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수색 속도 낼것" VS "6개월 걸려도 힘들듯"…'붕괴 아파트' 크레인 해체

중앙일보

입력 2022.01.21 18:35

심리상담 버스 운영…실종자 가족 "사치" 

"살아남은 가족은 심리적으로 패닉 상태가 되고, 인생은 '올스톱'되는 거죠."

붕괴사고 11일째인 21일 오전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아이파크 공사장 인근 한 도로변. '마음안심버스'라고 적힌 버스에서 중앙일보 취재진과 만난 김연향(65·여) 상담활동가는 "지난해 6월 (17명의 사상자를 낸) 학동 붕괴사고 때도 피해자 가족을 상담했는데, 마음을 나누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되지 않을까 싶어 다시 오게 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21일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아이파크 신축 아파트 붕괴사고 현장에서 사고수습통합대책본부 관계자들이 대형 크레인 2대를 이용해 붕괴 이후 기울어진 145m 타워 크레인 상층부를 해체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21일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아이파크 신축 아파트 붕괴사고 현장에서 사고수습통합대책본부 관계자들이 대형 크레인 2대를 이용해 붕괴 이후 기울어진 145m 타워 크레인 상층부를 해체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학동참사 때도 상담…마음 나누려 다시 와"

'마음안심버스'는 대한적십자사 재난심리회복지원센터가 행정안전부 위탁을 받아 운영하는 '심리 상담 부스'다. 광주시 재난심리회복지원센터 성주연(26)씨는 "실종자 가족과 주민 등이 조금 더 빠르고 편하게 심리 상담을 받을 수 있게 지난 19일부터 버스를 운영 중"이라고 했다.

실종자 가족들은 "심리 상담을 받는 건 사치"라고 했다. 실종자 가족 A씨는 "수색 상황을 보느라 정신이 없는데 심리 치료를 받을 여유가 없다"고 했다.

붕괴사고 11일째인 21일 오전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아이파크 신축 아파트 공사장 인근 도로변에 세워진 '마음안심버스'. 실종자 가족과 인근 주민 등의 심리 상담을 위해 설치됐다. 프리랜서 장정필

붕괴사고 11일째인 21일 오전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아이파크 신축 아파트 공사장 인근 도로변에 세워진 '마음안심버스'. 실종자 가족과 인근 주민 등의 심리 상담을 위해 설치됐다. 프리랜서 장정필

"타워크레인 해체…실종자 수색 일시 중단"

사고수습통합대책본부는 이날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실종자 수색을 일시 중단했다. 1200t급 대형 크레인 2대를 이용해 붕괴 이후 기울어진 145m 타워 크레인 해체 작업을 하기 위해서다.

대책본부는 크레인이 넘어질 위험을 고려해 타워 크레인 반경 79m를 위험 구역으로 정해 대피령을 발령하고, 사람과 차량 출입을 통제했다.

21일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아이파크 신축 아파트 붕괴사고 현장에서 사고수습통합대책본부 관계자들이 대형 크레인 2대를 이용해 붕괴 이후 기울어진 145m 타워 크레인 상층부를 해체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21일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아이파크 신축 아파트 붕괴사고 현장에서 사고수습통합대책본부 관계자들이 대형 크레인 2대를 이용해 붕괴 이후 기울어진 145m 타워 크레인 상층부를 해체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인근 109세대 주민도 '피난살이'  

사고 현장 인근 주상복합아파트 109세대 주민들도 추가 붕괴 위험 탓에 열흘 넘게 숙박업소나 친척 집 등에서 이른바 '피난살이'를 하고 있다.

한 자원봉사자는 "주민들은 약 등 중요한 물건을 가져올 때만 출입증을 발급받아 집에 들르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서구는 1세대당 숙박비·식비 등 100만 원을 지급했다. 보상비는 현대산업개발이 부담한다.

주민들은 이르면 오는 22일 집으로 돌아간다. 서구가 타워 크레인 해체 작업이 마무리되는 날 대피 명령을 해제할 예정이어서다. 서구 측은 영업을 중단한 상인들과는 별도 보상 대책을 협의 중이다.

21일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아이파크 신축 아파트 붕괴사고 현장에 붙은 주민 안내문. 이날 사고수습통합대책본부는 대형 크레인 2대를 이용해 붕괴 이후 기울어진 145m 타워 크레인을 해체하는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사고 현장 출입을 통제했다. 프리랜서 장정필

21일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아이파크 신축 아파트 붕괴사고 현장에 붙은 주민 안내문. 이날 사고수습통합대책본부는 대형 크레인 2대를 이용해 붕괴 이후 기울어진 145m 타워 크레인을 해체하는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사고 현장 출입을 통제했다. 프리랜서 장정필

"설인데…동생 어디 있는지도 몰라"

실종자 가족 사이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엇갈리는 분위기다. "타워 크레인 해체 후 상층부 정밀 수색이 가능해지면 사고 당시 28~34층에서 작업했을 실종자 수색도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관측과 "건물 내부가 한꺼번에 무너졌는데 실종자를 금방 찾을 수 있겠느냐"는 걱정이다.

전날 실종자 가족들은 사고 후 처음으로 붕괴 건물 내부를 둘러봤다. 사고로 생긴 낭떠러지와 콘크리트 잔해 등이 쌓인 모습을 본 후 "최악의 상황이다", "6개월이 지나도 구조가 쉽지 않을 것 같다"는 반응이 나왔다. 실종자 가족 B씨는 "곧 설인데, 동생이 지금 어디 있는지도 몰라 답답하다"고 했다.

박범계(가운데) 법무부 장관이 21일 오후 이용섭(오른쪽) 광주시장의 안내를 받으며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아이파크 신축 공사 붕괴사고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양수민 기자

박범계(가운데) 법무부 장관이 21일 오후 이용섭(오른쪽) 광주시장의 안내를 받으며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아이파크 신축 공사 붕괴사고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양수민 기자

박범계 "지위 고하 막론…합당한 책임 물을 것"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이날 오후 조종태 광주고검장·박찬호 광주지검장 등과 함께 사고 현장을 찾았다. 박 장관은 "국민 여러분과 광주 시민께 송구하다"며 "무단 용도 변경, 양생 기간 미준수, 동바리 미사용 같은 혐의점들에 대해 경찰과 검찰·노동청이 유기적인 수사 협력을 하고 있어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엄정하게 수사해 합당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1일 현대산업개발이 시공 중인 39층짜리 주상복합아파트 23~38층 일부가 무너져 1명이 숨지고, 5명이 실종돼 소방당국이 수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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