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그 영화 이 장면

이터널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5면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2008년 백인 남성 ‘아이언맨’으로 시작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는 캐릭터를 계속 확장해왔다. ‘블랙 팬서’(2018)에서 최초로 흑인 히어로를 주인공으로 삼았고, ‘캡틴 마블’(2019)에선 여성이 주인공이었다.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2021)은 아시아인이 첫 주인공인 마블 영화였다. 그리고 ‘이터널스’다.

이 영화는 마이너리티 캐릭터들을 여럿 보여준다. 초음속으로 달리는 마카리는 마블 최초의 청각 장애인인데, 배역을 맡은 배우 로런 리들로프는 실제 장애를 지니고 있다. 수많은 병기를 다루는 테나(앤젤리나 졸리)는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 스프라이트(리아 맥휴)는 어린 모습을 하고 있는데, 이 부분은 그에게 큰 콤플렉스다.

이터널스

이터널스

그리고 파스토스(브라이언 타이리 헨리)가 있다. 과학과 기술을 맡고 있는 그는 자신에 의해 시작된 지구의 테크놀로지가 원자폭탄으로 귀결되자 큰 충격을 받고 은둔 생활을 한다. 가족은 파트너 벤(하즈 술래이만)과 아들 잭(에사이 대니얼 크로스). 파스토스와 벤은 MCU의 첫 게이 캐릭터이다. 지구가 파괴될 위기에 처하자 이터널스는 파스토스를 찾아와 함께 대재난을 막자고 설득한다. 결국 그는 이터널스를 따라나서는데, 이때 파스토스와 벤의 키스 신은 어쩌면 이 영화에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며, 그 위로 스키터 데이비스의 ‘디 엔드 오브 더 월드(The End of the World)’가 잔잔히 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