주도하는 미국이 인플레를 누르는 속도가 얼마나 빠를지에 달려 있다. 홍춘욱 ERA리서치 경제연구소 대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유럽의 재정 위기, 중국발 공급 과잉, 셰일 혁명이라는 3가지 요인으로(코로나19 이전까지) 물가가 거의 안 올랐다. 그러나 코로나 팬데믹 이후 공급망에 차질이 발생했고, 각국 중앙은행이 돈을 풀며 인플레가 유발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미국 10년 물 국채 금리가 1.7%를 돌파(1월 5일 기준)했다. 반면 물가상승률에 해당하는 소비자물가지수(CPI, 2021년 12월 기준)는 7.0%나 올랐다”고 덧붙였다. 요약하면 이런 현실을 연준이 어떻게 인식하느냐에 따라 ‘파티의 술잔을 치우는 의지’가 달라질 수 있다. 낙관론자들은 속도 조절(제한적 금리 인상)에 무게를 실을 것이고, 비관론자들은 자산시장의 거품을 급속도로 제거하는 ‘매파(인플레 파이터) 연준’에 비중을 둔다.

2022년 1월 4일 삼성증권은 연 매출 또는 시총 3000억원 이상 국내 924개 기업의 최고경영자(CEO)와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대상으로 실시한 ‘2022년 리스크 요인’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인플레이션이 1위(응답자의 21.3%)로 뽑혔다. 주요국의 정책 변화, 금리 인상보다 인플레를 더 우려했다. 인플레가 심화할수록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원가 부담이 가중되고, 대출 금리 상승에 따른 자금 조달 비용 증가가 필연적으로 뒤따른다. 게다가 응답자의 55.6%는 인플레가 1년 이상 지속할 것으로 내다봤다. 1년 이내에 안정될 것이라는 예상(31.4%)을 압도했다.

미 연준, 금리 인상·양적긴축 무르익었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1인 지배가 확고해질수록 중국 기업의 혁신성이 떨어지고 있다. 그 여파로 중국은 미국에 경제 주도권을 뺏겼다. / 사진:AFP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1인 지배가 확고해질수록 중국 기업의 혁신성이 떨어지고 있다. 그 여파로 중국은 미국에 경제 주도권을 뺏겼다. / 사진:AF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연임 지명을 받은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1월 10일 상원 인준 청문회를 앞두고 공개한 문서에서 “높은 인플레이션은 희생을 치르게 한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며 “우리는 경제와 노동시장을 지원하고 더 높은 물가 상승이 고착화하는 것을 막기 위한 수단을 사용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에 앞서 1월 5일 공개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은 “(실질적 제로금리에 해당하는 0.25%인) 기준금리를 당초 예상보다 더 일찍, 더 빠르게 올리는 것이 정당화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이 소식이 알려진 직후 시장에서는 2022년 3월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을 마치자마자 바로 연준이 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예측이 우세해졌다. 테이퍼링 종료는 연준이 MBS(주택담보증권)와 TIPS(물가연동채권) 매입 확대라는 유동성 공급 정책을 그만하겠다는 의미다.

코로나19 대응 차원에서 연준이 감행한 양적완화(QE)는 극적인 효과를 발휘했다. 연준 발표에 따르면, 미국의 2021년 경제성장률은 5.5%에 달했다. 같은 기간 한국의 성장률 3.9%(한국경제연구원)를 능가하는 수치다. 2022년에도 미국은 4% 성장을 전망하고 있다. 이런 흐름에서 미국의 부동산, 주식은 상승하고 있다. 실업률은 떨어지고, 물가는 치솟고 있다. 돈줄을 조이기 위한 조건이 무르익은 셈이다.

이런 흐름에서 나온 FOMC 의사록이 시장에 더 큰 충격을 준 것은 예상했던 범위인 테이퍼링 단축, 조기 금리 인상보다 양적긴축(QT) 때문이었다. QT는 단순히 돈을 덜 풀겠다는 차원을 넘어서 돈을 거둬들이겠다는 강력한 의지 표명이다. 의사록에는 “거의 모든 참석자가 첫 기준금리 인상 후 일정 시점에 대차대조표 축소를 시작하는 것이 적절할 것 같다는 데 동의했다”는 문구가 있었다. QE로 풀었던 4조 달러를 연준이 회수할 수도 있다는 메시지로 시장은 해석한다.

연준의 금리 인상 시기와 횟수를 예상할 수 있는 단서는 ‘점도표’다. 점도표는 연준 위원들이 각자 예상하는 금리 전망치를 점으로 표시한 그래프를 일컫는다. 이에 따르면 2022년 3번, 2023년 3번, 2024년 2번 금리 인상이 유력하다. 연준은 물가상승률과 실업률 추이를 지켜보며 공격적 금리 인상과 양적긴축을 결합할 것이다. 역대급으로 돈을 풀었듯, 역대급으로 돈을 회수할 수 있다는 공포감이 자산 시장에 드리워지고 있다.

실제 역사적 고점을 찍었던 다우, S&P, 나스닥 지수는 FOMC 의사록 공개 이후 조정받았다. 금융주로 분류되는 워런 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가 신고가를 찍은 반면, 테슬라나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기술주는 하락했다. 정민 연구위원은 “미 연준은 2013년 ‘긴축 발작(벤 버냉키 당시 연준 의장의 긴축 발언으로 주식시장이 폭락)’을 경험했다. 파월은 그런 경험을 바탕으로 시장과 소통하겠지만, 돈줄 조이기는 어쩔 수 없이 겪어야 할 일”이라고 봤다.

중국, 세계의 성장 엔진으로 돌아오기 힘들어

중국은 ‘성장의 정체’라는 근본적 위협에 직면해 있다. 중국사회과학원은 2022년 중국의 경제성장률을 5.3%로 추정했다. 코로나19가 덮친 2020년(2.2%)을 제외하면 32년 만에 가장 낮은 숫자다. 중국 경제 성장의 마지노선처럼 여겨졌던 6% 성장 시대의 종언을 뜻한다. 심지어 JP모건체이스(4.7%), 일본 노무라증권(4.3%) 등은 4%대 성장을 예측했다.

침체된 경제를 반전시키려면 시장친화적 정책이 특효약이지만, 이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공동부유론’과 배치된다. 시 주석은 가을에 열릴 제20차 중국 공산당 당 대회에서 총서기 유임을 노리고 있다. 2023년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확정되는 국가주석 3연임으로 향하는 길목이다. 이를 위한 여론 조성 차원에서 시 주석은 2021년 빈부격차를 줄이기 위한 초강력 철퇴를 가했다. 유동성을 조여 부동산시장을 냉각시켰고, 탈에듀케이션이나 신동팡 등 사교육업체를 제재했다. 그 여파로 중국 최대 부동산기업 헝다가 파산했다. 알리바바와 텐센트, 디디추싱 등 중국 빅테크 기업을 벼랑 끝까지 몰아붙였다. 중국의 도시 실업률은 정부 공식 통계상으로도 5%대에 달한다.

성장률은 감소하고 실업률은 올라가는데, 물가마저 상승 추세다. 중국의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년 동기 대비 13.5%(2021년 10월 기준)를 기록했다. 이는 1996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높은 수치였다. 2021년 9월 에너지 공급난 탓에 중국 21개 성(省)에서 발생한 정전 사태도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중국 정부는 2021년 12월 6일 지급 준비율 인하를 전격 발표했다. 지급준비율이란 은행이 고객으로부터 받아들인 예금 중에서 중앙은행에 의무적으로 적립해야 하는 비율을 일컫는다. 이 비율 조절은 금융정책으로 통한다. 중국은 이 비율을 0.5%나 내렸다. 시점도 예상보다 빨랐다. 리커창 중국 총리가 12월 3일 지급준비율 인하를 예고한 뒤 불과 사흘 만에 실행했다. 2022년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 성공 개최라는 명분도 작동했다.

글로벌 흐름에 역행하는 중국의 확장 재정정책에 대해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은 “중국은 먼저 긴축을 해놔서 돈을 풀 만한 여력이 있다”며 “PPI가 아니라 소비자물가지수(CPI)로 보면 전년 동기 대비 2.3%(2011년 11월 기준) 올랐다. 오히려 중국은 디플레를 걱정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국이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는 기우라는 시각이다.

반면 홍춘욱 대표는 코로나19를 계기로 세계 경제의 중심이 중국에서 미국으로 확실히 옮겨갈 것이라고 본다. 그는 “미국이 잘해서가 아니라 중국이 재산권에 대한 보호를 중단하는 순간 스스로 무너진 것”이라며 “‘공산당의 통제 범위 안에서 돈을 벌라’는 식의 권위주의 지시명령 경제에서는(포스트 코로나19 시대라는) 전환기의 혁신을 따라갈 수 없다. (미·중 사이의 경제 헤게모니) 게임은 거의 끝났다”고 예견했다.

한국, 금리 인상과 대출 억제에 버블 시험받을 것

이주열(오른쪽) 한국은행 총리와 홍남기(왼쪽) 경제부총리의 정책 지향성은 지지율을 중시하는 정치권과 곧잘 충돌한다.

이주열(오른쪽) 한국은행 총리와 홍남기(왼쪽) 경제부총리의 정책 지향성은 지지율을 중시하는 정치권과 곧잘 충돌한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월 3일 신년사에서 “과잉 부채와 같은 우리 내부의 약한 고리는 대외 환경이 악화할 때 위험에 노출되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정은보 금융감독원장도 신년사에서 “가계부채 등 금융 불안전을 초래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서 적기에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부각했다. 고승범 금융위원장도 신년사에서 가계부채를 가장 큰 불안 요소로 꼽았다. 한국은행에 의하면, 2021년 11월 기준 은행권 신규 가계대출의 82.3%가 변동금리로 이뤄져 있다. 다시 말해 금리가 오를수록 대출 이자 부담이 올라가는 구조다.

이주열 총재는 2022년 3월 퇴임을 앞두고 열린 1월 14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0.25%p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이미 한국은행은 2021년 8월과 11월 금리를 각각 0.25%p 올린 바 있다. 이로써 금리가 1.25%까지 올랐지만, 끝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환율 관리 차원에서 미 연준의 금리 인상보다 선제적으로 대응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실제 미국의 긴축 모드가 뚜렷해지자 원·달러 환율은 1200원을 돌파(1월 6일)했다. 한·미 통화스와프 연장이 불발된 상황에서 달러 강세는 당분간 지속할 것이 유력하다. 이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한국은행이 2022년 말 최대 2%까지 추가로 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전망마저 등장한다.

금리 인상론이 힘을 얻는 또 하나의 주된 이유로 3월 대선을 앞두고 부동산시장 안정화에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이 사활을 걸고 있는 상황을 간과할 수 없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1월 5일 “지역과 무관하게 하향 안정세로의 전환에 가속도가 붙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금리 인상과 대출 억제가 집값 하락의 트리거가 될 것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결정적 이유는 문 정부의 정책이 뒤늦게 효험을 발휘한 영향이 아니라 가계대출 억제에 있다. 2021년 말 기준 금융권의 가계대출 잔액은 1628조2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이 액수를 2022년 말까지 1724조2000억원 수준으로 관리한다는 것이 정부의 방침이다. 즉 가계대출 증가율을 5%대 상승(최대 5.9%)으로 틀어막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현재 부동산 상황은 대세 하락이 아니라 일시적 동결’이라는 반론도 만만찮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대출과 관계없는 강남 등 서울 요지에서는 매매량 감소 속 신고가 거래가 나오고 있다”며 “(15억원 미만 가격으로) 대출 영향을 받는 수도권이나 서울 외곽지역의 상승세가 주로 둔화했을 뿐”이라고 일축했다. 실제 정부의 대출 규제 강화가 본격화하고, 금리 인상이 시작된 2021년 8월 이후 노원·도봉·강북 등 서울 외곽 지역 중저가 아파트의 거래량 감소가 두드러졌다. 경기·인천 등 수도권과 지방 주요 도시의 집값 하락세도 이와 흡사한 이치로 진행됐다.

결국 부동산 하락론자들은 미국의 긴축에서 파생되는 여파와 정부의 세금 규제에 가중치를 두고 있는 반면, 상승론자들은 여전한 공급 부족에 주목한다. 아울러 유동성과 개발 호재는 여전하고, 대출 억제 역시 새 정부가 들어서면 푸는 쪽으로 갈 것으로 기대한다.

긴축의 시대 임박했는데 포퓰리즘만 난무하는 대선

새 정부 출범 이후 한국은행을 둘러싼 여건은 복합적이다. 물가 상승과 자산 거품 제거만 바라보고 빅 스텝으로 금리 인상을 밟다가는 경제성장률 자체를 훼손할 수 있다. 그렇다고 금리 인상에 미온적인 채 통화·재정 정책에 더 의존하려는 정부에 보조를 맞추다가는 최악의 경우 터키의 길을 걸을 수 있다. 이미 생활 물가, 원자재 가격이 줄줄이 오르고 있다. 2021년 12월 외식 물가가 4.8% 올랐는데, 이는 2011년 9월 이후 최대 상승 폭이다.

이 와중에 대선 승리에만 혈안이 된 정치권은 여야를 불문하고 역주행 중이다. 이미 국가채무 1000조원을 넘겼고, 국가채무비율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50%대에 진입한 상황이다. 게다가 2022년 본예산은 사상 최대인 607조7000억원이 편성됐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은 1월 13일 “예상보다 더 늘어난 초과 세수(약 60조원)를 활용해 방역 장기화에 따른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어려움을 덜 수 있는 방안을 신속하게 강구하라”며 민주당의 추가경정예산(14조원 규모) 편성 요구를 사실상 받아들였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는 최소 25조원, 민주당은 최대 30조원 추경 안을 요구했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도 “얼마든지 정밀하고 신속하게 논의할 계획이 있다”고 동조했다. 심지어 김종인 전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은 100조원 추가 지원을 얘기했다. 한발 물러서긴 했지만 이 후보는 전 국민 재난지원금 최대 50만원 추가 지급도 주장했다. 탈모 치료에 건강보험을 적용하겠다는 공약까지 내놨다. 이에 대해 윤 후보는 병사월급 200만원 공약, 아이가 태어나면 매월 100만원 부모급여 공약을 내놓는 등 점입가경이다. 두 유력 정당의 후보 모두 인플레에 대한 대책, 국가재정의 건전성보다 국민의 구매력을 증가시키는 방향성의 선심성 정책을 남발하고 있는 셈이다.

많은 사람이 코로나19로 지쳐 있다. 지긋지긋했던 바이러스의 터널에서 벗어나는 순간, 지금껏 경험한 적 없는 형태의 퍼펙트 스톰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그런데도 유력 대선후보들에게서 다가올 긴축의 시대를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 것인지에 관한 리더십은 찾아보기 어렵다.

김영준 월간중앙 기자 kim.youngjo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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