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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에 한층 뚝딱…기술 좋아 괜찮다" 이렇게 입주자 달랜 현산

중앙일보

입력

20일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동 현대산업개발 신축 아파트 붕괴사고 현장 5개 동에 콘크리트 타설을 위한 거푸집이 설치돼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20일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동 현대산업개발 신축 아파트 붕괴사고 현장 5개 동에 콘크리트 타설을 위한 거푸집이 설치돼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입주 시기 맞출 수 있냐"…현산 "문제없다"  

"5~6일에 1개 층씩 올라가니 문제없어요. 기술이 발전해서 괜찮아요."

붕괴사고가 난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아이파크 이승엽 예비입주자협의회장이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 관계자로부터 들은 말”이라고 털어놓은 내용이다. 이 회장은 20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지난해 12월 마무리됐어야 할 골조 공사가 계속 늦어지자 현대산업개발 측에 올해 11월 말 입주 시기를 맞출 수 있는지 몇 번씩 확인했다"며 "그때마다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5~6일에 1개 층씩 올라가니 문제없다', '충분히 입주가 가능하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이 불안한 마음에 '콘크리트를 굳히는 양생 기간이 있을 텐데 그게 가능하냐'고 물으니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기술이 좋아졌다. 괜찮다"고 답변했다고 한다. 이는 '동절기 때 콘크리트 양생 기간은 최소 10일 이상 필요하다'는 전문가 의견과 배치된다.

이 현장에서는 지난 11일 오후 3시47분쯤 39층 규모의 아파트 23~38층 외벽 등이 무너져 하청업체 직원 1명이 사망하고 5명이 실종됐다. 일각에서는 "현대산업개발이 거짓말로 입주 예정자들을 안심시켰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광주 화정동 신축 아파트 붕괴 사고 현장의 내부 모습. 실종자가족 대표 3명은 이날 오전 건물 상층부에 올라가 수색 상황을 살폈다. 사진 피해자가족협의회

20일 광주 화정동 신축 아파트 붕괴 사고 현장의 내부 모습. 실종자가족 대표 3명은 이날 오전 건물 상층부에 올라가 수색 상황을 살폈다. 사진 피해자가족협의회

'속도전' 했건만…"사고 당일까지 공사 못 끝내"

이에 대해 현대산업개발 측은 "(입주 예정자들이 들었다는) 해당 발언을 회사 관계자가 실제 했는지 여부는 확인이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사고 전까지 입주 시기를 맞추는 데 문제가 없을 정도로 공사는 정상적으로 진행 중이었다"고 했다.

하지만 이 현장에서는 사고 직후 ▶콘크리트 양생 불량 ▶비숙련 외국인 노동자 투입 ▶사전 승인 없이 현장 공법 변경 등 부실 공사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현대산업개발 측이 입주 시기를 맞추기 위해 무리하게 공사를 밀어붙였다"는 증언도 나온다.

현대산업개발 측이 이른바 '속도전'을 펼쳤는데도 골조 공사는 지난 11일 사고 당일까지 마무리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건물이 무너진 201동의 관리·감독을 맡은 감리업체가 광주 서구청에 제출한 2021년 4분기(10~12월) 감리보고서에 따르면 해당 건물의 골조(기둥·보·바닥) 공사는 지난해 12월 말까지 끝내기로 돼 있다. 그러나 타설일지를 보면 사고 당일 39층 슬래브(콘크리트 바닥)를 타설한 뒤에도 게스트하우스와 주민편의공간·기계실 등에 대한 타설(거푸집에 콘크리트 붓기) 작업이 남아 있다.

20일 광주 화정동 신축 아파트 붕괴 사고 현장의 내부 모습. 실종자가족 대표 3명은 이날 오전 건물 상층부에 올라가 수색 상황을 살폈다. 사진 피해자가족협의회

20일 광주 화정동 신축 아파트 붕괴 사고 현장의 내부 모습. 실종자가족 대표 3명은 이날 오전 건물 상층부에 올라가 수색 상황을 살폈다. 사진 피해자가족협의회

"몸·마음 지쳤는데…" 피해 보상은 '하세월'

입주 예정자들은 "입주자 모임 활동을 하면서 제일 먼저 챙긴 게 현장 근로자들의 안전이었다"며 "작업을 서둘러 사고가 나는 건 아무도 바라지 않았던 일"이라고 했다. 사고가 발생한 화정아이파크 주상복합아파트 단지는 총 8개 동으로 아파트 705세대와 오피스텔 142실 등 전체 847세대 규모다.

입주 예정자들은 "하루속히 실종자 5명 모두가 온전히 가족 품으로 돌아오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며 "사고 발생 열흘이 지나도록 구조 소식이 추가로 들리지 않고 입주 예정자들에 대한 피해 보상 계획도 나오지 않아 답답하다"고 했다. 이 회장은 "실종자 가족과 마찬가지로 입주 예정자들도 직장과 가정 모두 무너졌다"며 "몸도 마음도 지쳤다"고 했다.

지난 17일 '현대산업개발 신축 아파트 붕괴사고' 7일 만에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동 사고 현장을 찾은 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실종자 가족 대기소로 향하고 있다. 양수민 기자

지난 17일 '현대산업개발 신축 아파트 붕괴사고' 7일 만에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동 사고 현장을 찾은 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실종자 가족 대기소로 향하고 있다. 양수민 기자

정몽규 "완전 철거 후 재시공까지 고려"

이에 대해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입주 예정자와 지속적으로 협의해 최대한 보상이 이뤄지도록 하겠다"면서도 "구체적인 보상 방법과 시기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앞서 정몽규 HDC그룹 회장은 지난 17일 사퇴 기자회견에서 "안전 점검에 문제가 있다고 나오면 수(기)분양자 계약 해지는 물론 완전 철거와 재시공까지 고려하겠다"며 "랜드마크가 될 수 있는 좋은 아파트를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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