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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수 “카카오 신뢰잃고 있다”…창업동료로 CEO 교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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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카카오가 남궁훈(50)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을 차기 최고경영자(CEO)로 내정했다. 남궁 내정자는 3월 주주총회를 거쳐 대표에 취임한다. 재선임 예정이던 여민수 공동대표는 최근 사회적 논란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나기로 했다. 이로써 카카오는 여민수·조수용 공동대표 체제를 4년 만에 끝내고 남궁훈 원톱 체제로 전환한다.

김범수 의장

김범수 의장

남궁훈 대표 내정자는 김범수 의장과 함께 1999년 한게임을 창립한 후 동고동락한 사이다. CJ인터넷, 게임사 위메이드 대표 등을 거쳐 2015년 카카오에 최고게임책임자(CGO)로 합류했다. 지난해 9월엔 카카오게임즈 대표로 상장을 성공시켰다. 남궁 내정자는 지난해 말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 센터장에 임명된 후 카카오의 미래 10년을 준비하는 중이었다. 하지만 카카오 대표에 내정됐던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가 경영진 ‘스톡옵션 주식 먹튀’ 논란 끝에 본사 대표직을 자신 사퇴하면서 남궁훈 센터장이 직접 나서게 됐다.

카카오로선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 공동체를 이끌 리더가 필요했다. 김범수 의장이 20일 카카오 사내 게시판에 올린 글에도 그런 고민이 녹아 있다. 김 의장은 이 글에서 “최근 카카오는 오랫동안 쌓아오던 사회의 신뢰를 많이 잃고 있는 것 같다”며 “카카오의 다음 비전을 고민하고 (사회가 본래 카카오에 기대하는) 미래지향적 혁신을 실현할 적임자를 논의한 끝에 엔케이(남궁훈 내정자의 영어이름)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특히, 남궁훈 체제를 통해 카카오를 메타버스향 기업으로 빠르게 전환하겠다는 의지도 담겨 있다. 남궁훈 내정자도 이날 대표 내정 사실이 공개된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카카오의 미래는 ‘메타버스’에 있다고 선언했다.

남궁훈

남궁훈

남궁 내정자는 “국민은 성장한 카카오에게 단순히 새로운 기술을 통해 세상을 바꾸는 것 이상의 역할을 기대하시는 것 같다”며 “새로운 산업과 글로벌 시장 같은 ‘새로운 땅’에 도전하고 개척하는 카카오”를 강조했다. 그는“전통적인 사업 영역을 디지털로 혁신하려 했던 우리의 도전은 국민들의 시선에서는 혁신이라기보다 누군가의 땅을 침탈하는 것으로 보는 시선과 질타가 점점 커졌다”며 “국민의 요구와 카카오의 창업정신을 지키는 길을 개척해야 한다”라고도 했다. 그는 화성을 지구처럼 개조하는 테라포밍(Teraforming)처럼, 메타버스라는 기회의 땅을 개척하는 ‘메타포밍 시대’를 열겠다고 강조했다.

남궁훈 체제 출범에 맞춰 카카오 내부 조직도 다듬는다. 카카오 자회사들의 논란을 사전 조율하고 리스크를 관리하는 역할은 김성수 카카오 엔터테인먼트 각자 대표가 맡는다. 김 센터장은 CJ ENM 대표 출신으로, 조직 관리와 계열사 상장 경험을 두루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카카오커머스 대표직을 내려놓은 홍은택 부회장이 리스크 관리 등을 돕기로 했다.

남궁훈 체제가 출범했지만, 풀어야 할 숙제도 만만치 않다. 우선 신뢰 회복이 급하다. 카카오페이 경영진의 주식 집단 매각 이후 카카오는 주주뿐 아니라 내부 직원들의 신뢰도 잃었다.

이날 당장 카카오페이가 뒷수습에 나섰다. 스톡옵션으로 받은 주식을 동시에 매각한 8명 중 류영준 대표, 장기주 경영기획 부사장, 이진 사업총괄 부사장이 물러난다. 남은 5명도 매각했던 주식을 재매입하기로 했다. 여기에 남궁훈 내정자의 ‘메타버스 기업’ 청사진이 구체화하기까진 시간이 더 걸릴 전망이다. 아직은 선언적인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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