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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레퍼시픽이 서울 북촌에 '설화수의 집'을 만든 이유는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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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Note

지난 11월, 아모레퍼시픽이 서울 종로구 북촌에 ‘설화수의 집’을 열었습니다. 자사 대표 브랜드 ‘설화수’의 플래그십 스토어입니다. 1930년대 한옥에 1960년대 양옥까지, 약 300평의 공간에 설화수의 지향점과 취향을 섬세하고 차분히 담아냈다는 평을 듣고 있습니다. “브랜드의 정체성과 결을 같이 하는 공간을 찾는데, 여러 해가 걸렸다”는 뒷얘기도 매력적입니다.

콘텐트 구독 서비스 폴인(folin)이 ‘설화수의 집’을 기획한 이선영·이지민 팀장을 만났습니다. ‘위드 코로나’ 시대, 브랜딩과 공간을 어떻게 구축해야 할지, 아모레퍼시픽의 경험을 들어봤습니다.

※ 이 기사는 ‘콘텐트 구독 서비스’ 폴인(folin)의 “박지호의 ‘코로나 이후 공간 기획’”의 2화 중 일부입니다

서울 북촌의 설화수 플래그십 스토어 '설화수의 집' 한옥 ⓒ송승훈

서울 북촌의 설화수 플래그십 스토어 '설화수의 집' 한옥 ⓒ송승훈

한옥과 양옥 연결한 '집' 콘셉트 기획은

Q. 왜 북촌인가요? 또 한옥과 뒷쪽의 양옥과 연결하기까지 많은 시간과 공이 들어갔다고 들었는데, 최초 기획 의도가 궁금합니다.
이선영(CX 팀장, 이하 '선영') : 기존 도산 플래그십 스토어는 럭셔리 브랜드로서 좋은 입지이긴 해요. 그런데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보여주기에는 아쉬움이 있었어요. 왜냐하면 설화수는 단순히 럭셔리 뷰티 브랜드가 아니라 한국적인 전통 미감을 중시하는 대표 브랜드이기 때문입니다. 이를 잘 담아낼 수 있는 공간을 물색했죠.

그러다 북촌의 1930년대 한옥을 발견했어요. 마침 대로변이라 입지도 좋았고요. 특히 1930년대는 아모리퍼시픽의 모태이기도 한 '창성상점'의 시점과도 맞물려 있어 더욱 의미가 깊었죠.

다만 면적이 아쉬워서 주변 필지를 찾다가 우연찮게 1966년에 준공된 양옥을 발견했어요. 설화수 전신인 'ABC 인삼 크림'이 출시된 시기가 1960년대거든요. 이 두 건물이 지닌 설화수와의 공통점을 잘 연결하면, 헤리티지를 담을 공간을 만들 수 있을 거란 확신이 들었어요. 이게 북촌 플래그십 스토어 프로젝트의 시작입니다.

이지민(크리에이티브 팀장, 이하 '지민') : 한옥과 양옥 그리고 추가로 한옥 옆에 있는 공간까지 매입하면서 전체적으로 좀 더 여백이 있는 공간이 됐죠. 중정과 작은 정원이 생겼고요. 공간을 통해서 보여주고 싶은 여유로움을 제대로 구현할 수 있었어요.

서울 북촌의 설화수 플래그십 스토어 '설화수의 집' 양옥 ⓒ송승훈

서울 북촌의 설화수 플래그십 스토어 '설화수의 집' 양옥 ⓒ송승훈

Q. '설화수의 집'이라는 콘셉트는 어떻게 도출됐나요? 브랜드 페르소나를 설정하고 그 사람의 취향과 감각을 보여주고 나누는 장소라는 콘셉팅이 좋습니다.
선영 : 초반부터 집을 생각한 건 아니었어요. 그때만 해도 북촌에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오던 시기였거든요. 창성상점, ABC 인삼 크림 같은 코리안 헤리티지를 어떻게 보여줄지 고민했죠. 그런데 코로나19 이후, 외국인 관광객은 줄어들고 북촌에 국내 젊은 친구들이 많이 늘어났어요. '이분들이 한 번은 가보고 싶은 공간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라고 생각이 바뀌었죠.

둘러보니 코로나 여파로 다들 집에 관심이 많아지더라고요. 누군가의 집에 가면 그 사람의 취향을 알게 되는 공간으로 포지셔닝 되는, 라이프스타일의 변화가 느껴졌어요. 또 이 한옥과 양옥이 원래 누군가 살았던 진짜 '집'이기도 했고요. "집이라는 개념을 하나 더 얹자. 설화수의 집에 가서 설화수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계기를 만들어드리자" 이때를 기점으로 콘셉팅이 잘 풀렸어요.

지민 : 그동안 설화수가 젊은 세대와 직접적인 소통의 기회가 많지 않았는데요. '집'이라는 공간은 사적이면서 그 공간을 사용하고 있는 사람의 취향과 관점을 보여줄 수 있는 좋은 매개체였어요. 이 콘셉트를 통해 좀 더 밀접하게 브랜드를 경험하게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런데 요즘 고객들의 공간을 보는 안목이 굉장히 높아졌어요.

브랜드와 공간이 결합할 수 있는 접근이 필요했죠.

공간에서 브랜드를 직접 드러내기보다는 공간이 담은 스토리텔링을 통해 브랜드를 느끼게 하고 싶었습니다. 또 동시에 고객들이 집이라고 느낄 수 있게 디테일한 서비스, 동선, 운영적인 부분을 챙기는 것도 필요했고요. 이 부분을 CX팀에서 꼼꼼하게 챙겨주셔서 훨씬 완성도 있는 공간이 됐어요.

두 개의 팀, 다양한 전문가와의 협업 비결

‘설화수의 집’을 기획한 아모레퍼시픽의 이선영 CX팀장(왼쪽)과 이지민 크리에이티브 팀장. ⓒ송승훈

‘설화수의 집’을 기획한 아모레퍼시픽의 이선영 CX팀장(왼쪽)과 이지민 크리에이티브 팀장. ⓒ송승훈

Q. 설화수의 집은 CX(Customer Experience, 고객 경험) 팀과 크리에이티브 팀의 협업으로 만들어졌습니다. 같은 브랜드를 담당하지만, 팀도 역할도 다른데 의견 충돌이 있을 때는 어떻게 조율하고 풀어나갔나요?
선영 : 설화수의 집에 찾아온 고객과 친구 같은 관계를 만들겠다는 기획 의도가 있었어요. 크리에이티브 팀에서는 친구의 첫인상을 책임졌고, CX팀은 호감을 쌓으며 관계를 유지하게 만드는 역할을 담당했죠. 크리에이티브 팀이 외면적 아름다움을 맡는다면, CX 팀은 그 아름다움을 담은 스토리와 그에 맞는 격이 담긴 서비스를 기획해요.

그렇기 때문에 두 팀이 기획 단계에서부터 같이 아이데이션하고 끊임없이 논의하면서 진행해 왔어요. 의견 충돌이 있을 때도 있었지만 서로 양보하며 합의점도 많이 찾았고요. (웃음) 막힐 때는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찾아가서 의견을 들었어요. 더 좋은 방향이 나올 수 있도록요. 이렇게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긴밀하게 협업해서 이뤄낸 결과물이 설화수의 집이에요.

Q. ‘설화수의 집’은 영감의 서재(콘텐트 큐레이션), 원오원아키텍츠(건축), 길종상가(가구)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와 촘촘하게 협업한 공간이기도 합니다. 크리에이터와 전문가 분들은 어떤 기준으로 선정했고 어떤 원칙으로 협업에 임했나요?
지민 : 한옥과 양옥 모두 시대성을 갖고 있는 건물이잖아요. 각각의 시대성을 지닌 공간을 콘텐트와 가구, 오브제로 채우면서도 설화수의 색도 담아내야 한다는 고민이 있었어요. 설화수와 가장 연결성 있는, 영감을 줄 수 있는 작가들을 발로 뛰어다니면서 찾았죠. 그런데 브랜드가 추구하는 미감을 담기 위해 섣불리 크리에이터분들께 의뢰하기는 어려웠어요.

콘셉트가 '집'으로 정해진 후에 크리에이티브 팀은 2가지 기준을 고려했습니다.

첫째, 작가가 가진 고유성과 설화수 브랜드의 접점이 생기는가?

둘째, 그로 인해 한옥과 양옥이 하나의 시퀀스로 연결되는가?

저희 팀 멤버들이 사전 시뮬레이션을 통해 이러한 부분을 확인하고 크리에이터분들께 제안을 드려 실체화하는 작업을 진행했어요. 크리에이터 선정에는 7doors, 가구 및 오브제는 길종상가, 허명욱, 김무열, 임정주, 이인화, 김덕호 작가님 등과 협업했어요. 덕분에 한옥에서 양옥으로 공간이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었죠. 플라워 인스톨레이션도 청록화 아뜰리에에서 한국적인 미감을 살려 공간에 마지막 터치를 더해주셨고요.

이처럼 내부 인하우스 크리에이터들의 브랜드에 대한 고민과 외부의 실력 있는 크리에이터들이 고유의 감각과 에너지를 더할 때 더 큰 시너지가 날 수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선영 : 콘텐트 측면에서 협업할 곳을 찾게 된 이유는, 브랜드와 한발 떨어져서 객관적인 시각으로 정제된 콘텐트를 전달하는 역할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영감의 서재가 운영하는 공간, 그리고 취향을 공유한다는 부분이 설화수의 집의 콘셉트와도 연결됐고요.

리테일 기능 덜고, 취향과 감각 공유로

한옥부터 양옥까지 공간의 내외부가 시선으로 연결되게 설계했다. ⓒ아모레퍼시픽

한옥부터 양옥까지 공간의 내외부가 시선으로 연결되게 설계했다. ⓒ아모레퍼시픽

Q. 모든 가구나 오브제 등이 설화수의 취향과 감각으로 합쳐지고 공간에 입혀진 게 신기할 정도였어요. 설화수 브랜드, 팀원들의 시각에서 조정해 나갔던 디테일은 어떤 게 있나요?
지민 : 이곳에는 안과 밖, 시간, 건축양식의 경계 등 다양한 경계와 연결점이 존재해요. 먼저 기존에 남아있던 조명, 건축 마감, 문틀 등을 업사이클링해서 흔적을 보존했습니다. 동시에 현재 동시대적인 감각을 잃지 않는 가구와 오브제를 섞어 배치했죠. 이렇게 경계를 허무는 작업을 진행했어요.

또 유리창 너머를 바라보는 시선이 한옥에서 양옥까지 관통하도록 한옥 내부의 모든 가구와 오브제를 아이레벨보다 낮게 배치했어요. 한옥에서도 양옥까지의 시야를 연결감 있게 확보됐죠. 비주얼 하나, 오브제 하나를 놓고도 설화수와의 취향이 맞는지를 확인하는 작업을 개발 과정 내내 했던 것 같아요. 저뿐만 아니라 팀원 모두 디테일에 대한 욕심과 공간에 대한 자부심이 컸어요. 쉽게 타협하지 않았죠.

또 유리창 너머를 바라보는 시선이 한옥에서 양옥까지 관통하도록 한옥 내부의 모든 가구와 오브제를 아이레벨보다 낮게 배치했어요. 한옥에서도 양옥까지의 시야를 연결감 있게 확보됐죠. 비주얼 하나, 오브제 하나를 놓고도 설화수와의 취향이 맞는지를 확인하는 작업을 개발 과정 내내 했던 것 같아요. 저뿐만 아니라 팀원 모두 디테일에 대한 욕심과 공간에 대한 자부심이 컸어요. 쉽게 타협하지 않았죠.

설화수의 취향과 감각으로 엄선된 오브제들 [사진 설화수 인스타그램]

설화수의 취향과 감각으로 엄선된 오브제들 [사진 설화수 인스타그램]

선영 : CX팀에서는 누군가의 집에 들어왔을 때 환대받는 콘셉트를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했어요. '설화수의 집의 가장 고층에 있는 설화살롱에 올라오기까지 전체적인 여정에서 어떤 인상을 남길까.' 플래그십 스토어는 사실 리테일 공간이잖아요. 그런데 저희는 판매 기능 대신 집이라는 콘셉트를 가져옴으로써 리테일의 부담을 덜어내고 편하게 쉴 수 있는, 부담스럽지 않은 공간으로 세팅했어요.

우리가 집을 꾸밀 때 내 취향과 관심사 위주로 꾸미죠. 그렇다고 모든 물품에 내 이름을 새겨두지는 않아요. 이곳의 각 공간도 헤리티지를 담고 있지만, 이걸 전면에 내세우지 않고 하나의 오브제처럼 연출되길 바랐어요. 이렇게 연출하기 위해서 브랜드의 모태부터 지금까지 아카이빙된 자료들을 여러 번 찾아봤고요.

특히 한옥에서 설화수의 헤리티지를 직접적이 아닌, 뉘앙스로 느껴지게 하려면 아카이빙된 자료 중에 무엇을 더 취하고, 무엇을 더 덜어내야 할지 정말 치열하게 고민했어요.

덕분에 한옥에 있는 헤리티지 공간은 더 간결해졌고 여백의 미가 살아났어요. 양옥 1층도 처음 기획과 달리 쉼의 공간으로 남겨두기로 했죠. 여백과 에센스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과정이었죠. (후략)

※ 이 기사는 ‘콘텐트 구독 서비스’ 폴인(folin)의 “박지호의 ‘코로나 이후 공간 기획’”의 2화 중 일부입니다. 더 많은 인터뷰 내용은 폴인에서 직접 확인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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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는 오프라인 공간의 위기를 불렀지만, 한편으로는 기존에 없던 공간들이 출현하는 기회도 됐습니다. ‘코로나 이후’ 브랜딩과 공간 기획은 어떻게 달라지고 있을까요? 거리두기 와중에도 사람들이 몰리는 감각적인 공간과 그 기획자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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