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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서 분유타고 아기 흔들고…출산율 떨어져도 온라인 ‘육아템’ 매출은 훨훨

중앙일보

입력

두 달 전 첫 아이를 출산한 황모(34)씨의 집엔 거의 매일 육아용품 관련 택배가 온다. 분유·기저귀부터 신생아 손톱깎이까지 모두 온라인에서 주문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우려에 임신 초기부터 1년여간 집 밖 출입을 거의 하지 않고 있어서다.

꼭 필요하지 않은 제품도 선뜻 구매한다. 이른바 ‘육아템’이다. 얼마 전엔 분유 제조기를 샀다. 분유와 물을 넣어두면 커피머신처럼 알아서 분유를 타주는 장비다. 황씨는 “20만원이 넘어서 고민했는데 분유 타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아낄 수 있다면 의미 있다고 생각해서 샀다”며 “자녀 계획이 더는 없어서 하나뿐인 아이를 위한 육아템을 아낌없이 사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으로 육아용품을 구입하는 수요가 늘고 있다. [픽사베이]

온라인으로 육아용품을 구입하는 수요가 늘고 있다. [픽사베이]

육아(출산)용품이 온라인 쇼핑몰 매출 상승의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코로나19 우려에 임산부의 오프라인 쇼핑이 쉽지 않은 상황인 영향이 크다. 출산율은 하락하고 있지만, ‘하나뿐인 아이’를 위한 지출에 관대한 것도 이유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기혼여성의 출산율은 매년 하락하고 있다. 2010년 96%에서 지난해 91.6%로 4.4%포인트 감소했다. 기혼여성 10명 중 1명은 아이가 없다는 의미다. 출산율은 하락세지만 온라인 육아용품 판매는 잘 된다. G마켓에 따르면 지난 한 달간 육아용품(지난 12일 기준)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배 증가했다.

신생아 내복(87%), 젖병(44%), 젖꼭지(16%), 수유원피스(22%) 등이 잘 팔렸다. 눈에 띄는 것은 1회분씩 분유를 나눠서 담아놓는 케이스(253%)나 이유식 조리기(87%) 같이 육아 편의성을 위한 제품 판매가 늘었다는 점이다.

코로나19 우려에 온라인서 육아용품 찾아 

온라인 육아용품 판매가 급증한 데는 코로나19 영향이 크다. 쇼핑을 위한 외출이 쉽지 않은 데다 특히 임산부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라서다. 감염 위험이 크고 방역 조치로 음식점·카페 등을 이용하는데 걸림돌이 있다. 방역 당국에 따르면 백신 2차 접종을 마친 임산부(지난달 9일 기준)는 1175명에 불과해 전체 임산부의 1%도 미치지 않는다. 100명 중 99명이 미 접종자라는 의미다.

출산율이 낮아지면서 되레 프리미엄 육아용품을 찾는 수요는 늘고 있다. [셔터스톡]

출산율이 낮아지면서 되레 프리미엄 육아용품을 찾는 수요는 늘고 있다. [셔터스톡]

출산 적령기인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의 편의성을 중시하는 성향도 작용한다. 꼭 필요하지 않아도 육아에 도움이 되면 선뜻 산다. 대표적인 육아템으로 분유 제조기가 있다. 직접 젖병에 분유와 물을 넣으면 되지만 분유 제조기가 있으면 알아서 적당량의 분유와 물을 젖병에 넣고 아기가 먹을 수 있는 상태로 만들어준다. 바운서도 마찬가지다. 아기를 의자에 앉히고 손으로 흔들어도 되지만, 전동 바운서를 이용하면 자동으로 의자가 움직인다. 베이비모니터도 잘 팔리는 제품이다. 잠에서 깬 아기의 울음소리를 빠르고 정확하게 들을 수 있다.

평균 자녀 수가 줄면서 프리미엄 제품을 찾는 수요도 늘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선 평균 0.84명의 아기가 태어났다. 2000년엔 1.28명이었다. G마켓에 따르면 지난 한 달간 판매한 육아용품의 평균 가격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비싸졌다. 임산부용품(39%)를 비롯해 기저귀(31%), 분유(30%), 이유식 용품(19%) 등 판매 가격이 올랐다. 홍순철 지마켓글로벌 마케팅커뮤니케이션팀장은 “대부분 자녀가 한 명이고 산모 스스로 건강에 대한 인식이 높아서 육아템에 아낌없이 소비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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