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그룹이 현대삼호중공업을 예정대로 상장한다는 계획을 밝히자 개인 투자자들이 반발하고 있다. 기존 한국조선해양에서 알짜만 빠져나간다는 우려에서다. 회사 측은 “자회사인 조선 3사와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반박한다.
가삼현 한국조선해양 부회장은 지난 19일 국내 증권사 대상 간담회에서 “현대삼호중공업(현대삼호) 상장은 투자자와 약속”이라며 “연내에 현대삼호의 상장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부문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은 자회사로 현대삼호를 지배(80.5%)하고 있다. 현대삼호는 주로 컨테이너선·액화천연가스(LNG)선·액화석유가스(LPG)운반선 등을 건조한다.
한국조선해양이 현대삼호의 상장을 추진한 건 지난 2017년이다. 당시 사모펀드 IMM프라이빗에쿼티로부터 4000억원(지분율 15.2%)을 투자받으면서, 두 회사는 ‘5년 후 상장’에 합의했다.
다만 코로나19 확산으로 두 회사는 상장 기한을 2년 유예했다. 하지만 조선 업황이 회복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현대중공업그룹 측은 “IMM PE가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도록 연내 상장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장분석업체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말 신조선가지수(NPI)는 154.18을 기록했다. 2009년 5월(156.58) 이후 최고 수준이다. NPI는 1998년 선박 건조 평균 가격을 100으로 놓고 신규 건조하는 선박의 가격을 표현한 수치다. 수주가 늘면서 회사는 상장 등을 통한 설비 투자자금 유입이 필요해졌다.
반면 기존 한국조선해양 주식을 가진 일반 투자자 사이에선 불만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현대삼호가 상장하면 한국조선해양 산하 조선 3사(현대중공업·현대미포조선·현대삼호)가 모두 상장사가 된다. 실제로 지난해 1~3분기 기준으로 한국조선해양의 매출 11조370억원에서 3개사를 제외하면 1154억원(1%)에 그친다.
익명을 원한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현대삼호가 상장하면 주식 투자금이 3개 자회사로 분산한다. 한국조선해양의 순자산가치 하락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조선해양에 투자한 주주 A씨는 “소외되는 모회사 주주에 대한 보상방안을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회사 측은 “한국조선해양은 조선업을 기술중심 산업으로 전환하기 위해 설립한 엔지니어링 전문기업”이라며 “연구개발에 집중하면 조선 3사와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