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 여성 주심, 가나 잡은 코모로...편견 깬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중앙일보

입력 2022.01.20 17:08

업데이트 2022.01.20 17:11

올해 네이션스컵은 코로나, 인종차별, 여성차별을 넘어선 대회로 기록될 전망이다. [AFP=연합뉴스]

올해 네이션스컵은 코로나, 인종차별, 여성차별을 넘어선 대회로 기록될 전망이다. [AFP=연합뉴스]

카메룬에서 치러지는 2021 아프리카축구선수권대회(네이션스컵)은 역대 가장 의미가 깊은 대회로 꼽힌다. 코로나19를 극복하고 열린 것은 물론이고, 인종차별과 유리천장을 넘었다는 점에서다.

영국 BBC는 올해 네이션스컵을 두고 "아프리카 출신이 많은 영국인들에게 뿌리를 찾고, 자긍심을 심어주는 기회"라며 큰 의미를 부여했다. BBC가 이렇게 평가한 것은 인종차별 논란을 잠재우고 열린 네이션스컵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다. 잉글랜드 레전드 골잡이 출신 이안 라이트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소셜미디어(SNS)에 "네이션스컵은 존중 받지 못하고 있다"고 적었다. 2020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20)와 달리, 축구계로부터 개최를 환영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라이트는 자메이카계 영국인이다.

유럽 리그 구단들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선수 차출을 꺼렸다. 유럽에서 뛰는 아프리카 출신 선수 대부분은 팀의 핵심 전력이다. 유럽에서 뛰는 아프리카 출신 선수들은 인터뷰에서 "네이션스컵에 출전할 것이냐"는 질문을 받았다. 라이트는 이 부분을 인종차별적 발언으로 받아들였다. '유럽 선수에게 대표팀 소집에 응하겠냐'고 물어본 사례는 없기 때문이다. 대표팀의 부름을 받는 것은 선수에게 최고 영예이고, 소속팀에겐 자랑이다. 라이트는 "잉글랜드 선수들이 그런 질문을 받는다면 끔찍한 일 아니겠나"라며 반문했다.

아프키라 네이션스컵
아프리카 최강자를 가리는 대륙 최고 권위 대회. 1957년 시작해 올해로 33회째를 맞았다. 최다 우승국은 이집트다. 우승 트로피를 7번 들었다.

구단의 차출 반대를 코로나19 우려로 보기도 어렵다. 유로 2020은 코로나19 팬데믹에서도 열렸다. 1년 연기됐지만, 유럽 10개 국가에 걸쳐 펼쳐졌다. 각국 선수들은 여러 국가를 장시간에 걸쳐 이동하며 코로나19에 감염되거나 전염할 위험성이 있었다. 하지만 축구계에선 큰 반대가 없었다. 라이트는 "똑같이 1년 연기된 네이션스컵은 카메룬 한 국가에서만 열리는데, 왜 문제가 돼야 하나"라고 꼬집었다. 크리스탈 팰리스 사령탑 파트리크 비에이라는 "나는 그 어떤 선수도 네이션스컵에 나서는 것을 막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에이라는 세네갈계 프랑스인이다. 선수로 1998 프랑스 월드컵 정상에 선 프랑스 레전드다.

비에이라는 구단이 네이션스컵 선수 차출을 꺼리는 것은 아프리카를 존중하지 않는 태도라고 주장했다. 2002년 월드컵 당시 비이에라(왼쪽). [중앙포토]

비에이라는 구단이 네이션스컵 선수 차출을 꺼리는 것은 아프리카를 존중하지 않는 태도라고 주장했다. 2002년 월드컵 당시 비이에라(왼쪽). [중앙포토]

이번 대회에선 유리천장도 깨졌다. 르완다 출신의 살리마 무칸상가(34)가 대회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 주심이 휘슬을 불었다. 무칸상가 심판은 19일 카메룬 야운데에서 열린 대회 조별리그 B조 짐바브웨-기니(짐바브웨 2-1 승) 경기에서 주심을 맡았다. 1957년 시작해 올해로 33회째를 맞은 이 대회에서 여성이 주심으로 나선 것은 처음이다. 에디 마이예 아프리카축구연맹(CAF) 심판위원장은 "우리는 무칸상가가 너무 자랑스럽다. 그는 이 자리에 서기 위해 열심히 일했다"면서 "우리는 그가 이 수준에 다다르기까지 많은 장애물을 극복했다는 것을 잘 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순간은 무칸상가뿐만 아니라 축구에 대한 열정을 품고 미래의 주심을 꿈꾸는 아프리카의 모든 젊은 여성을 위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대회 첫 여성 주심으로 나선 무칸상가(왼쪽). [로이터=연합뉴스]

대회 첫 여성 주심으로 나선 무칸상가(왼쪽). [로이터=연합뉴스]

우여곡절 끝에 열린 대회답게 이변과 이야깃거리가 넘친다. 우승 후보 가나가 약체 코모로에 덜미를 잡혀 조 최하위로 탈락하는 수모를 겪었다. 가나는 19일 조별리그 C조 3차전에서 코모로에 2-3으로 졌다. 네이션스컵에서 4차례나 우승컵을 들어 올렸던 가나는 이번 대회 3경기에서 1무 2패에 그쳐 조 4위(승점 1)로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가나가 조별리그를 통과하지 못한 건 2006년 이후 16년 만에 처음이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52위 가나를 꺾은 코모로(132위)는 인구가 100만여 명의 섬나라다. 대회 첫 출전이다. 코모로는 3위에 올랐다.

강호 가나를 침몰시킨 코모도르 선수들. [AFP=연합뉴스]

강호 가나를 침몰시킨 코모도르 선수들. [AFP=연합뉴스]

지난 12일 대회 F조 말리와 튀니지 경기에선 잠비아 출신 주심 재니 시카즈웨가 후반 40분에 경기 종료 휘슬을 부는 사건이 벌어졌다. 정규시간보다 5분 일찍 경기를 끝낸 것이다. 말리가 1-0으로 앞서고 있었기 때문에 튀니지 선수들이 강력하게 반발했다. 결국 경기가 재개됐는데 시카즈웨 주심은 다시 90분이 채 되기도 전에 경기 종료를 선언했다. 튀니지 선수단이 거세가 반발하면서 CAF이 경기 종료 후 약 20분 정도 지난 시점에 경기 재개를 결정했다. 주심이 교체된 가운데 경기 재개를 준비했지만 튀니지 선수들이 경기 복귀를 거부하면서 경기가 그대로 끝났다. 현지에선 시카즈웨 심판이 열사병 탓에 오심을 범했다고 전했다. 이 경기는 1-0 말리의 승리로 끝났다. 튀니지가 경기 재개를 거부했기 때문에 몰수패가 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튀니지의 항의로 재경기가 열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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