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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동맹, 최근 북 미사일 도발에 엇박자…북한, 틈새 노리며 갈라치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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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북한의 핵·ICBM 실험 재개 위협은 도발이 잦았던 2017년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엄포다. 이에 대응하려면 한·미의 북핵 공조가 필수이지만, 한·미 정부의 대북 대응은 엇박자를 내고 있다.

최근 한국 외교부와 미국 국무부 사이에는 북핵 수석대표(1월 5일, 11일)→차관보(12일)→장관(15일)→1차관(19일) 등 연쇄적으로 유선 협의가 이뤄졌다. 외교부는 “한·미가 최근 고위급 협의를 연쇄적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북한을 향한 메시지의 결은 확연히 달랐다. 바이든 행정부는 최근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발사를 “도발(provocation)”을 넘어 “공격(attack)”으로 규정하고 추가 제재에 들어간 데 비해 정부는 “유감”과 “우려”만 반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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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건 외교부 1차관과 웬디 셔먼 국무부 부장관의 지난 19일  통화 후 외교부는 “양 차관은 최근 북한의 미사일 연속 발사 상황을 공유하는 한편, 한반도 정세의 안정적 관리와 북한과의 조속한 대화 재개를 위한 모든 방안에 열려 있는 입장임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반면에 미 국무부는 “셔먼 부장관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 위반인 북한의 최근 탄도미사일 발사를 ‘규탄(condemn)’하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하기 위한 공동의 노력을 논의했다”고 했다.

규탄과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는 내용은 미국 자료에만 있었고, 주어도 ‘양국 차관’이 아닌 ‘셔먼 부장관’이었다. 한국이 동참하지 않는 가운데 미국 홀로 대북 규탄 메시지를 낸 것이다. 이런 양상은 지난 15일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회담, 지난 11일 성 김 대북특별대표와 노규덕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간 통화 때도 마찬가지였다.

북한이 모라토리엄 파기를 들고 나선 것도 한·미 간 틈새를 노린 갈라치기 측면이 있다. 한국은 그간 북한이 모라토리엄을 계속 지키는 데 대해 제재 완화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고, 미국은 북한의 행동 변화 없이 인센티브 제공은 없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기 때문이다.

북한이 이를 ‘신뢰 구축 조치 재고’로 표현한 것도 마찬가지다. 한국은 그간 “종전선언이 좋은 신뢰 구축 조치”라며 신중한 입장의 미국을 설득해 왔는데, 북한이 선제적으로 대미 신뢰 구축 조치를 깰 수 있다고 선언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의 종전선언 추진 명분은 더 약해졌다. 문재인 정부가 임기 내 추진해 온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도 북한의 고강도 도발 재개라는 초라한 결말을 맞게 될 우려가 커졌다. 그것도 한·미 간 이견만 확인한 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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