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중·러 반대에 ‘대북제재’ 불발…“北에 백지수표 주는 것” 비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17일 북한이 발사한 단거리 탄도미사일. 북한은 이달 들어 네 차례의 탄도 미사일을 발사한 데 이어 19일 핵실험 및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모라토리엄 해제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지난 17일 북한이 발사한 단거리 탄도미사일. 북한은 이달 들어 네 차례의 탄도 미사일을 발사한 데 이어 19일 핵실험 및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모라토리엄 해제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북한의 연이은 탄도 미사일 발사에도 중국과 러시아의 보류 요청으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차원의 대북제재 대상 추가 지정이 무산됐다. 북한이 이달 들어서만 네 차례에 걸쳐 시험 발사한 탄도미사일은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북한의 우방국이자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러가 이를 제재하려는 국제사회 움직임에 태클을 건 셈이다.

중·러 대북제재 막아서며 '6개월 보류' 

유엔 안보리는 20일(현지시간) 오후 3시부터 약 2시간 동안 미국 뉴욕 유엔 본부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 문제를 논의하는 비공개 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선 유엔 안보리가 결의를 위반한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놓고 추가로 북한을 제재하는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었다.

지난 12일 유엔 안보리 차원의 대북 제재 대상 추가 지정을 제안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한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 대사 유엔. [연합뉴스]

지난 12일 유엔 안보리 차원의 대북 제재 대상 추가 지정을 제안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한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 대사 유엔. [연합뉴스]

대북 제재를 담당하는 안보리 산하 1318위원회(대북제재위)는 새로운 제재를 제안한 뒤 5일(근무일 기준) 안에 반대 의사가 나오지 않으면 전원 동의한 것으로 간주한다. 미국이 제안한 이번 대북 제재의 경우 안보리 비공개 회의 시점인 20일 오후 3시가 마감 시간이었다. 그러나 중국과 러시아가 시한 전 ‘보류 요청’에 나서며 이를 제지했다. 안보리 상임·비상임 15개 이사국 중 한 국가라도 반대할 경우 신규 제재가 불가능하다. 북한의 최우방인 중·러가 막아설 경우 안보리 차원에서 대북 제재 대상을 추가 지정할 방법은 없다는 얘기다.

유엔 규정에 따르면 보류 요청이 들어오면 제재 명단 추가 안건은 일단 6개월 간 보류된다. 이후 3개월의 추가 보류를 요청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대북 제재 문제의 경우 오는 10월까지 결론이 나지 않은 채 계류될 가능성이 높다.  

"美 제재 만능론 포기해야" 

류샤오밍 중국 외교부 한반도사무특별대표는 20일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의 통화를 통해 사실상 북한에 대한 추가 제재를 반대하는 입장을 밝혔다. [주영 중국대사관 페이스북 캡쳐]

류샤오밍 중국 외교부 한반도사무특별대표는 20일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의 통화를 통해 사실상 북한에 대한 추가 제재를 반대하는 입장을 밝혔다. [주영 중국대사관 페이스북 캡쳐]

특히 중국의 경우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따른 제재 자체에 부정적 입장을 공식화한 상태다. 류샤오밍(劉曉明) 중국 외교부 한반도사무특별대표는 지난 20일 북한의 미사일 문제를 논의한 한·중 북핵수석대표 간 통화에서 “미국은 제재 만능론을 포기하고 실질적 조치를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북한의 정당하고 합리적인 우려를 해결하고 대북 안보 위협을 제거해야 한다”며 사실상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옹호했다.

이날 안보리는 비공개 회의를 가졌지만 공동성명 역시 도출하지 못했다. 다만 북한의 미사일 발사 규탄에 뜻을 함께한 미국·알바니아·브라질·일본·영국 등 8개국의 유엔 대사는 공동성명을 통해 안보리 차원의 대북 제재 추가 지정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안보리 회의 직전 “북한의 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규탄하는 데 모든 이사국이 단합해야 한다”며 “유엔 대북제재위원회가 선제적으로 안보리 대북제재의 이행을 지원할 것을 촉구한다”는 성명을 낭독했다.

"제재 반대는 북한에 백지수표 주는 것"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또 대북 제재 등의 ‘채찍’을 가하지 않는 것은 사실상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용인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제재 대상 추가 지정에 보류를 요청한 중·러를 겨냥한 듯 “어떤 회원국이든 안보리 전체의 동의를 얻은 제재를 가하는 것에 반대한다면 북한에 백지수표를 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조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21일(현지시간) 화상 정상회담을 갖는다. 이에 앞서 미일 양국은 성명을 통해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규탄하며 CVID 원칙을 꺼내들었다. [EPA.AP= 연합뉴스]

조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21일(현지시간) 화상 정상회담을 갖는다. 이에 앞서 미일 양국은 성명을 통해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규탄하며 CVID 원칙을 꺼내들었다. [EPA.AP= 연합뉴스]

미·일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규탄하는 별도 성명을 발표하며 대북 압박 수위를 높였다. 양국은 미·일 화상 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이날 성명을 통해 “북한의 핵무기와 대량살상무기(WMD), 모든 사거리의 탄도 미사일은 물론 관련 프로그램 및 시설에 대한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해체를 강력하게 다짐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북한이 극도로 꺼리는 비핵화 원칙인 ‘CVID’(핵무기 프로그램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폐기)를 재차 꺼내든 것이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그간 대북 외교적 관여 등을 지향하며 북한이 거부감을 보인 ‘CVID’ 대신 ‘완전한 비핵화’라는 표현을 사용해 왔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