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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킹 살해' 김병찬 "경찰 목소리에 흥분…우발적 범행"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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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킹으로 경찰의 신변보호를 받던 전 여자친구를 살해한 김병찬이 서울 남대문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스토킹으로 경찰의 신변보호를 받던 전 여자친구를 살해한 김병찬이 서울 남대문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자신이 스토킹하던 옛 연인이 수사 기관에 도움을 요청하자 앙심을 품고 살해한 혐의를 받는 김병찬(35)이 ‘우발적 범행’을 주장했다. 김 씨는 서울중앙지법 형사26부(김래니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김씨의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보복살인) 혐의에 대한 첫 공판에서 일부 혐의를 부인했다.

김 씨는 지난해 6월 30대 여성인 피해자에게 이별을 통보받은 뒤 협박과 감금, 폭행 등을 저지르며 스토킹한 혐의를 받는다. 이후 김씨가 경찰로부터 퇴거 조치를 당하고, 지난해 11월에는 법원으로부터 접근금지 결정을 통보받자 계획적으로 살인을 준비했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김 씨는 범행 전날 미리 산 모자와 흉기를 이용해 피해자를 숨지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날 공판에서 김씨 측은 당시 스마트워치에서 흘러나오는 경찰의 목소리를 듣고 흥분해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범행 전날 흉기와 모자는 왜 샀느냐”는 재판장의 질문에 김씨는 “머리가 많이 눌려서 모자를 샀고, 흉기는 대화를 거부할 경우 위협하려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죽이려는 생각으로 찌른 게 아니고 흥분해서 아무 생각이 없었다”라고도 했다.

김씨 측은 또 지난해 11월 이전의 스토킹 범행은 인정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같은 해 6월에 이별 통보를 받기는 했지만, 다음 달에 피해자에게 다시 만나자고 한 뒤 연인 관계를 이어왔다는 것이다. 다만 지난해 8월에 다시 헤어진 뒤, “선을 넘는 행동을 하며 피해자에게 다시 만나자고 요구한 사실은 있다”고 인정했다.

이에 법정에 있던 피해자의 동생 A씨가 김씨의 주장을 직접 반박했다. A씨는 “언니가 무서워해서 만난 것이 어떻게 합의에 따른 만남이냐”면서 김 씨가 지난해 6월부터 지속해서 피해자를 스토킹했다고 강조했다.

또 “흉기를 들고 찾아간 것부터 범행의 여지를 스스로 만든 것”이라며 “흉기없이 대화했다면 언니가 이 세상에 없을 이유도 없다”며 오열했다. A씨는 “저희가 원하는 건 언니가 돌아오는 것밖에 없는데 방법이 없다”며 “김씨를 세상에서 영원히 분리해 달라”고 했다. 재판부는 A씨를 검찰 측 증인으로 채택해 추후 기일에 정식 증인 신문을 하기로 했다.

한편 김씨 측은 이날 재판부에 정신감정을 신청했다. 김 씨 변호인은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고 아버지도 병원 생활을 하면서 김씨가 비이성적인 행동을 할 때가 많았다”며 정신감정을 통해 우발적 성향을 입증하겠다고 했다. 재판부는 이 신청을 받아들일지에 대해 추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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