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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ICBM 카드 꺼내든 김정은…"전술핵 완성 위해 핵실험 가능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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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새해 들어 연거푸 미사일 도발을 하던 북한이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재개 카드까지 꺼내 들었다. 또 평양에서 열병식 준비 움직임이 포착되는 등 북한의 군사 행보가 점점 거세지는 양상이다.

북한은 20일 관영 매체를 통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제8기 제6차 정치국회의에서 핵실험 및 ICBM 시험발사 관련 논의를 했다고 밝혔다. 북한은 2017년 9월과 11월, 각각 6차 핵실험과 화성-15형(ICBM급) 미사일을 쏜 이후 관련 도발을 중단한 상태다.

2017년 9월 북한은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일대에서 제6차 핵실험을 실시했다. 북한 조선중앙TV는 이 실험을 통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장착할 수 있는 수소탄 시험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연합뉴스

2017년 9월 북한은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일대에서 제6차 핵실험을 실시했다. 북한 조선중앙TV는 이 실험을 통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장착할 수 있는 수소탄 시험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연합뉴스

전문가들 사이에선 “실제 강행 여부와 관계없이 한국과 미국은 물론 중국을 압박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일각에선 “북한이 ‘게임체인저’인 전술핵 완성을 위해 핵실험에 나설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는 북한이 지난 5일부터 4차례에 걸쳐 극초음속 미사일 등 신형 미사일을 시험 발사한 것과 무관치 않다. 특히 요격이 어렵고 한반도를 사정권에 둔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의 실전 배치와 연관이 있다는 지적이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외교안보센터 부연구위원은 “과거 북한이 공개했던 미러볼형(2016년 3월 공개)ㆍ장구형(2017년 9월 공개) 핵탄두의 경우 크기ㆍ무게를 고려할 때 KN-23 등 신형 전술 유도무기에 탑재하기는 어려워 보인다”며 “북한의 핵 능력을 신뢰성 있게 제시하려면 핵실험을 통해 소형화 기술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다만 군 소식통은 “마지막 핵실험 이후 5년이 넘었기 때문에 북한이 어느 정도 기술을 고도화시킨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이미 전술핵 단계에 접어들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이미 핵탄두 소형화에 성공했더라도 상징적인 차원에서 7차 핵실험에 나설 수 있다”며 “북한이 폭파했던 풍계리 핵실험장 갱도도 입구만 파괴됐고 내부는 사용할 수 있는 상태로 파악하고 있다”고 했다.

북한은 지난 2018년 5월 24일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을 폭파 방식으로 폐기했다고 밝혓다. 사진은 지휘소와 건설노동자 막사가 폭파되는 모습. 연합뉴스

북한은 지난 2018년 5월 24일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을 폭파 방식으로 폐기했다고 밝혓다. 사진은 지휘소와 건설노동자 막사가 폭파되는 모습. 연합뉴스

북한 입장에선 미국이 ‘레드라인’으로 설정한 ICBM 시험발사 재개가 기술적으로 더 급할 수 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미국 본토를 위협하는 다탄두나 고체연료 엔진 체계 등은 적어도 10번의 실험이 필요하다”며 “북한이 김일성 생일(4월 15일) 110주년, 김정일 생일(2월 16일) 80주년인 올해의 의미를 강조한 만큼 베이징 동계올림픽(2월 4~20일)을 마친 이후인 4월쯤 ICBM 발사를 재개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군 당국에 따르면 북한이 다음 달 김정일 생일을 앞두고 열병식 준비에 들어간 것으로 파악됐다. 군 관계자는 “평양 미림비행장에 군 트럭이 오가고 인원들이 모이는 등 관련 움직임이 있어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북한이 중국 입장을 고려해 베이징 올림픽 기간 미사일 시험발사 등을 자제하는 대신 열병식을 통해 ICBM,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새로운 전략 무기를 선보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양욱 위원은 “핵실험과 ICBM 시험발사를 당장 실행하기는 어렵다"며 "당분간 중ㆍ단거리 미사일 시험 발사를 계속하면서 준비 기간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때 북한은 한·미에 대한 협상력 강화 차원에서 핵실험장 갱도 주변 활동 상황 등을 일부러 위성에 찍히도록 공개해 냄새를 피울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런 상황은 5월에 들어설 차기 정부뿐 아니라 바이든 행정부에도 큰 부담이다. 박원곤 교수는 “북한이 바이든 행정부의 약점을 절묘하게 파고들고 있다”며 “오는 11월 중간선거 관리 차원에서라도 미국이 협상에 나서도록 압박하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중국 역심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연구센터장은 “중국 입장에선 올림픽이 끝나도 시진핑 3연임을 결정하는 10월 당대회가 있어서 북한이 대형 도발에 나서면 굉장히 곤란하다”며 “다만 미ㆍ중 갈등 국면에서 한반도 긴장 고조가 카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전략적으로 이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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