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선관위 2900명 전부 들고일어났다…조해주 백기 전말

중앙일보

입력 2022.01.21 14:44

업데이트 2022.01.21 18:07

문재인 대통령의 사표 반려로 앞으로 3년간 더 선관위원직을 유지하게 됐던 조해주 상임위원이 사흘만인 21일 재차 문 대통령에 사표를 내고 "선관위를 완벽히 떠나련다"고 선언한 것은 2900여 선관위 직원들의 일치된 용퇴 요구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복수의 소식통이 전했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19일 본지 보도로 조 상임위원의 사표 반려 사실이 밝혀지자 중앙선관위 1급~9급 직원 전원과 전국 17개 시·도 선관위 지도부는 20일 내부 회의를 통해 "조 상임위원은 즉각 사퇴하고 선관위를 떠나야 한다"는 의견을 모았다. 소식통들은 "이날 고위 간부진인 실국장단과 중간 간부진인 과장단및 사무관(5급)단이 각각 회의를 연 결과 '선관위가 비상한 위기상황을 맞은 만큼 조 상임위원의 사퇴를 반드시 관철해야 한다'는 입장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한 사람의 반대도 없이 전원이 조 상임위원의 사퇴 촉구에 찬성했다고 한다"며"이 소식을 들은 6급 이하 직원들의 조직(직장협의회)인 '행복일터 가꾸기 위원회'도 동참의 뜻을 표명해 결국 중앙선관위 간부와 직원 전원이 조 위원의 사퇴 촉구에 한 몸이 됐다. 이는 선관위 60년 사상 초유의 일"이라고 했다.
 소식통은 "이에 따라 중앙선관위 1급~9급 직원 전원은 자신들의 명의로 조 상임위원에게 사퇴를 촉구하는 편지('상임위원님께 드리는 글')를 20일 작성했다"며 "이 편지를 20일 오후 선관위 직원 대표(국장급)가 자택에 칩거 중인 조 상임위원을 직접 찾아가 전달하기로 하고, 그 뜻을 전화로 조 상임위원에게 전했다"고 했다. 이어 "그러나 조 위원은 '내 거취는 임명권자(대통령) 뜻에 달렸지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다'며 '편지는 대면 아닌 다른 경로로 전달해달라'며 직원 대표의 방문을 막아 편지는 21일 오전 조 위원의 비서관에 의해 조 위원에게 전달됐다"고 전했다.
 본지가 입수한 선관위 직원들의 편지는 "후배들의 충정과 우려를 십분 감안하시어 우리 선관위가 관례를 잘 지켜나가게 해달라"고 조 상임위원에게 호소하는 글로 시작된다. 이어 "(조 상임위원이 용퇴하지 않으면) ①조직 운영 등에 큰 부담이 우려되고 ②조 위원의 성과와 진정성이 폄훼되며 ③선거관리에 어려움이 가중되는 만큼 후배들을 믿고 선관위의 미래를 후배들에 맡겨달라"고 촉구하는 내용이다.
소식통은 "이뿐 아니라 전국 17개 시도 선관위의 사무처장과 상임위원 대표단도 20일 오후 노정희 선관위원장 면담을 요청하며 과천 선관위 청사를 찾아와 조 위원의 사퇴를 강력히 촉구하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전했다. 그는 "대표단은 노 위원장을 대신해 자신들을 만난 김세환 선관위 사무총장에게 '지금 선관위가 너무 심각한 위기 상황이다. 조 위원이 사퇴하지 않으면 선관위는 3.9 대선 등에서 또다시 편파 시비에 휘말려 부정선거 논란과 선거 불복 사태가 초래될 우려가 있다'며 조 위원 사퇴를 반드시 관철해야 한다고 요구했다"고 전했다.
 지자체 선관위 대표단은 또 청와대가 후임 상임위원에 기존 중앙선관위원인 이승택 변호사를 호선으로 선출하는 방안을 선관위에 제시했다는 소문과 관련해 "중앙선관위가 그러한 '꼼수'(이승택 상임위원 호선)를 회의에 상정하는 것은 절대 불가하다"는 입장도 전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그는 "지자체 대표단은 '만약 중앙선관위가 (이승택) 호선안 상정을 강행하면 회의장 입구에서 피켓시위를 벌이고 반대 성명서를 언론에 발표하는 것은 물론 그보다 더한 행동도 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했다.
 소식통들은 "선관위가 1963년 설립된 이래 전 직원이 만장일치로 집단행동에 나선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이에 따라 조 상임위원은 상당한 부담에 시달린 끝에 청와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재차 사표를 낸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이들은 "그동안 선관위가 '편파''불공정'논란에 시달려왔지만, 선관위의 공정성과 중립성을 지키기위해 조 위원 사퇴 촉구에 한몸이 된 직원들의 전례없는 집단적 노력이 그런 논란을 종식시키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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