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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 할머니 휴대폰이 조용하면…행복센터 경보가 울린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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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전국 지자체들이 1인 가구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시행 중이거나 내놓고 있다. 서울시는 이르면 6월부터 '1인 가구를 위한 전·월세 안심계약 도움서비스' 시작한다. 사진은 서울 광진구 자양동 일대 빌라 및 다세대 주택 밀집 지역. [뉴스1]

전국 지자체들이 1인 가구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시행 중이거나 내놓고 있다. 서울시는 이르면 6월부터 '1인 가구를 위한 전·월세 안심계약 도움서비스' 시작한다. 사진은 서울 광진구 자양동 일대 빌라 및 다세대 주택 밀집 지역. [뉴스1]

직장인 허모(34)씨는 지난해 6월 서울 강서구 내 투룸(33㎡)을 전세로 얻었다. 부동산 계약이 처음인 탓에 집을 구하기까지 마음고생이 상당했다고 한다. 주변에서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는 등기부등본이나 임대차 계약서의 효력을 발생시키는 확정일자 등 모든 게 낯설었다. 허씨는 “혹시 허위매물은 아닌지, 2억 원 넘는 전세보증금을 나중에 못 받게 되는 것은 아닌지 궁금한 것 투성이었다”며 “부동산 전문가의 의견을 어렵게 구하고 나서야 계약을 마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허씨 뿐 아니다. 온라인에서는 비슷한 고충을 털어놓는 글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전·월세 사기 피해가 잇따르는 현실에서 불안감은 더욱 커지는 분위기다. ‘부동산을 계약할 때 전문가가 도와준다면…’ 서울시가 1인 가구를 위한 전·월세 안심계약 도움서비스를 도입한 이유다.

이르면 6월 5개 자치구서 시범 실시 

도움서비스의 핵심은 공인중개사 등 주택 전문가가 조력자로 나선다는 점이다. 매물 확인부터 전입신고까지 계약 모든 과정을 챙긴다. 심지어 수압, 누수 확인 등도 해준다. 필요한 주거복지 정보까지 제공하는 데도 세입자의 비용부담은 없다. 서울시가 소정의 활동비를 지원할 계획이다. 그간 일부 지자체에서 청년층을 대상으로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해왔는데, 서울시는 연령제한을 없앴다. 도움서비스는 이르면 6월 5개 자치구를 대상으로 시행된다.

부동산 중개업소 자료사진. [뉴스1]

부동산 중개업소 자료사진. [뉴스1]

부산, 전국 처음 '여성 안전타운' 조성 

부산시는 20일 전국 최초로 ‘여성 친화형 1인 가구 안전 복합타운 조성’계획을 내놨다. 사업비 110억 원을 들여 원룸 밀집 지역인 금정구 장전동과 남구 대연동에 각각 40가구를 조성하는 게 골자다. 환경설계를 통해 범죄를 예방하는 셉테드(CPTED) 시설을 갖춰 임대할 계획이다.

부산시는 원룸 사이 어둡고 좁은 골목 등을 환하게 바꾸고, 방범창과 가스배관 덮개 등을 지원한다. 편의점을 안심 지킴이집으로 운영하고, 지역 주민으로 구성된 방범 순찰대도 둘 예정이다.

1인가구 성·연령대별 비중.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1인가구 성·연령대별 비중.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1인 가구 지원사업에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1인 가구는 전체 가구의 31.7%(2020년 기준)에 달한다. 세 집 중 한 집이 혼자 산다. 연령별로는 20대가 19.1%로 가장 많고, 30대도 16.8%로 높은 편이다. 그만큼 청년층 사이에서 1인 가구비중이 상당하단 의미다. 혼자 사는 70대 이상은 18.1%로 집계됐다. 해당 연령은 고독사 발생위험이 높다고 한다.

또 여성 1인 가구는 20대(18.5%)가, 남성 1인 가구는 30대(21.6%)가 많다. 전문가들은 여성 1인 가구의 경우 상대적으로 범죄에 취약하다고 지적한다. 이밖에 1인 가구의 한 해 평균 소득은 2164만 원으로 나타났다. 전체 가구 평균(5924만 원)의 절반 이하다. 1인 가구는 고령화와 비혼으로 점점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지자체들도 이런 1인 가구 특성에 맞춰 여러 정책을 시행 중이다.

1인가구 연령대별 비중.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1인가구 연령대별 비중.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1인가구 주거유형.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1인가구 주거유형.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울산, 고립문제 해결 위한 앱 운영 

울산시는 지난해 11월부터 중‧장년 1인 가구의 고독사 예방을 위한 ‘울산 안심살피미’ 앱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스마트폰 화면 터치 등 조작 여부를 감지해 특정시간이 지나도 휴대전화 사용이 없으면 등록된 행정복지센터와 보호자에게 위기문자를 발송하는 서비스다. 대상자 이름과 휴대전화 미사용 시간, 위치정보 등이 전송돼 문자 내용을 통해 위험을 확인할 수 있다.

울산시 복지인구정책과 관계자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사회적 고립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이라 앱 서비스를 시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사회 안정망 강화에 주목한 충남 

충남도도 1인 가구의 사회 안전망 강화를 위해 앱 형태의 충남형 1인 가구 안심플랫폼을 구축할 예정이다. 고독사를 예방하려 주기적으로 안심문자서비스를 발송하는 기능과 위급 상황 시 112·119 긴급호출 기능을 넣는다.

15개 시·군별 건강가정지원센터를 중심으로 사회적 관계망 형성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연령·지역별 1인 가구의 특색에 맞췄다. 청년층은 경제적으로 독립할 수 있도록 돕는 교육, 중장년층은 일상생활 유지 관리 교육을 지원한다. 충남도 관계자는 “고령층을 대상으로는 심리상담과 웰다잉(Well Dying) 준비교육도 진행한다”고 말했다.

주택 임대료를 지원하는 곳도 있다. 충남 예산군은 지역 내 임대주택이나 기숙사에 주민등록을 둔 만 18세부터 39세 이하의 1인 가구에게 월 5만 원씩 연 60만 원의 임대료를 준다. 대전시 유성구는 1인 가구 지원정책을 발굴하는 ‘외로움해소팀’을 따로 두고 있다.

대구 동구, 여성 대상 범죄 막는다 

대구 동구는 여성 1인 가구를 대상으로 한 범죄를 예방하려 ‘여성1인 가구 안심 4종 세트 지원 사업’을 지난해 10월 시작했다. 안심 4종 세트는 스마트 초인종·휴대용 비상벨·창문 잠금장치·현관문 이중 잠금장치 등으로 구성됐다. 스마트 초인종은 문밖에 사람이 감지되면 휴대전화로 영상을 전송해준다. 안심 4종 세트 지원 대상은 단독주택 등이 몰린 지역에 거주하는 여성 1인 단독가구나 모자(母子) 가정 등이다.

전문가들은 정확한 수요 분석 등을 통해 지원 정책을 도입해야 실효성을 높일 수 있다고 당부한다. 이정희 서울시립대 행정학과 교수는 “무분별한 지원보다는 1인 가구에 대한 수요 조사와 니즈 분석을 바탕으로 한 지원책 개발이 필요할 것 같다”며 “지원책을 만들 때는 시민들의 삶 모든 과정에 대한 분석과 이해도 우선시 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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