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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추경도 거든 금리 오름세, 결국 국민 부담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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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기준금리 인상으로 커지는 이자 부담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한국은행(추정치)]

기준금리 인상으로 커지는 이자 부담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한국은행(추정치)]

1월 추경에 돈 쓰는 공약만 쏟아내  

포퓰리즘이 금리 상승 부채질한 것

연초부터 시중금리 오름세가 심상치 않다. 국고채 3년물 금리가 18일 2.127%까지 올랐다. 3년7개월 만에 최고치다. 시장에서 돈값이 비싸지니 은행의 자금조달 비용은 올라간다. 이는 결국 1900조원에 육박하는 가계빚을 떠안고 있는 국민 부담으로 돌아간다.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가 연 5%대까지 올랐고, 전세자금 대출금리도 5%대 진입을 앞뒀다. 서울에서 전세 일부를 월세로 바꿀 때 적용되는 전·월세 전환율보다 전세 대출금리가 더 높아졌다. 은행에서 전세자금을 빌려 이자를 내느니 차라리 집주인에게 월세를 주는 게 낫다는 얘기다. 전세의 월세화가 가속화되고, 그만큼 세입자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

시장금리 상승은 무엇보다 한·미 중앙은행이 코로나19 충격을 막기 위해 과감하게 풀었던 돈줄을 되감고 있어서다.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강력하고 오래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 나오자 한국은 기준금리 인상을 이어갔고, 미국도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을 서둘러 끝내고 3월에 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강력한 신호를 발산했다.

시중은행 전세대출 금리 5% 눈앞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각 사]

시중은행 전세대출 금리 5% 눈앞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각 사]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로 공급 차질 우려가 커지면서 국제유가도 급격히 오르고 있다. 올해 들어서만 10% 넘게 올랐다. 석유를 전량 수입하는 우리에겐 악재다. 에너지 가격이 오르면 기업의 생산비가 올라 생산과 투자가 위축되고, 수입물가가 올라 인플레이션을 부채질한다. 통화당국의 금리 인상 흐름이 더 강해질 수 있다.

선거를 앞둔 정치권의 포퓰리즘은 금리 오름세를 부채질한다. 정부는 한국전쟁 때인 1951년 이후 처음이라는 1월 추경을 14조원 규모로 준비 중이다. 정치권은 한발 더 나아가 추경 규모를 대폭 확대하려고 한다. 여당은 물론 재정중독의 폐해를 모를 리 없는 보수 야당까지 거들고 있다. 부끄러운 일이다.

여야의 유력 대선후보는 돈 쓰고 생색나는 정책, 세금 깎아주는 정책만 쏟아낸다. 병사 월급 200만원에는 한목소리를 냈고, 암호화폐 과세를 연기하거나 과세 기준을 올려 과세 기반을 무너뜨리는 정책도 앞다퉈 발표했다. 여당 후보의 경인고속도로 지하화, 야당 후보의 경부선 철도 지하화 등 대규모 사회간접자본(SOC) 공약도 문제다. 대체 무슨 돈으로 대형 토건사업을 벌이겠다는 건가. 오로지 집권만 하면 그뿐, 그 이후 나라 살림엔  관심이 없다.

코로나 이후 2년간 정부는 일곱 번 추경을 하면서 130조원을 썼다. 같은 기간 국고채 3년물 금리는 1%포인트 올랐다. 경제가 잘 돌아서 금리가 오른 것도 아니다. 나라가 빚을 내서 시중자금을 빨아들이니 그만큼 민간이 돈 구하기 힘들어져 금리가 오른 것이다. 여야가 소상공인 표심을 노리고 내던진 추경 표퓰리즘이 서민과 세입자, 대출자를 나락으로 내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