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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회색코뿔소’가 달려오고 있다…위기 이겨내는 투자법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신성진의 돈의 심리학(110)  

미국 소비자 물가가 1년 전보다 무려 7%가 올랐습니다. 작년부터 미국은 테이퍼링을 통한 긴축 기조에 이어 3월부터 지속적인 금리 인상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가장 큰 경제적 파트너인 중국은 성장이 둔화하고 있고 기업 정책과 부동산 문제 등으로 전망이 아주 어둡습니다. 이런 대외적인 상황에서 한국은행이 기준 금리를 인상하면서 부동산 대출금리를 급격하게 오르고 있고, 국내 부동산 거품 붕괴와 가계부채라는 뇌관이 터질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우리를 두렵게 합니다. 2021년 9월 말 현재, 가계대출 전체 잔액 가운데 약 75%가 변동금리 대출이라고 합니다. 영끌, 빚투를 통해 부동산 투자를 한 사람에게는 재앙 같은 상황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블랙스완과 회색코뿔소

도저히 일어날 수 없을 것 같던 일이 일어났을 때 우리는 그 위기를 ‘블랙스완’이라고 부릅니다. 백조는 당연히 흰색이죠. 그래서 블랙스완은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어떤 것’ 혹은 ‘고정관념과는 전혀 다른 어떤 상상’을 표현하고 싶을 때 사용하던 용어입니다. 그런데 17세기 호주에서 실존하는 블랙 스완이 발견되었습니다. 그 이후 블랙스완은 일어나지 않을 것 같던 일이 실제로 일어났을 때를 표현하는 용어로 바뀌었습니다.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가 『검은 백조(The Black Swan)』라는 책에서 ‘발생 가능성이 극도로 낮지만 일단 일어나면 예상치 못한 충격과 파급효과가 있는 위기’를 묘사한 이후 투자와 자산관리 영역에서 널리 쓰이고 있습니다. 2001년 미국의 9·11테러,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에 따른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 위기 등을 블랙스완의 대표적인 사례로 볼 수 있습니다.

블랙스완은 어떻게 하기 힘든 위기를 말하는 반면, 회색 코뿔소는 충분히 예상가능하지만 가벼이 여기거나 무시해서 발생하는 위기를 뜻한다. [사진 pxhere]

블랙스완은 어떻게 하기 힘든 위기를 말하는 반면, 회색 코뿔소는 충분히 예상가능하지만 가벼이 여기거나 무시해서 발생하는 위기를 뜻한다. [사진 pxhere]


회색코뿔소와 블랙스완, 누가 더 무섭나

회색 코뿔소는 지속적인 경고로 인해 사회가 인지하고 충분히 예상할 수 있지만 가볍게 여기거나 무시해서 발생하는 위기를 뜻합니다. 코뿔소는 덩치가 커서 멀리서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멀리 있다고 생각하면 무시하게 됩니다. 가까이 왔을 때 피하면 되니까요. 그런데 코뿔소가 달리기 시작하면 땅이 흔들릴 정도입니다. 코뿔소와 부딪히면 위험하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제 피하려고 하지만 코뿔소가 다가오는 속도가 너무 빠릅니다. 두려워서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사전에 예상할 수 있고, 사고가 나면 파급력도 크지만 무시하다가 통제 불능의 위험에 빠질 수 있는 상황을 ‘회색코뿔소’라고 합니다.

중국의 부동산 과잉 문제, 우리나라 가계부채, 인구 고령화와 저출산, 국민연금 고갈 등 누구나 관심을 가지면 알 수 있는 위험들이 있습니다. 의도적으로 무시하거나 급하지 않다고 미루어 놓았다가 위험이 현실화되면 감당하기 힘든 ‘회색코뿔소’가 됩니다.

회색코뿔소는 방어 가능
코로나 위기가 언제 어디서 발생할지 미리 알고 대비하기는 힘듭니다. 911테러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회색코뿔소 위기는 막을 수 있고 막아야 합니다. 정부는 가계부채 문제에 대해 적절한 정책을 실행해야 하고, 개인은 자신의 부채 상황, 변동금리 여부 등을 체크하면서 발생할지 모르는 위기에 대비해야 합니다. 고령화와 저출산으로 인한 다양한 문제에 정부와 사회는 대책을 준비해야 합니다. 그냥 내버려 두면 대한민국은 한때 잘나가던 소국으로 지구에서 사라질 수도 있습니다. 개인들은 30년 이후에 국민연금이 고갈되고 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상해 보고 개인적인 준비를 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도 책임질 수 없는 국가에 운명을 맡겨야 하는 불쌍한 존재’가 될 수 있습니다. 우리가 보기에 참 한심해 보이는 수준 낮은 국가들은 대부분 회색코뿔소를 무시한 경우입니다.

개인은 30년 이후 국민연금이 고갈되고 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상하고 준비해야한다. '국가에 운명을 맡기는 불쌍한 존재'가 되지 않아야 위기에서 웃을 수 있다. [사진 pxhere]

개인은 30년 이후 국민연금이 고갈되고 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상하고 준비해야한다. '국가에 운명을 맡기는 불쌍한 존재'가 되지 않아야 위기에서 웃을 수 있다. [사진 pxhere]

위기에 웃는 사람들
우리나라 역사를 살펴보면 IMF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었습니다. 고통스러운 아우성이 들려오던 시간에 안전했던 사람들, 심지어 자산을 드라마틱하게 키웠던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위기의 본색을 다른 사람들보다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거나, 위기가 지나가는 시간을 충분히 견딜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었거나, 위기를 기회로 활용할 수 있는 지식과 지혜를 가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10년에 한 번꼴로 위기가 오고 간다고 합니다. 1998년 IMF 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9년 코로나 위기 등을 생각해 보면 정확하게 10년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맞는 말 같습니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코로나 위기도 시간이 지나가면 극복이 되겠죠. 그리고 또 우리는 아주 까맣게 위기를 잊고 살아갈 겁니다. 견디기 힘들어서 죽을 것만 같았던 시간이지만 시간은 우리의 기억과 감각을 마비시켜버릴 것입니다. 그리고 또 시간이 지나면 블랙스완이니 회색코뿔소니 하는 단어들이 언론에 나타날 겁니다.

오가는 위기를 완전히 막기 힘들고, 완벽하게 대비하기 쉬운 일은 아니지만, 투자의 영역에서 위기에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것이 있습니다.


① ‘시간적 여유’가 있는 돈으로 투자하기
오가는 위기를 견디기 힘든 가장 큰 이유는 ‘시간’이 없는 돈이기 때문입니다. 요즘처럼 주식시장이 재미없을 때, 여기저기서 주가가 내려가기 시작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이 투자한 돈의 ‘시간’입니다. 시간적 여유가 없는 돈은 손실을 견디기 힘듭니다. 그 돈이 대출한 돈이라면 문제는 더 심각해집니다. 시장을 볼 때마다 점점 불안해지고 심리적으로 견디기 힘들어집니다. 그래서 최소한 3년 이상 시간을 가지고 있는 돈으로 투자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시간을 가진 돈으로 투자하는 것은 위기를 견디기 위한 방법이기도 하지만 위기를 극복하고 상승을 맛보기 위해 필요한 조건이기도 합니다.

② 위기에 강한 안전자산에 투자하기
투자자산 중 일부는 달러나 금 같은 안전 자산에 투자하는 것이 도움됩니다. 위기와 인플레이션 상황에서 자산가치를 지키기에 적합한 자산은 ‘금’이라는 것을 우리는 대부분 알고 있습니다. 해외 주식이나 ETF 투자를 할 때 달러 자산으로 투자하는 것도 매우 지혜로운 방법입니다. 평소에는 큰 차이를 보이지 않지만, 금과 달러 투자는 위기에 큰 도움이 됩니다. 주식과 채권에 투자하면서 금, 달러, 원자재 등 다양한 자산과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면 위기를 견디고 안정적인 이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2011년 책을 쓸 때 머리말에 ‘하우스푸어’들에 대한 걱정이 들어있음을 발견하면서 위기와 심각한 경제 상황들이 반복됨을 봅니다. 2022년에도 기시감이 있는 예상들이 들려옵니다. 어떤 선택과 준비를 하느냐에 따라 위기가 지나간 후 다른 모습이 됩니다.행운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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