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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병상의 코멘터리

정치과잉 한국불교,대선직전 승려대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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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상 기자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지난해 11월 25일 서울 조계사를 찾아 문화재관람료를 통행세로 지칭했던 자신의 발언을 사과하고자 했으나, 종단 측으로부터 출입을 거부당했다. 2021.11.25 [조계종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지난해 11월 25일 서울 조계사를 찾아 문화재관람료를 통행세로 지칭했던 자신의 발언을 사과하고자 했으나, 종단 측으로부터 출입을 거부당했다. 2021.11.25 [조계종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연합뉴스

1.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조계종의 승려대회가 정치구설에 올랐습니다.
조계종은 21일 서울 조계사에서 ‘종교편향 불교왜곡 근절과 한국불교 자주권 수호를 위한 전국 승려대회’를 개최합니다. 이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20일 조계사 앞에 모여 ‘승려대회 반대’ 데모를 벌였습니다. ‘승려대회는 대선개입’이라며 중단을 촉구했습니다.

2. 대선 직전 갑자기 승려대회가 정치쟁점이 된다니..황당합니다. 그런데 그럴만합니다.

조계종이 승려대회를 여는 명분이 약합니다. 원래 승려대회는 중차대한 사건입니다. 종단의 적폐를 뒤집기위해 전국 승려들이 총궐기한다는 의미입니다. 대개 종단 내부의 반성과 개혁이 취지입니다.
3. 그런데 이번엔 종단 외부를 겨냥한 성토와 규탄이 목적입니다. 두 가지 사건 때문입니다.
첫째, 민주당 정청래 의원의 국감 발언입니다. 사찰에서 ‘문화재관람료’를 받는 행위를 ‘봉이 김선달’에 비유했습니다.
조계종은 ‘불교폄하’라고 반발했습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와 송영길 당대표가 사과했지만 ‘정청래 제명’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정청래는 조계종에 사과하러 왔다가 퇴짜맞았고, 탈당이나 사퇴는 거부하고 있습니다.

4. 둘째 사건은..지난 연말 문화체육관광부가 기독교계와 함께 ‘캐럴 활성화 캠페인’을 기획한 일입니다.
불교계는 ‘종교편향’이라며 항의했습니다. 조계종은 ‘캠페인 중지 가처분신청’을 법원에 냈습니다. 기각당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캠페인에 참여 않겠다’며 사과했습니다.

5. 두 사건 모두 정치적입니다.
집권여당과 정부는 이미 사과했습니다. 그런데도 종단은 정치공세를 강화했습니다. 아무래도‘승려대회’라는 총궐기의 명분으로 삼기엔 약해 보입니다.

6. 시점도 부적절합니다.
첫째, 지금은 수행승들이 모두 선방이나 토굴에 칩거하며 정진에 몰두하는 ‘동안거’기간입니다. 선불교에서 가장 중요한 수행입니다.
둘째, 지금은 코로나 거리두기 상황입니다. 300명 이상 모이면 안된다는데..승려대회 주최측은 5000명 집회를 강행한답니다.

7. 사정이 이러하니..‘그럼 굳이 왜?’라는 의문이 생깁니다.
대선 직전이란 시점, 정치적 이슈란 점에서..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것이란 추정이 나옵니다. 21일 승려대회에 이어 2월엔 신도들까지 총궐기하는 ‘범불교도대회’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8. 그런데 불교NGO(정의평화불교연대)가 전국 승려 1만명을 상대로 찬반설문조사해보니..중간집계결과 찬성 32% 반대 64%였습니다.

조계종단은 NGO 자체의 정치편향을 문제삼습니다만..암튼 승려대회에 반대하는 승려가 찬성보다 두배 많습니다.

결국 승려대회가 전국 승려들의 총의라기보다 종단 지휘부의 의지란 분석이 많습니다.

9. 조계종단 내외의 눈길은 자연스럽게..현 종단의 실력자에게 쏠립니다.
자승 전 총무원장이 종단의 실세로 통합니다. 이명박 박근혜 시절 총무원장을 연임했습니다. 보수정권과 가깝다는 평가입니다. 그래서 이번 승려대회에 자승의 의지가 실려있다는 주장이 상통합니다.

10. 근본적인 의문이 남습니다. 스님이 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려 할까요?

불교의 경우 정부예산 지원을 많이 받습니다. 정청래가 얘기한 ‘문화재관람료’외에 정부예산에서‘(문화재보호법) 문화재보수정비 지원금’과 ‘(전통사찰보존법) 개보수비 보조금’을 따로 받습니다.
스님들은 ‘불교문화재보존비’라지만..세상이 보기엔 그냥 ‘눈 먼 돈’입니다.
〈칼럼니스트〉
2022.0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