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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라토리엄 철회 검토" 치고 빠지는 북

중앙일보

입력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유예(모라토리엄) 조치를 철회하겠다는 뜻을 시사하며 위협을 고조하고 있는 북한이 정작 내부적으로는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 기념 행사를 강조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북한 관영 노동신문은 21일 노동당 정치국 회의와 관련한 기사를 1면에 배치했다. ‘당중앙위원회 제8기 제6차 정치국 회의 보도에 접하고 온 나라 인민들이 태양절과 광명성절을 가장 의의있게 맞이할 불같은 격정을 터친다’는 제목이다.

앞서 북한은 지난 19일 정치국 회의를 열고, 회의 결과를 20일 전했다. 이날 회의 안건은 올해 110회를 맞는 김일성 주석의 생일(4월 15일, 북한은 태양절)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80회 생일(2월16일, 광명성절)을 경축하는 문제였다. 동시에 북한은 한반도 및 국제정세를 분석하고 향후 대미대응 방향을 논의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9일 평양 노동당 본부청사에서 정치국 8기 6차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9일 평양 노동당 본부청사에서 정치국 8기 6차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와 관련, 북한은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이 중단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주장하며 “신뢰구축 조치들을 전면 재고하고, 잠정 중지하였던 모든 활동들을 재가동하는 문제를 신속히 검토해볼데 대한 지시를 해당 부문에 포치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지만 북한이 2018년 이후 중단했던 핵실험과 ICBM 발사를 유예했던 모라토리엄을 철회 시사한 셈이다.

그동안 미국을 향해 직접적인 비방이나 위협을 삼갔던 북한이 대놓고 미국을 겨냥하고 나섰고, 공을 미국에 넘겼다는 점에서 미국의 대북제재에 더욱 강경하게 맞서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한ㆍ미 당국도 북한의 향후 군사적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1일자 노동신문. 북한은 신문 1면에 정치국 회의를 강조하는 기사를 실으면서도 대미관계나 핵과 미사일 모라토리엄 철회와 관련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북한은 19일 회의에서 미국의 적대정책으로 인해 모라토리엄 철회를 검토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밝혔다. [노동신문 홈페이지 캡처]

21일자 노동신문. 북한은 신문 1면에 정치국 회의를 강조하는 기사를 실으면서도 대미관계나 핵과 미사일 모라토리엄 철회와 관련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북한은 19일 회의에서 미국의 적대정책으로 인해 모라토리엄 철회를 검토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밝혔다. [노동신문 홈페이지 캡처]

하지만 북한은 21일 정치국 회의 결과를 강조하면서도 군사적 행동과 관련한 부분과 관련해선 일체의 추가 언급을 하지 않고 있어 주목된다. 회의 결과 중 대미 부분만 쏙 빼놓고 있는 것이다.

전직 정부 고위 당국자는 “20일 보도는 대내적으로 주민들의 결집을, 대외적으로는 군사적 위협을 통해 미국의 양보를 얻어 내겠다는 이중의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내부적으로는 자신들이 신처럼 여기는 김일성과 김정일의 생일 행사에 주력하는 모습을 통해 주변국의 반응을 지켜 보겠다는 의도”라고 말했다.

정치국 회의 결과를 활용해 내부 결속도 다지면서 치고 빠지기 전략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전영선 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 교수는 “노동신문은 당의 정책을 홍보하는 선전지로, 주민들은 신문을 의무적으로 읽어야 한다”며 “일단 20일 한 차례 대미 메시지를 전한만큼 북한이 최대의 명절로 여기고 있는 김일성ㆍ김정일 생일을 축제분위기로 만들고 내부 결속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북한이 기습적으로 ICBM 등 군사적 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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